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이상한 대선···묻혀진 지방선거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대표 입력 2021.11.17. 15:28

참 희한한 선거라는 말을 듣는다. 뽑을 후보 없이, 차악의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심상이다. 경선과정이 그랬고 앞으로 남은 대선 레이스도 크게 기대할 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구나 걱정스러운 점은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이런 대선 분위기에 묻혀간다는 대목이다. 내년 3월대선 직후 불과 3개월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이다보니,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양 선거가 연동될 수 밖에 없는 점도 작용한다. 유권자들의 관심은 도통 없는데 지방선거 후보자들만 애가 타는 모양새, 그것이 지금의 우려스런 상황이다.

대선 얘기부터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최종 확정되면서 대선 구도가 윤곽을 드러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제3지대의 김동연 전 부총리 등이 있긴하지만 경쟁구도는 이재명 대 윤석열 양강체제로 짜여지고 있다. 늘 그래왔듯이 진보 대 보수간 진영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그만큼 사생결단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양 진영 간 대열정비도 마무리 수순이다. 판만 벌어지면 기를 쓰고 달려들 태세다. 남은 기간은 110여일,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상대적으로 약점이 많은 후보들이 등판하다보니, 머릿속이 찜찜하다. 흠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일국의 대통령 후보를 찾기에는 혼란스러움이 있다. 최선이 아닌 차악의 후보를 뽑아야 할 판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무엇보다 본인과 가족들을 둘러싼 리스크가 많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에서 연일 특검을 요구하는 것도 '설계자', '몸통론'이 뒷배경에 깔려 있다. 형수욕설 같은 도덕성 논란도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에 장모, 부인 수사까지 곳곳에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 전두환 옹호발언과 개사과를 비롯해 각종 설화의 후유증도 여전하다. 최종 경선 결과 민심은 지고 당심에서 이겼던 성적이나 경선 이후 20~30대 젊은층의 집단 탈당이 이어진 점도 주목한다. 두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50%를 넘는다. 이번 대선을 가리켜 비호감 대선이라고 부르는 게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의 또 다른 공통점은 국회의원 0선 후보라는 점이다. 만약 그들 중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직선제 개헌 이후 최초의 0선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그 의미는 기성 정치세력의 교체,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망에 있을 것이다. 여의도로 대표되는 기성정치로는 대한민국을 바꿀 수 없다는 국민들의 뜻이 담겨 있다. 그렇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뒤따르는 게 0선 후보의 한계, 바로 정치 경륜이다. 이미 여기저기서 적잖은 시행착오들이 노출되고 있다. 저 정도의 정치력으로 과연 통합의 국정운영을 원활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이렇듯 대선후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시니컬하지만 국민들의 눈과 귀는 온통 대선판에 쏠려 있다. TV만 켜면 나오는 종편의 토론이나 주요 뉴스시사 프로그램도 대선 관련 일색이다. 대통령이 마치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쥔 것처럼 높은 관심들을 나타낸다. 그러면서 묻혀가는 게 바로 지방선거다. 지역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선거 못지않게 중한 것이 바로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인데, 상황은 녹록지 않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기껏해야 차기 광주시장 선거에 보이는 관심 정도가 있을 뿐이다. "현역 단체장이 열심히 하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현역 프리미엄이 있어야 할 시기인데, 지금의 여론조사 지지도 추이라면 심각하다. 샤이 지지층이 있어서 반전의 계기가 있을 것이다". 최근에 들어 본 지방선거 관련 얘기들이다. 굳이 더 찾자면 광주시교육감 선거가 후보 난립으로 과열양상이라거나 기초단체장 하위 평가 20% 대상이 누가 될 것이냐 정도다. 나머지 단체장 선거나 지방의원 선거 등은 관심 밖으로 멀어져 있다.

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은 앞으로 6개월여, 예년 같으면 한창 선거열기로 뜨거워야 할 시기인데 지금 분위기는 정중동이다. 우려스럽다. 지방선거의 본질은 지역주민의 삶과 지자체의 살림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데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대선판에 묻혀 소홀히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결국 몫은 유권자에게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중요하다면, 풀뿌리 일꾼을 선택하는 지방선거도 그 못지않다. 주위에 대선후보들을 꼽아보며 앞으로 5년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면 다음 지방살림 4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모두의 고민이다.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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