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코로나 19 위기가 지방정부에게 주는 교훈

@강동준 입력 2020.12.30. 13:00

"청소골 닭구이 산장들이 드라이브 스루로 포장판매를 한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업소들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 원가 이하로 판다네요~. 매진되기 전에 저도 두마리 사서 크리스마스 때 가족과 함께 닭구이를 먹어야겠습니다…."

전남의 한 자치단체장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린 글이다. 지역 주민을 돕겠다는 단체장의 애절한 마음에 눈길이 쏠렸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로 이뤄지던 드라이브 스루가 승차진료에서부터 농수축산물 판매전, 수능 성적표 배부까지 이젠 생활 속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체장의 역량과 리더십 묻는다

코로나 19 사태의 장기화 속에서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는 외국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떠오를 정도로 전염병 대처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코로나 확진자의 급증에 따라 빠른 검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CNN등 외신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낳은 긍정적인 산물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정부가 표준모델까지 만들어 이를 활용한다니 대단한 아이디어 확대 정책이 아닌가 싶다.

2020년 한해를 돌이켜보면 고통과 아픔도 컸지만, 교훈도 많았다. 전염병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역할이나 K-방역 쾌거로 불린 의료시스템,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이나 단체장의 리더십, 여기에 우리사회가 품격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제도 주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가족과 함께 하는 소박한 밥상, 소소한 대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고, 개인의 자유만을 외치던 방만함과 고루함에서 나름의 책임의식과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기부행렬에 나섰던 기업들의 모습에서 기업의 가치는 무엇인지, 임대료 인하운동에 나선 건물주의 모습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상생의 정신도 배웠다. 백신의 정치화를 보면서 마스크 쓴 시민들이 희망이라는 것도 알았다. 힘들고 지쳐 쓰러지는 의료진의 모습에 저마다 위험지역 병원으로 달려간 자원봉사자들과 의사들, 그리고 진료대기소의 긴 줄을 보면서 이기적인 인간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품격있는 사회'가 무엇인 지 알게 되었다.

코로나 1년의 위기가 우리에게 던져준 교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를 꼽으라면 단연 '지방정부의 역할'이다. 재난대응체계에서 현장 방역의 중요성을 깨달은 만큼 공공의료 시스템과 방역행정에서 지방정부에 주도적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이나 임시 선별진료, 코호트 격리, 앱을 활용한 감염자 동선추적 및 격리조치, 위험시설에 대한 행정명령이나 고발조치, 구상권 청구 등 모든 것이 지방정부의 몫이다. 여기에 각종 행사나 축제의 취소 등 위기에 대응하는 창의적인 리더십과 맞춤형 지방행정 등 지방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2020년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5·16 군사 쿠데타로 폐지된 지방자치제가 1990년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다. 자치입법 권한이나 재정분권 등은 여전히 미흡하지만, 그래도 주민 조례발안이나 감사청구권 확대, 지방 소멸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권한 부여 등 자치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선 의미있는 진전이다.

자치입법·재정분권 더 강화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자치분권을, 자치역량을 더 강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 혼란과 공포를 겪었던 오세현 충남 아산시장. 2020년 1월말, 중국 우한지역 교민과 유학생 송환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경험했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가 있는 곳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주민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지방 정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 지방정부에 자치입법권과 재정분권 권한을 더 주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 1년의 방역 상황에서 단체장의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도 시험대다. 주저없는 결단력과 중앙·지방간 연대와 협력으로 대안을 찾고 실행하는 단체장, 방역의 책임을 등에 지고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그러면서 투명한 행정 속에 취약분야를 철저히 분석해 미래 위기를 대처하는 그런 리더십이 아닐까?

2020년, 코로나 19 속에서 모두가 힘든 한해를 보냈다. 2021년 새해에는 지방에서 새 희망을 찾는 한해를 꿈꾸어본다. 백신 보급과 항체치료제 소식을 보면 코로나19의 밤도 깊어가고 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이 온다. 강동준(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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