5만여그루 형형색색 수국꽃··· 산을 물들이다

입력 2025.07.16. 16:11 이용규 기자
남도정원 산책 [보성 윤제림 성림원]


산자락이 컬러플하다. 알록달록 무늬가 있는 의상을 몇 차례 갈아입고 패션쇼를 하는 것 같다. 형형색색 수국의 바다에 흠뻑 빠졌다. 파스텔 톤으로 곱게 물든 몽글몽글한 수국은 하늘높이 쭉쭉 뻗은 편백나무 아래에서 파랑, 보라, 빨강, 흰색으로 자태를 드러냈다. 화려한 치장이라기 보다 수수하게 활짝 웃는 아가씨의 민낯처럼 보인다.

하늘로 우뚝솓은 편백나무 숲 아래에 화려한 색상의 수국꽃들.

산속에서 펼쳐지는 수국꽃의 향연은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수국의 든든한 그늘이 되고 있는 아름드리 편백과 소나무, 참나무 역시 특별하다.

각양각색 수국은 풍선 같다. 빨강, 파랑, 노랑, 보라, 흰색의 수국 꽃이 빵빵하게 부풀려 있어서다. 수국은 여름의 주인공이다. 무더운 폭염이 내리쬐는 기간이 열흘이 넘었는데도 줄기와 꽃이 생생하고 싱그러워 청정함이 느껴진다. 해송과 편팩나무는 날이 뜨거우니 더 진한 피톤치드를 내뿜는 것 같다. 코끝에 스치는 상쾌한 향기는 한여름의 선물처럼 다가온다.

불현듯 수국 생각에 광주서 찾아온 이에게 향기 가득한 최고의 환영 인사다. 무더위에도 루비아나벨, 니코블루, 앤들레스썸머 등 수국의 모습에서 감탄사가 쑹쑹 터져 나온다.

수국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바쁜 관광객들의 얼굴에서는 꽃과 나무에 완전히 매료된 표정이다. 젊은 여성과 남녀 청춘들이 유달리 많이 눈에 띈다. 모자에서 의상까지, 똑같이 맞춰 입은 여성들을 비롯한 남녀 커플들은 특별한 인생 사진이라도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발걸음을 한 것 같다. 아름다운 수국과 울창한 편백숲이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알려진 영향이다. 보성 겸백면 수남리 주월산 자락 성림원의 7월 중순의 풍경이다. 정은조 전 한국산림경영인협회장은 "정원을 하지 않았으면 이곳까지 젊은이들이 찾아올 리 만무하다"면서 "정원이 예뻐 사진을 찍으면 잘 나와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보고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웃었다.

성림원은 윤제림 내 숲 정원이다. 윤제림은 대를 이어 명품 숲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 임업 발전의 증표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 동란을 거치면서 황폐화해진 대한민국 산들이 산림녹화의 깃발 아래, 집단 조림으로 시커먼 나무숲으로 변한 곳 중의 하나이다. 세월이 흘러 선친이 일궈낸 산을 아들에 의해 융복합 산림복합경영문화 중심지로 역사를 쓰고 있는 생생한 현장이다.

정은조 윤제림 회장이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선정 안내판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 '윤제림'

윤제림의 1세대 주역은 고 정상환씨고, 현재 윤제림의 주인은 정은조 회장이다. 1960~1970년대 순천과 벌교를 중심으로 꽤 큰 사업을 하던 고 윤제(允濟) 정상환씨는 수입의 대부분 편백, 삼나무, 밤나무 등을 심는 조림사업에 주력했다. 생전에 일군 조림 규모가 265㏊였다. 1㏊가 3천평이니 감히 놀랄만한 면적이다, 고(故) 정상환씨는 1978년 조림왕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대단지 밤나무를 심어 밤나무농장을 운영했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밤나무골로 불렸다. 밤나무가 고령화되자 참나무로 수종 갱신했고, 지금은 우리나라 참나무 채종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만치 참나무가 건강함을 뜻한다. 윤제림은 정상환씨 별세 이후 자녀들에게 분할 상속됐다. 자녀 중 맏이었던 정은조 회장이 형제들의 지분을 다시 매입 한 평의 산도 남의 손에 가지 않았다. 정 회장은 이후 27㏊ 산을 더 사들여 지금은 337㏊에 이른다. 정회장은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을 계속 고민했다. 선친이 물려준 산을 잘 지켜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돈 되는 산림으로 전환에 관심을 두고 많은 노력을 했다.

성림원의 우람한 수형의 편백나무. 

◆편백 숲에 피어난 명품 '성림원'

윤제림 영농조합법인에서는 임산물 재배와 치유, 휴양, 교육 등 다양한 산림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성림원도 산림경영의 한 파트이다. 그렇다고 대충할 일은 아니었다. 보성 겸백까지 와서 보고 갈 만큼 명품정원이 목표였다.

정회장의 부인(최성림) 이름을 딴 성림원의 규모는 5만평이다. 윤제림 전체 면적의 20분의 1임에도 적지 않은 면적이다. 우람한 편백나무 아래 성림(聖林)원은 '성스러운 숲정원'의 이름에 걸맞게 크게 8개 사이트로 구성됐다. 화려한 수국지대가 인공적이라면, 억새원에서는 자연미가 넘친다. 공간마다 포인트를 주었다. 구절초, 핑크물리, 억새 등 계절마다 색다름을 연출한다. 정원을 시작하는데 있어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은 윤제림의 부존 자원인 편백과 오래된 나무 활용이었다. 탐스럽게 꽃핀 수국은 물론 선친으로부터 정성들여 가꾼 나무들이 어우러져 윤제림의 과거와 현재가 방문객들에게 울림을 주고자 하는 바람이 컸다. 정 회장 부부의 희망대로 편백나무 숲속 정원을 찾는 이들은 지금까지 심었던 5만그루의 군락을 이룬 아름다운 수국과 울창하고 우람한 나무들이 연출하는 멋에 반해 탄성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성림원에서 보여준 나무 밑에 수국을 심는 것은 과감하고 실험적인 방식이었다. 평소에도 "화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정 회장의 연구와 노력의 결과였다. 정회장은 국내외 이름난 정원을 찾아 벤치마킹을 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계속적으로 정원을 어떻게 더 업그레이드 시킬 것인가에 대한 발걸음은 그치지 않는다. 수국이며 각종 식물들의 발육 상태를 밤낮으로 관찰해 시기 적절한 처방은 물론 생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식물들을 교체하고, 해외 유명한 정원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관람객 위주에서 불편사항을 개선하는 손길은 빼놓지 않는 일상이다.

성림원 신책길.
윤제림의 마스코트 다람쥐 조형물.

◆차별화된 민간정원 롤모델 우뚝

이렇게 그의 열정이 녹아있는 정원의 풍경은 SNS나 블로그에 소개돼 입소문이 났다. 성림원이 선을 보인 지는 5년에 불과하나 2020년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12호, 아름다운 정원 최우수상 등 남도 정원의 중요한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성림원의 매력은 우거지고 아름진 편백 참나무 소나무 등과 어우러진 숲속의 정원이다. 어른만이 아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자연 친화 공간과 색감 예쁜 조형물이 동화 속 놀이공원을 연상시킨다. 전망 좋은 곳에 설치된 벤치는 확실한 뷰포인트로서 역할을 한다. 꽃과 나무도 예쁘고 특색을 강조한 공간 구성은 전국에서 마니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사계절 찾아오는 사진작가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성림원의 아름다움이 시공간을 넘어 업데이트 되고 있다. 성림원은 수국 꽃이 한창인 요즘 주말과 휴일에는 매일 대형버스 10여대 등개인과 단체 방문객이 5천~6천여명에 달할 정도이다.

특히 안갯속에서 베일을 벗는 편백숲과 수국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서울, 부산 등에서 '오픈런'을 목표로 찾아오는 이들이 있을 만큼 전국구 수국 명소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성림원은 퀼리티가 높고 매니아 중심으로 운영하는 장기전략을 세우고 있다. 편백나무 숲 정원의 컨셉이 초창기에 강하게 작용할 만큼 앞으로도 성림원만의 매력 포인트를 키워 민간정원의 경쟁력을 만들어겠다는 포부이다.

정은조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정원 열풍을 실감한다. 정원이 지자체마다 상품이 되면서 공공부분의 투자가 엄청 많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민간 영역의 경쟁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오직 차별화된 콘텐츠만이 살아남을 수 밖에 없어 더 연구하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용규기자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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