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재·보선 참패···대선·지선에 약일까 독일까

@류성훈 입력 2021.04.14. 13:35

내년 20대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집권여당의 참혹한 완패로 끝났다.이번 선거 결과가 앞으로 1년여 대선과 지방선거 정국의 주도권 향방을 결정하는 만큼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에 사활을 걸었지만, 21대 총선에서 헌정사상 전무후무한 '180석 석권'을 기록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치욕적인 참패를 겪었다. 그 책임은 당연히 청와대와 집권여당에 있다. 그들이 '촛불민심'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들은 현 정부, 집권여당에 대해 표로 심판했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커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4·7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선거가 임박해 터진 LH 투기 사태로 지목했다. 물론 검찰 개혁에 따른 조국·추미애 대 윤석열 갈등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 또한 한몫했다. 적어도 LH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앞섰다. 그런데 LH 전·현직 직원들의 투기에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LH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모르고 투자했다"는 헛발질에 가까운 발언, 박주민 의원·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임대료 논란은 그렇지 않아도 허탈감과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던 국민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불공정과 반칙, 특권에 관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20·30세대에게 큰 배신감과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렇게 해서 코로나19 장기화와 경기침체 등으로 지칠대로 지친 국민들의 표심에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이 그대로 투영됐다.

그럼에도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팩트가 있다. 땅 투기와 부동산정책 실패는 문재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십년 전부터 대한민국은 '땅 투기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부동산 투기가 횡행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도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렸고 이로 인해 이득을 챙긴 사람들이 넘쳐났다.

더욱이 공직자도 아닌 LH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문제를 현 정부의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것은 매우 잘못된 시각이다. 오히려 더 늦기 전에, 더 해먹기 전에 이같은 비리를 명명백백 밝혀내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든 문재인 정부를 격려해야 맞는데도 현 정부만 탓하는 사리판단의 균형감을 잃은 무리들이 많다.

어쨌든, 국민의힘도 자신들이 잘해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핵심 지지기반인 TK에서조차도 '야당의 승리가 아닌 정부 여당의 실패'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정'과 '원칙'을 가치로 내세운 문재인 정권에서 이런 문제가 터지자 2030세대의 지지가 야당으로 향했다고 보기보다는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은 선거 승리는 했지만 여느 선거 때처럼 들뜬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진다.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로 가는 중차대한 길목이다. 특히 내년 3월 대선은 후보 경선 등을 감안하면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렇다면 이번 재보선 결과가 민주당에는 '독'이 되고 국민의힘에는 '약'이 될까? 아니면 반대일까? 아직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단, '콘크리트 지지층'이 버티고 있는 민주당은 당 지도부가 새로 구성돼 주류(친문)·비주류를 잘 화합시키고 냉철한 성찰과 반성을 통해 '촛불민심'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민심의 요구를 잘 받아들인다면 이번에 맛본 쓰디쓴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정권재창출을 위해선 경제 활성화, 부동산 정책 수정, 불공정 해소 등의 해법을 내놓으며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대안을 마련하는 길만이 살길일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야권 단일화를 잘 이끌어내 제대로 된 대권 주자를 잘 띄울 경우만이 재보선 승리의 기세를 몰아 2016년 이후 네 차례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 패배의 사슬을 끊을 가능성이 있다.

현실로 돌아오면, 우리는 지금도 코로나와 싸우고 있고 어려워진 경제에 힘들어하고 지칠 대로 지쳐있다. 언제든 바뀌는 것이 여론이다. 정치는 생물이고 민심과 동떨어질 경우 언제든지 외면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정치인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들은 또다시 지켜볼 것이다. 류성훈 취재3부장·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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