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뉴욕·부다페스트···광주의 브랜드는?

@유지호 입력 2020.06.24. 17:59

도시의 인상은 중요하다. 매력적인 첫 인상은 다시 찾고 싶은 이미지를 만든다. 관광객 유치 뿐만 아니라 도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힘과 직결된다. 'I♥NY(I Love New York)'. 뉴욕을 금융과 UN(United Nations) 도시 외에 패션브랜드 도시란 이미지까지 확장시켰다. 파리(로맨스), 밀라노(스타일), 부다페스트(스포츠 관광)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적 도시들은 그들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브랜드를 갖고 있다. 많은 논란에도 국제스포츠이벤트와 대형 문화예술축제 등을 통해 도시의 매력을 증가시키려는 시도와 노력들이 계속되는 이유다.

'아파트 도시' 오명 벗어야

그렇다면 광주에 맞는 옷은 무엇일까. 2000년대엔 광주하면 무등산과 5·18 민주화 운동, 옛 전남도청 ·금남로 등을 떠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광주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비슷했다. 고국에 있는 가족·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관광명소로 무등산, 5·18, 증심사 등 유명 사찰, 문화예술회관·국립박물관·미술관 등이 꼽혔다(민인철, 2008).

변화가 감지된다. 광주·전남 대표 뉴스 플랫폼 사랑방뉴스룸(http://mnews.sarangbang.com)이 올해 초 실시했던 '광주다움' 브랜드화와 관련한 설문조사에서다. 문화·관광과 대형 쇼핑시설, 스포츠 등이 주요 키워드로 부각됐다. 도시 발전을 위해 광주에 필요한 시설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전시장·공연장 등 문화시설이 가장 많았다. 대규모 상업시설, 연구·개발시설, 체육시설, 호텔 등 숙박시설이 뒤를 이었다.

산업 구조도 바뀌었다. 20년 세월 덕분이다. 광(光) 산업의 도시에서 문화산업(아시아문화중심도시), 인공지능 중심도시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재밌는 도시에 대한 갈망. 10·30 젊은 세대가 주축이다. 사랑방 게시판인 광주톡과 도시계획·재건축 관련 기사가 실린 뉴스룸 소셜미디어(페이스북 등)에는 '아파트 도시' 광주에 대한 불만과 회의감이 많다. 청년들이 돌아오는 도시로 만들기 위한 변화를 요구하는 글들이다.

꿰어야 할 구슬(도시 브랜드 요소·자원)도 많다. 우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문화전당은 광주에 새로운 도시 브랜드 전략을 요구했다. 고민의 시작점. 비엔날레와 김치·충장축제, 월드뮤직페스티벌 등 각종 문화예술 이벤트 등을 광주의 이미지와 하나로 묶어내는 통합 브랜드 전략이 그 것이다. 밑바탕에 '예향의 도시'가 있다.

또 하나는 국제스포츠이벤트. 7월이면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개최된 지 꼭 1년이 된다. 광주는 스포츠와 인연이 깊다. 2002년 월드컵 4강과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이하 U-대회) 성공 신화를 이룬 곳이다. 광주수영대회는 이들의 유산(레거시)이다.

부다페스트는 벤치마킹 사례다. 목표는 명확했다. 도시 홍보. 파리·로마·비엔나 등 세계적 관광도시로 올라설 모멘텀이 필요했다. 수영대회 개최에 나선 이유다. '전 세계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지' 촘촘하게 고민했다. 노림수는 통했다. 수영대회 직후인 2018년 한 해만 2천800만여 명의 관광객이 부다페스트를 찾았다. 도시 브랜드 가치는 상승했다.

문화·관광·스포츠·인공지능 …

한 달간의 지구촌 수영축제에 수 천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경기장 건설을 위한 시설비(732억원)와 운영비(1천304억원) 등 총 2천36억원. 가장 많은 선수단·관계자 등이 참가했다. 191개 국가에서 1만3천여 명. 145개국에 TV로 중계됐다. 동호인들이 참여한 마스터즈대회에는 84개국에서 선수 4천13명, 코치 193명 등 5천365명이 왔다. 선수촌에는 1천200여명의 선수와 가족 등이 묵었다. 문화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K-POP 스타인 방탄소년단(BTS) 등이 참여한 대회성공기원 콘서트 땐 전 세계에서 3만여명(외국인 1만여명)이 왔다.

효과는 컸다. 광주 방문과 미디어 노출 등에 따른 도시 브랜드 마케팅 측면에서다. 관광 전문가인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21세기 도시경쟁력은 도시의 인지도와 지명도를 높여 더 많은 기업과 방문객을 유치하는 도시브랜드 파워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미지는 도시를 규정한다. 10여 년 뒤 광주 인구는 130만 명 대로 떨어질 것이란 통계청의 전망이 나왔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출발점은 브랜드 전략. 광주는 월드컵과 U-대회, 수영대회 유산이 있다. 문화전당 등 국가가 추진 중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명분과 실리도 갖췄다. 광주의 과거·현재의 이미지·정체성과 미래의 방향성을 담은 브랜드 전략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야 "수 천억원을 들인 일회성 스포츠 이벤트" "도시와 단절된 문화시설" "아파트 천국" "노잼의 도시" 등이란 비난과 비아냥도 피할 수 있다. 유지호 디지털미디어부장 겸 뉴스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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