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직 단체장이 시한을 정한다는 것은 다분히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일종의 데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인데, 그에 따른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속된 표현으로 잘 해야 본전이다. 그렇지 못하면 두 배로 경을 칠 수도 있다. 당사자로서는 강력한 추진의지를 내보인 것이지만, 관전자들은 그 시한에만 꽂혀 미주알고주알 평들을 늘어놓는다. 불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기정 광주시장은 시한을 정했다. '임기 시작 6개월 안에 5+1 현안사업의 답을 드리겠다'는 선언이다. 집무실에는 '단 1분도 허비하지 않고 속도감 있게 현안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광주의 시계'를 내걸었다. 취임 6개월을 앞둔 임인년 세밑, 강기정의 시계는 어디쯤 가고 있는가.
강기정 시장이 6개월 내 해법 제시를 공언한 현안사업은 이른바 5+1로 불리는 ▲복합쇼핑몰 유치 ▲지산IC 진출로 개통 ▲백운광장 지하차도 설치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 개발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군공항 이전사업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이슈인 복합쇼핑몰 유치는 어느 정도 물꼬가 트였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에 '더현대 광주' 건립을 위한 사업제안서를 제출했고 신세계그룹도 기존 백화점을 확장하는 '광주 신세계 앤 컬처파크' 조성 계획과 함께 어등산 관광단지 스타필드 입점 구상도 내놓았다. 이는 자연스럽게 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이나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사업과도 맞물려 있는 구도다. 광주시는 공정성·투명성·신속성 세 가지 원칙에 따라 행정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9천억원대 국비지원이 걸림돌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백운광장 지하차도 건설사업은 오는 2026년 완공 예정으로, 관련 용역에 착수했으며 지산IC 진출로 개통은 위험도 평가용역 결과에 따라 내년 3월 폐쇄 또는 안전조치 후 개통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군공항 이전 사업은 기존 기부 대 양여 방식에, 국가지원 방안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나 대구시와의 연대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17년째 표류하고 있는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사업도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취소를 놓고 지루한 법적공방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부분만 마무리되면 속도를 내겠다는 게 광주시의 입장이다.
5+1, 어느 것 하나 만만한 사업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까지는 비교적 합격점이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방향성이 정해졌고 단체장의 추진의지 또한 강하다. 아직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다고 하더라도 희망의 빛은 있다. 강 시장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한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소통이다. 풀뿌리 지방행정의 귀결점은 결국 소통과 피드백인데, 이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정책이라도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내실 있게 입안된 정책들이 시민들의 피부로 전해지고 그들의 반응이나 의견이 다시 행정에 반영된다면 건강한 지방행정의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변화고 개혁이다.
하지만 광주시청 안팎에서는 우려의 시각들이 적지 않다. 강 시장이 '가치를 함께 하는 사람들과만 소통하려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 관행처럼 이뤄져 왔던 틀을 깨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이겠지만 주위에서 보면 불안하다. 국회의원 시절에야 '51% 정치'를 하더라도 충분히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방정부의 수장은 사뭇 다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반대편에 섰던 사람도 필요하다면 써야 한다. 시장이 모든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는 평가가 장삼이사, 필부필부 시민들 사이에 돌아야 한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승리 요인 중에 하나가 '고집 센 강 후보가 많이 변했어~'라는 여론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소통과 협치가 충분치 않으면 반쪽짜리 지방행정에 머물 수 밖에 없다. 기왕지사 말이 나왔으니, 강 시장에게 '참모복'이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세밑을 지나면 강 시장의 임기는 3년6개월이 남는다. 광주의 굵직한 현안사업들을 이끌기에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져 허송세월하게 된다면 그 기간은 더욱 짧아진다. 때로는 속도감 있게, 때로는 완급조절이 필요한 대목이다. 현안사업의 답을 찾겠다며 6개월 시한을 내걸었던 강단진 시장,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그 첫걸음이 바로 지금이다.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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