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불황에 부동산경기 침체까지
신규 아파트 공급도 대다수 타지역 업체
미분양 주택 1천여세대 ‘훌쩍’역대 최악
공공수주액 예년 수준 절반에도 못 미쳐
지역 건설업체의 위기가 찾아온 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째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지역 건설업체들에겐 '버티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양대축인 '민간''공공' 분야가 모두 침체를 겪으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선 1군 브랜드, 즉 대형건설사가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면서 지역업체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공공분야 역시 물량이 감소된 상황이 회복되지 않는 등 '이중고'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분양 대다수 미달… 지역업체 물량 40%도 안돼
지난해부터 심화된 '분양 절벽'은 지역업체의 설자리를 점점 좁아지게 만들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분양 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리면서 광주에서 올해 분양된 아파트들 대다수가 경쟁률 '1'에 못 미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관심을 모았던 일부 아파트의 경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역시 특정 평형에 대한 쏠림현상으로 인한 것이지 전체를 놓고 보면 미분양이나 마찬가지다.
경기침체로 실수요층들이 브랜드 가치가 높은, 향후 주택가치 보존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를 선호하면서 지역에선 대형건설사, 즉 1군 브랜드만 사업을 하고 있을 뿐 브랜드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 업체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간 광주지역 분양 상황을 보면 지역업체의 아파트 감소세가 뚜렷하다.
2021년 분양된 14개 아파트 중 지역업체 시공분은 10개 업체로 71.43%를 차지했지만 2022년에는 12개 아파트 중 8개(66.67%), 2023년 16개 중 11개(68.75%)로 비중이 낮아졌다.
올해(9월 기준)에는 16개 아파트 중 5개 아파트로 예년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1.25%에 그치고 있다.
지역업체 중 대형건설사인 중흥건설과 제일건설 물량인 20.06%를 제외하면 중소업체 물량은 15.95%에 불과한 셈이다.
전남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분양된 8개 아파트 중 지역건설사 시공분은 단 1곳에 그치고 있으며 다른 아파트 경우 1군 브랜드인 대형건설사들 몫이었다.
또 미분양 물량도 역대급으로 늘어난 상태다.
지난 7월 말 기준 아파트 미분양 세대는 광주 1천370세대, 전남 3천738세대로 2021년(광주 27세대·전남 437세대)에 비해 적게는 10배, 많게는 수십 배가량 증가했다.
악성물량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광주 262세대, 전남 2천502세대로 같은 기간(광주 27세대·전남 437세대) 대비 광주는 9.70배, 전남은 5.72배 늘었다.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1군 브랜드 아파트도 분양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지역 브랜드의 신규 사업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사업을 연기 또는 보류하거나 타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수주 감소·지역업체 실적도 '암울'
공공분야, 즉 관급공사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지역 관급공사 전체 물량도 제자리걸음 또는 뒷걸음질 중이다.
통계청의 광주·전남 건설수주액을 보면 광주 관급공사는 2020년 3천696억 원, 2021년 4천695억 원, 2022년 3천382억 원, 2023년 8천537억 원, 그리고 올해 2분기 기준으로 3천113억 원이다.
전남은 2020년 2조 3천775억 원, 2021년 2조 8천296억 원, 2022년 2조 3천881억 원, 2023년 2조 1천92억 원, 올해는 1조 2천505억 원이다.
올해 정부가 상반기에 SOC예산 26조 4천억 원의 65%를 조기 집행키로 했다는 점에서 상반기에 수주가 집중됐다고 보면 광주와 전남 모두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수주 물량 중 지역업체가 공사를 가져가는 비중이 통상적으로 50~60%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지역업체들의 관급공사 수주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업체들의 건설공사 계약액도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광주지역 건설업체들의 계약액을 보면 2020년 7조 799억 6천만 원, 2021년 9조 8천954억 4만 원, 2022년 8조 9천483억 4천만 원, 2023년 5조 8천804억 원 등 2021년을 정점으로 줄어들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남 역시 2020년 20조 8천546억 원, 2021년 20조 3천735억 1천만 원, 2022년 20조 7천314억 원, 2023년 15조 9천421억 9천만 원 등 지난해 4조 원 넘게 계약이 감소한 광주처럼 1년 새 4조 8천억 원가량이 줄었다.
광주와 전남 모두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조 443억 4천만 원, 5조 6천70억 6천만 원으로 최근 4년간 1분기 평균(광주 1조 839억 원·전남 4조 2천876억 원 )보단 높다.
하지만 업계에선 총량이 줄어든 상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으로 수주가 집중된 '조삼모사(朝三暮四)'격이라며 올해 수주물량은 최악의 수준이었던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민간과 관급의 양대축이 서로 보완해 줬다면 최근 불경기는 양대축이 모두 무너진 상황"이라며 "경기 회복 말고는 뚜렷한 대안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 트럼프 2기 통상정책...지역 경제계도 예의주시 기아 오토랜드 광주에서 조립 중인 셀토스. 기아 제공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로 대변되는 통상정책을 두고 지역 경제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보편관세가 현실화되지 않은 데다 지역 내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가전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통상정책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상황변화를 염두에 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21일 지역경제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려했던 '관세 폭탄'을 시행하지 않고 부과가능성만을 열어뒀다.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글로벌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출범 전부터 제시해 왔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만 더욱 커진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 외엔 이렇다 할 방안 마련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특히 광주·전남의 경우 대미 수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반도체와 전기차 등 큰 타격이 우려되는 분야와 연관성이 낮아 현재까진 '새로운 통상정책으로 인한 피해가 낮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대미 수출액 1천277억 8천647만 7천 달러 중 광주·전남 비중은 6.44% 수준인 82억 2천900만 달러에 불과하다.지역별로도 광주 수출액 중 대미 수출액은 전체 수출의 30.3% 수준인 47억 2천200만 달러이며 전남은 7.71%인 35억 7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여기에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가전 역시 지역업체가 완제품을 수출하는 구조가 아닌 기아와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대기업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하지만 기아 오토랜드 광주 역시 미국 주력 수출 제품인 스포티지가 미국 현지 공장에서도 생산되고 있는 데다 관세 논란 가능성이 있는 멕시코 공장의 생산 차종과도 전혀 연관이 없어 현재로서는 지켜보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대안 마련은 없다는 입장이다.'글로벌 스마트가전 생산거점'으로 마더팩토리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도 상황에 따른 대책 마련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일각에선 보편관세 등으로 전반적인 경제 악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지역 경제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강조병 광주상의 기획조사본부장은 "지역 주력산업 구조가 완제품 생산 수출보단 부품 공급에 방점이 찍혀 있는 데다 피해 우려 산업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며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지역 업체들도 특별한 대책보단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 · "주택시장 위기 대응을 위해 모든 역량 결집하겠다"
- · ‘고사 직전' 광주 관광업 "업종별·관광객 수송지원 등 시급"
- · 광주신세계, 금호아트홀 대신할 문화 공연장 검토한다
- · 글로벌시장서 빛난 K-게임···광주 게임 수출도 한몫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