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청 내에서 한심스럽고 우려스러운 일이 잇따라 터졌다.
전남을 이끌어 가야 할 도청 공무원 몇몇의 도 넘은 일탈은 공직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묵묵히 일하고 있는 다수의 공무원까지 싸잡아 욕을 먹고 있다. 전국 광역단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순항하고 있는 전남도정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공사, 용역, 보조금과 더불어 단체장의 '쌈짓돈'으로 불린 특별조정교부금의 불투명한 집행 및 특혜 발주로 인해 공직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으나 이런 부문이 투명하게 개선되고 안착되니 최근에는 성 비위나 채용 미끼, 품위 손상, 사무관리비 사적 사용 등 개인적인 비리와 악습으로 인해 전국적인 망신을 샀다.
몇몇 전남도 공무원의 일탈행위는 이렇다. 사무관 A(행정 5급)씨는 동료 여직원 B씨가 홀로 기거하는 오피스텔에 무단 침입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돼 공무원 품위손상 등으로 직위해제됐다. A씨는 2018년 같은 팀에서 근무하던 B씨가 술집에 가방을 놔두고 귀가하자 가방을 전달하겠다며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간 의혹을 받는다.
이같은 의혹은 지난해 7월 정기인사에서 A씨와 B씨가 같은 부서에 배치되면서 B씨가 인사부서에 A씨의 처벌을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전남도는 A씨가 오피스텔 비밀번호를 알게 된 경위, B씨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A씨의 처벌을 요구한 이유 등 관련 내용을 감사 중이다.
또 6급 공무원 C(농업직)씨는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고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공무원이 되게 해주겠다'며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27일 열린 인사위원회에서 중징계(파면·해임·강등·정직)를 받았다.
공시생 여성은 청렴신문고를 통해 "2021년 10월 데이트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C씨가 유부남이면서도 이혼남 행세를 했다. C씨가 도의원에게 부탁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시켜 주겠다고 하면서 부적절한 관계를 요구했다"고 폭로하면서 채용미끼 사건이 세간에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수의직 사무관(5급) D씨가 광주 한 음식점에서 도청 공무원 출신 선배와 술을 마시던 중 식당 여주인의 신체를 수차례 만진 혐의로 직위해제됐다. 전남도는 D씨가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판결이 나온 후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농업직 서기관(4급) E씨는 2021년 12월 부하직원에 대한 성추행과 갑질 혐의로 해임됐다.
성 비위에 이어 행정직 7급 공무원 F씨의 사무관리비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져 도청 내부가 시끄럽다.
서무담당 F씨가 매점을 통해 공용물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개인용품을 끼워 넣는 수법으로 예산(50만원 가량)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제보를 받고, 전남도 감사관실에서 지난달부터 감사를 벌여 '훈계 조치'했다. F씨는 사무관리비 사적 사용에 따른 '훈계 조치'를 받은 후 육아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그런데 F씨의 사무관리비 사적 유용 등에 대한 파문이 확산되자, '훈계 조치'로 마무리 지으려던 전남도 감사관실은 부랴부랴 재조사에 들어가고 각 부서별 서무담당자들의 공용물품 구매과정을 전수조사키로 해 찝찝한 여운을 남겼다. 올해 도청 12개 실·국, 62개 과, 250개 팀의 사무관리비 예산은 769억원이다.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자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한다.
"성 비위에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도청 공무원으로서 창피하고 난감하다. 청렴도 향상을 위해 수많은 직원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몇몇 직원 때문에 도청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사무관리비 사적 사용에 대해선 매우 잘못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힘없고 고생하는' 7·8급 서무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업무 의욕 상실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특히 250여명에 달하는 하위직 서무담당자들을 잠재적 피의자로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지, 교각살우의 우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염려도 크다.
'청렴 행정'의 고삐를 바짝 죈 전남도와 '적극 행정'에 앞장선 공직자들 덕분에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되찾고,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가운데 김영록 전남지사의 직무수행이 선두를 달리는 등 안정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도정에 몇몇 직원이 찬물을 끼얹는 격이어서 전남도를 오랜 기간 출입하는 기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전남도와 공무원노조는 몇몇의 일탈쯤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이번 기회를 자성의 기회로 삼고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하게 개선, 도민들에게 보다 더 두터운 신뢰를 받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로 웅비하는 대도약, 전남 행복시대'를 순조롭게 열기 위해선 도청 공직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류성훈 취재2본부·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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