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극의 여왕' 배우 차예련의 등장에 주상욱은 "마누라가 여기 왜 왔어?"라며 동공 지진을 일으킨다. 차예련은 "아침에 자는 척하느라 진짜 힘들었다"며 서프라이즈 사연을 공개한다. 차예련은 "어릴 때 시골에 살아서 그런지 너무 좋다. 귀촌해 살고 싶다"고 말한다. 주상욱이 "우리 귀농할까?"라고 넌지시 운을 떼자 차예련은 "하자, 하자, 진짜 하자 여보…" KBS2 예능프로그램 '세컨하우스'의 한 장면이다.
40대 찐친, '주조형제'로 불리는 배우 주상욱과 조재윤의 좌충우돌 농촌정착기-강진 원포마을 라이프가 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소통으로 기분좋은 웃음을 선사하며 안방을 훈훈하게 달구고 있다.
제3의 주민, '관계인구'에 주목
방송이 눈에 띄는 것은 전라도 강진 땅에서 벌어진다는 점과 도시와 시골의 관계형성, 여기서 싹트고 있는 상생과 공존의 가치를 되살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금, 농어촌의 실상은 어떤가? 고령화에 저출산, 모두가 떠난 농어촌은 그야말로 동력상실의 위기다. 올해 전남지역 33개 초등학교가 신입생을 단 1명도 받지 못했으며, 이중 17개 본교·분교는 2년 연속 신입생이 없다. 재정자립도는 거의 밑바닥이다. 곡성·구례·고흥·보성·장흥·강진·해남·함평·완도·진도·신안 등 11곳은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228개 시·군의 인구변화를 조사한 결과, 지방소멸 위기지역은 59곳으로, 이중 전남이 13곳에 달했다. 전남 5개시와 광주 인근인 담양·화순·장성·무안을 제외한 모든 군이 포함됐다.
그렇다면, 농어촌이 지역소멸에서 탈피할 방법은 정녕 없을까? 최근 '관계인구'에서 해답을 찾자는 제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지난 2018년 일본 정부가 관계인구를 공식 의제로 채택해 매년 30∼40개 지자체의 모델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교류하는 '관계인구'는 주민등록상 거주자인 '정주인구'나 관광여행 등으로 특별한 관계가 없는 방관자적 '교류인구'와 다른 개념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히다시를 비롯해 오키나와 섬 이에마을 등 '관계'에서 활력을 찾은 실행전략이 다양하다. '제3의 주민'이란 평가처럼 관계인구를 늘려 지역재생의 실마리를 만드는 것으로, 체험형 수학여행이나 팬클럽, 관계안내소 플랫폼 등 지역생산자와 도시 소비자를 스토리로 연결해 도농간 신커뮤니티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해 전국 농산어촌 102개 마을을 대상으로 1년동안 패널조사를 한 결과, 다양한 관계인구의 등장은 농촌마을을 변화시키는 동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즉, 마을당 20명의 관계인구가 있고, 전국 도시민의 19.3%를 관계인구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중 28.1%는 농산어촌으로 이주할 의향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문형이든, 5도2촌형(5일은 도시에서 2일은 농촌에서)이든, 이주형이든 다양한 형태의 잠재적 관계인구가 폭넓게 존재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행정안전부도 뒤늦게나마 지자체 중심이던 생활인구(일시거주인구) 확대사업을 올해부터 정부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참여 지자체 20곳을 공모해 2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구감소가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치닫으면서 출산이나 결혼 축하금 등 정주인구를 늘리는 기존의 정책으로는 지방소멸을 막는데 한계에 부닥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3년 첫 시작부터 농촌 관련 예능프로에 이어 고향 이야기가 뜨겁다. 올해부터 243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고향사랑기부제' 때문이다.
고향사랑기부, 농촌 활력의 첫 단추
기존 귀농·귀촌 정책이 도시민의 물리적인 이주 정책을 의미했다면 고향사랑기부제는 도시민과 지역 간 기부를 통해 소통하는 '관계인구'를 형성시킬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08년 일본에서 도입된 '고향세'와 비슷한 제도이다. 재정격차 해소를 위해 꺼내든 이 제도는 시행 첫해 고향납세액이 800억대였으나 현재는 8조원대를 넘어서 성공적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 여부가 갈릴 것이다. 물론 홍보나 답례품의 제공, 기부한도나 세금혜택, 기부금의 활용방안과 투명한 집행 등 명확히 해야할 과제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사랑기부가 중요한 이유는 수도권이나 타 지역 거주민들의 공감 확산을 통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첫 단추가 될 것이란 확신 때문이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가마솥에 밥을 짓고, 침대도 없이 딱딱한 온돌 바닥에서 잠을 자고, 집 앞 텃밭에 각종 채소를 심고 키워 그것으로 밥을 해먹는 2~3일간의 촌캉스 생활…. 농어촌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논뷰(논이 내다보이는 뷰)·밭뷰카페 등 농촌스러움이 도시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으로 변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고 본다. 착한 농심이 어진 소비자를 초대하듯, 그렇게 조심스럽게 다가서면 어떨까?
강동준(이사·마케팅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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