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캉이'에 밀린 여수세계섬박람회?···개최 무산 '부산 세계엑스포'는 1조원 투입

입력 2026.09.30. 18:21 박찬 기자
섬박람회 누적관객 43만명 돌파 '반전'
248억→723억원 사업비 증액…야권 공세
국힘 "일당독재 지역, 국가예산 낭비" 폭언
尹 정권 당시, 부산엑스포 관련 예산 '1조'
"운영·콘텐츠 비판과 지역 비하 구분해야"
지난 29일 부산시와 국립수산과학원, 부산해경, 부산소방 등이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선박과 물대포를 활용해 12일째 머물고 있는 상어 ‘부캉이’를 먼바다로 유도하는 구조작업이 진행된 가운데 부캉이가 유영하고 있다. 뉴시스

부산 북항에 출현한 상어 ‘부캉이’가 연일 화제를 모으면서 700억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섬박람회)를 향한 조롱과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과 일부 언론이 추석 연휴 하루 방문객 수를 근거로 ‘상어 한 마리보다 못한 박람회’라는 프레임을 씌우면서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윤석열 정부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편성한 관련 예산이 개발도상국에 약속한 공적개발원조(ODA)까지 합치면 1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대비 흥행’이라는 잣대가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6월 21일 프랑스 파리 이시레물리노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세계박람회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영어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30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추석 당일인 지난 25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에는 13만6천명이 몰렸다. 같은날 섬박람회에는 6만7천491명이 찾았다. 1일 방문객만 놓고 보면 북항이 여수의 두 배가 넘는다. 부캉이가 처음 발견된 지난 18일 이후 북항에는 평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파가 몰렸고, 19일부터 이날까지 60만명이 넘는 누적 방문객을 기록 중이다.

북항 친수공원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개방된 도시 공간에서 우연히 발견된 대형 상어를 보기 위해 몰려든 방문객을 집계한 것이다. 반면 섬박람회는 61일 동안 섬의 문화·생태·미래 가치를 전시와 체험 콘텐츠로 보여주는 국제행사다. 행사 기간과 목적, 방문 동기, 집계 방식부터 다르다. 단기간 방문객 수만으로 두 공간의 성과를 동일한 선상에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여수 돌산읍 진모지구에서 마련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주행사장 전경. 뉴시스

섬박람회는 추석 연휴를 계기로 관람객 흐름을 끌어올렸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9일까지 43만1천천명 이상이 섬박람회를 찾았다.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관람객은 18만9천106명에 달했다. 추석 당일에는 6만7천491명이 찾아 개막 이후 일일 최다 방문 기록을 세웠고, 비가 내린 26~27일에도 9만7천262명이 방문했다.

섬박람회가 초반 악재를 딛고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공세는 예산 문제로 번진 모양새다.

섬박람회는 정부 국제행사 승인 당시 248억원 규모로 출발했지만 콘텐츠와 프로그램 등이 확대되면서 직접사업비가 723억원으로 늘었다. 국비 64억원, 도비 158억원, 여수시비 381억원, 사업수익 120억원이 재원으로 투입됐다. 개막 이후 관람객 유치를 위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비 5억원과 여수시 예비비 5억원이 추가된 것으로 전해진다.

직접사업비 가운데 주행사장 주제섬 건축·기계 공사에 24억여원, 미디어파사드 21억원, 영상 제작·운영 20억원, 전시·체험 콘텐츠 개발·운영 90억원, 테마존 조성 50억원, 안전시설 47억원 등이 배정됐다. 홍보·마케팅과 관람객 유치에는 102억원이 책정됐다.

야권에서는 이같은 예산을 두고 공방의 재료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섬박람회를 겨냥해 “단순히 부실한 지역 축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그 지역이 민주당 일당 독재지역이라 국가 예산을 이 지경으로 써도 아무도 견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수시에 섬박람회 관련 자료 제출도 요구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 11명이 요구한 자료에는 ▲목표 관람객 300만명 산정 근거 ▲공직자 국외연수 ▲직접사업비 및 연계사업 세부 집행 내역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국제행사 승인 당시 248억원이었던 직접사업비가 723억원으로 늘어난 과정과 연계사업비 산정 기준 등도 국정감사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예산 집행과 행사 운영에 대한 검증 자체는 당연히 필요한 사안이지만, 부산시 역시 2030세계박람회 유치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공공재정을 투입했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시가 공개한 유치활동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가사업으로 추진된 이후 2023년까지 5년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편성된 예산은 유치위원회 576억원, 부산시 641억원 등 모두 1천217억원이다. 집행액은 유치위원회 516억원, 부산시 625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2년과 2023년에만 1천76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2023년에는 부산시가 2030세계박람회 유치와 글로벌 허브도시 도약을 위해 1천966억원을 편성하기도 했다.

당시 윤석열 정부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2022년 2천516억원 ▲2023년 3천228억원 등 2년간 5천74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해외 유치 활동과 국내외 홍보, 해외 협력사업 등에 투입된 예산이다. 결국 유치에 성공하지 못한 국제행사를 위해서도 수천억원의 공공재정이 투입됐던 셈이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는 2023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개최지를 내주며 유치에 실패했다. 반면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이미 개최 중인 행사다. 두 사업은 규모와 성격이 다르고 유치와 개최라는 단계도 다르지만, 공공재정이 투입된 국제행사라는 점에서는 사후 평가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여수세계섬박람회를 향한 비판이 지역민 전체를 겨냥한 모욕성 표현들이 난무하는 ‘지역 혐오’에 가까운 양상으로 치달은 게 문제다.

실제 무등일보 9월22일자 1면 ‘왜곡 뒤집어쓴 섬박람회…전라도 혐오 먹잇감 됐다’를 참조하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전라도는 선동·폭동 말고는 성공한 게 있느냐’, ‘순 날강도·도둑놈들만 모여 발전하지 못했다’는 등 박람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악의적 지역 비하가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광산을)은 “‘2012 여수 엑스포’가 현재도 성공적인 국제행사 모델로 언급되고,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역시 성공을 거두면서 지역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기대가 큰 만큼 성과보다는 부족한 점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고 그중에는 운영이나 콘텐츠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행사도 수두룩하다”며 “이를 특정 지역의 문제로 연결하고 지역 비하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전라도에 대한 또 다른 폭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찬기자 juve5836@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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