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이대로 좋은가, 광주야구의 현실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입력 2023.02.08. 14:24

한파가 기승을 부리며 매서웠던 겨울이 시나브로 지나고 있다. 입춘이 지나면서 피부에 와닿는 바람결이 한 결 보드랍다. 봄맞이를 준비하는 손길 바쁜 분야가 있다. 바로 프로야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훈련에 치중했던 10개 프로야구 구단이 일제히 전지훈련에 들어가며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30일 KIA 타이거즈가 3년 만에 미국으로 해외 전지 훈련을 떠났다. V12를 꿈꾸는 타이거즈는 2월1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애리조나에서 1차 훈련에 나선다. 이후 타이거즈는 2월24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3월9일까지 2차 캠프를 꾸린다.

시민들의 주목을 받는 다른 야구 이벤트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다. 2017년 이후 6년만에 열리는 WBC는 오는 3월8일 개막해 미국, 일본, 대만 3개국에서 3월21일까지 열린다. 당초 2021년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연기됐다. 우리나라는 2006년 3위, 2009년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며 야구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3년과 2017년에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메달획득에 실패하며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부진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번 WBC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며칠 전 필자는 친구를 만나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야구 선수 출신의 그 친구는 140만명이 넘게 살고 있는 광주광역시에 정규 야구장이 단 2곳 뿐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를 가장 많이 우승한 명문구단의 연고지이자 100만 명 이상 거주하고 있는 대도시에 야구장이 고작 2곳 뿐이란 말인가. 믿기지 않아 광주광역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자료를 요청해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아마야구 전용구장인 무등경기장과 리틀 및 소프트볼 전용구장인 첨단어린이 야구장 2곳만 운영되고 있었다. 그나마 무등경기장은 4년 째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야구소프트볼협회는 3년 전부터 영광, 전북 순창 등지로 이동해 대회를 치르고 있다.

야구소프트볼협회에 등록된 학생 선수를 보면 초등 7개팀, 중등 6개팀 등 총 19개팀 630명이 활동하고 있다. 생활체육 야구팀도 600개 팀에 1만4천여명이 즐기고 있다. 소프트볼팀의 경우 3개 학교에서 55명이 선수로 활동하고 있고 생활체육 팀은 80개팀 1천600여 명이 등록되어 있다. 광주지역 야구소프트볼 선수와 동호인을 합하면 699팀에 1만6천275명에 달한다. 야구에 대한 사랑이 높고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소외와 낙후, 정치적 배제의 한을 품고 살았던 호남인의 가슴을 후련하게 씻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9개 구단 야구장 어디를 가도 타이거즈 팬심이 가장 투터운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야구에 대한 열정은 어느 지역보다 높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명문 구단 연고지인가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상황이다.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정규 야구장 보유 현황이 증명한다. 정규 구장은 경기도가 가장 많은 53개 구장을 갖고 있다. 다음으로 충남이 20개 정규 구장을 갖고 있고 강원도가 19개, 경북이 18개로 뒤를 이은다.

광주광역시와 비슷한 규모의 대전은 6곳, 울산은 4곳, 인천도 3곳의 정규 구장을 갖고 있다. 인근 전남은 12곳의 야구 전용 구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제주도도 3곳이나 된다. 광주광역시만 2곳 밖에 없고 그나마 무등경기장은 보수 공사로 활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에 야구인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3월 소년체전 선발전으로 아마야구 시즌이 시작된다. 광주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올해도 어쩔 수 없이 더부살이 대회 준비에 나서고 있다. 무등경기장 보수공사가 언제 끝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상반기에 완공해 하반기부터는 대회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처럼 다른 지역 대회 개최하게 되면 이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초등 야구팀 이동에 버스 대절비용과 점심 값을 합쳐 100만원 정도 소요된다. 하루에 평균 3게임을 하면 6개 팀이 이동해야 하기에 600만원의 경비가 든다. 여기에 심판진과 대회 관계자 이동도 포함하면 추가 100만원이 소요된다. 타 지역 대회 개최 하루 경비가 700만원 정도 필요하다.

대회가 보통 5일 정도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한 번 대회를 치를 때마다 3천500만원의 경비가 들어간다. 1년에 15개 대회가 열리는 것을 계산하면 5억2천500만원의 비용을 추가로 쓰고 있는 셈이다.

리틀야구장의 경우 더 열악하다. 정식 구장은 없고 20년 전 폐교였던 광산구 본량중 운동장을 보수해 리틀야구장으로 사용해오고 있다. 17개 광역단체 중 리틀야구장이 없는 곳은 광주가 유일하다.

최근 2만여 명의 야구 동호인들이 광주광역시에 건의문을 전달했다. 내용은 리틀야구장 건립과 대체 야구장 마련이다. 아마야구 부흥과 야구 동호인 클럽의 활성화를 위해서 광주광역시의 관심과 투자, 시민들의 사랑이 절실하다.?양기생 경영관리미디어본부장

슬퍼요
1
후속기사 원해요
3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