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수주 급감에 분양시장서도 지역업체 설자리 잃어

입력 2024.09.22. 12:53 도철원 기자
■경제불황의 늪 탈출구 찾자…“힘내라 지역기업”
(3)경기불황에 부동산경기 침체까지
신규 아파트 공급도 대다수 타지역 업체
미분양 주택 1천여세대 ‘훌쩍’역대 최악
공공수주액 예년 수준 절반에도 못 미쳐
지역 건설업체들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몇년째 계속된 경기불황 속에 '민간'과 '공공'양대축이 모두 무너지면서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지역 건설업체의 위기가 찾아온 건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 년째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지역 건설업체들에겐 '버티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양대축인 '민간''공공' 분야가 모두 침체를 겪으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선 1군 브랜드, 즉 대형건설사가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면서 지역업체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고 공공분야 역시 물량이 감소된 상황이 회복되지 않는 등 '이중고'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분양 대다수 미달… 지역업체 물량 40%도 안돼

지난해부터 심화된 '분양 절벽'은 지역업체의 설자리를 점점 좁아지게 만들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분양 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리면서 광주에서 올해 분양된 아파트들 대다수가 경쟁률 '1'에 못 미치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관심을 모았던 일부 아파트의 경우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 역시 특정 평형에 대한 쏠림현상으로 인한 것이지 전체를 놓고 보면 미분양이나 마찬가지다.

경기침체로 실수요층들이 브랜드 가치가 높은, 향후 주택가치 보존 가능성이 높은 아파트를 선호하면서 지역에선 대형건설사, 즉 1군 브랜드만 사업을 하고 있을 뿐 브랜드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 업체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4년간 광주지역 분양 상황을 보면 지역업체의 아파트 감소세가 뚜렷하다.

2021년 분양된 14개 아파트 중 지역업체 시공분은 10개 업체로 71.43%를 차지했지만 2022년에는 12개 아파트 중 8개(66.67%), 2023년 16개 중 11개(68.75%)로 비중이 낮아졌다.

올해(9월 기준)에는 16개 아파트 중 5개 아파트로 예년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1.25%에 그치고 있다.

지역업체 중 대형건설사인 중흥건설과 제일건설 물량인 20.06%를 제외하면 중소업체 물량은 15.95%에 불과한 셈이다.

전남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분양된 8개 아파트 중 지역건설사 시공분은 단 1곳에 그치고 있으며 다른 아파트 경우 1군 브랜드인 대형건설사들 몫이었다.

또 미분양 물량도 역대급으로 늘어난 상태다.

지난 7월 말 기준 아파트 미분양 세대는 광주 1천370세대, 전남 3천738세대로 2021년(광주 27세대·전남 437세대)에 비해 적게는 10배, 많게는 수십 배가량 증가했다.

악성물량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광주 262세대, 전남 2천502세대로 같은 기간(광주 27세대·전남 437세대) 대비 광주는 9.70배, 전남은 5.72배 늘었다.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1군 브랜드 아파트도 분양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지역 브랜드의 신규 사업 추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사업을 연기 또는 보류하거나 타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수주 감소·지역업체 실적도 '암울'

공공분야, 즉 관급공사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전체적인 건설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지역 관급공사 전체 물량도 제자리걸음 또는 뒷걸음질 중이다.

통계청의 광주·전남 건설수주액을 보면 광주 관급공사는 2020년 3천696억 원, 2021년 4천695억 원, 2022년 3천382억 원, 2023년 8천537억 원, 그리고 올해 2분기 기준으로 3천113억 원이다.

전남은 2020년 2조 3천775억 원, 2021년 2조 8천296억 원, 2022년 2조 3천881억 원, 2023년 2조 1천92억 원, 올해는 1조 2천505억 원이다.

올해 정부가 상반기에 SOC예산 26조 4천억 원의 65%를 조기 집행키로 했다는 점에서 상반기에 수주가 집중됐다고 보면 광주와 전남 모두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수주 물량 중 지역업체가 공사를 가져가는 비중이 통상적으로 50~60%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지역업체들의 관급공사 수주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업체들의 건설공사 계약액도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광주지역 건설업체들의 계약액을 보면 2020년 7조 799억 6천만 원, 2021년 9조 8천954억 4만 원, 2022년 8조 9천483억 4천만 원, 2023년 5조 8천804억 원 등 2021년을 정점으로 줄어들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남 역시 2020년 20조 8천546억 원, 2021년 20조 3천735억 1천만 원, 2022년 20조 7천314억 원, 2023년 15조 9천421억 9천만 원 등 지난해 4조 원 넘게 계약이 감소한 광주처럼 1년 새 4조 8천억 원가량이 줄었다.

광주와 전남 모두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조 443억 4천만 원, 5조 6천70억 6천만 원으로 최근 4년간 1분기 평균(광주 1조 839억 원·전남 4조 2천876억 원 )보단 높다.

하지만 업계에선 총량이 줄어든 상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부양책으로 수주가 집중된 '조삼모사(朝三暮四)'격이라며 올해 수주물량은 최악의 수준이었던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민간과 관급의 양대축이 서로 보완해 줬다면 최근 불경기는 양대축이 모두 무너진 상황"이라며 "경기 회복 말고는 뚜렷한 대안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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