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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포스트 코로나, 이낙연과 이재명 - 두번째 이야기

@유지호 입력 2021.02.24. 11:07 수정 2021.02.24. 16:53

1년 전쯤인 지난해 4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주제로 칼럼을 썼다.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향후 정치지형 변화를 전망하는 내용. 그 해 총리를 그만 둔 뒤 종로대첩에 나선 이낙연은 상종가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지도자 1위를 달렸다. 이재명은 군소후보들과 함께 뒤쫓는 형국이었다.

코로나19는 기존 정치 패러다임의 해체를 예고했다. 지역(로컬)이 전면에 등장했다. 지방자치단체 존재와 역할은 재인식됐다. 광역 시·도는 방역의 최전선이 됐다. 지역에 따라 지원금은 차등 지급됐다. 비교와 평가, 수장(首長)의 정책적 판단은 시·도민의 삶과 직결됐다.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이 달라진 이유다.

지지율은 역전됐다. 이재명은 올 들어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다. 광주에선 이낙연을 제쳤다(지난 9일자 본보와 뉴시스 광주전남본부·광주MBC 공동여론조사 참고, 한국갤럽). 대권 꿈을 꾸는 여당 주자들에게 광주는 '마음'을 얻어야 할 핵심 지지기반이다. 그 간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한전공대 vs 5·18 묘지

정치인의 행동은 다양한 메시지를 함축한다. 유력 주자일 땐 더욱 그렇다.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이 "기표(記標)는 기의(記意)에 닿지 못하고 끊임없이 미끄러진다"고 했 듯, 대중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많은 해석과 추측을 낳는다. 소통의 간극이 생기는 이유다. 프랑스 문학평론가였던 롤랑 바르트의 언어론 일종의 신화(Mythos)다. 그는 소쉬르의 기호학을 미디어 분석에 적용했다. 사진을 중시했던 그는 미디어가 싣는 사진은 겉에 드러난 이미지(기표)에 불과하고 속뜻(기의)은 숨겨졌다고 봤다.

코로나 시대, 사진·영상·소셜미디어는 주요 소통 창구다. 공교롭게 이낙연과 이재명은 설 명절 전, 차례로 광주를 찾았다. 두 사람의 1박2일 일정은 상반됐다. 모범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이낙연과 대표적 흙수저 아웃사이더 이재명의 삶의 궤적처럼. 시민들의 눈에 비춰졌을 이들의 메시지를 사진을 통해 다시 들여다봤다. 여기엔 숨은 뜻이 담겼기 때문이다.

이낙연은 '인물론'에 주력했다. 지난 10일 첫 방문지로 전남 나주의 한전공대 부지를 찾아 캠퍼스 조감도를 살펴보는 장면에선 지역 발전의 기대감을 봤다. 올 들어 세 번째 방문. 사면론 후폭풍 탓에 연초부터 지지율 하락을 겪은 터였다. 이튿날 아시아문화전당과 여순항쟁위령탑을 찾았다. 고향 민심을 끌어올리는 데서부터 지지율 반전을 모색하려 의도가 읽혔다.

이재명은 로키(low-key, 낮은 수위) 전략을 유지했다. 강한 눈발이 흩 뿌리는 지난달 28일 오후 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는 모습은 강렬했다. 강풍 특보와 함께 1.7㎝의 눈이 내린 그 날이었다. 유력 대선 주자였지만 수행원 조차 보이지 않는 단촐한 사진은 깊은 잔상을 남겼다. 단기필마의 결기일까. 오월어머니집, 대주교 예방 등 비공개, 낮은 자세로 임했다.

선별 vs 보편, 당신의 선택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 코로나는 우리 사회에 근원적 질문을 던졌다. 지원금을 둘러싼 분배 문제가 그 것이다. '거리두기 등 방역 탓에 손해를 본 국민을 국가·지자체가 보상해야 하나'. '한다면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까지 줘야 하나'. '우선 순위는 어디에 둘 것인가'.

이낙연과 이재명은 각각 선별·보편적 복지의 대표 주자격이다. 성남시장 선거 때부터 기본소득을 주장해 온 이재명은 코로나 초기 때부터 이슈를 선점했다. 핵심 정책(기본주택·기본소득·지역화폐)인 보편적 복지는 그의 브랜드가 됐다. 현장성과 과감성·속도는 그의 또다른 무기. 반면 이익공유제를 주장하는 이낙연은 "코로나 상황에선 선별지원이 옳다"는 입장이다. 4차 재난지원금도 '맞춤형 지원'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달초,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선 상생연대3법(손실보상제·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합리적·이성적 이미지가 묻어난다.

전염병은 인류 역사를 바꿔왔다. 철학자 김재인은 '뉴노멀의 철학'에서 새로운 지구적 거버넌스를 주문했다. 그는 "무엇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 빼앗는 것이 아닌 나누어 주는 것이 새로운 거버넌스의 핵심이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미래학자들은 국가의 역할에 주목한다. B.C(Before Corona) 때 보다 국내·외적으로 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된다는 거다. 전염병은 나와 가정, 한 국가 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

포스트 코로나는 문명의 대전환기, 새로운 리더십의 시대다. 덧셈·뺄셈의 사칙연산 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고차방정식을 풀어 낼 줄 알아야한다. 내년 3월 '벚꽃 대선'을 앞두고 광주가 마음을 줄 후보는 누구일까.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랬던 것 처럼. 여권내 이낙연·이재명의 1·2위 다툼이 계속될까, 아니면 제3의 후보가 급부상 할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야구계의 대표적 격언이자, 지난 1년간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이다. 유지호 디지털미디어부장 겸 뉴스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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