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생활 속 물 절약 운동 이후 반년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입력 2023.04.12. 11:47

10여 년 전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베란다에 화분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이사를 기념으로 지인이 보내준 호접란 2개를 키우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고매한 성품의 난 재배가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호접란 2개를 키우다가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죽고 말았다. 주인 잘 못 만난 탓이라고 애써 위로하며 넘어갔다. 그 여파 때문인지 한동안 베란다는 휑하니 비워 두었다. 가끔 덩그러니 서 있는 필자의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아내가 조그마한 화분을 몇 개 구입해 베란다에 놓았다. 키우기 쉬운 스킨답서스와 꽃기린, 황금죽, 녹보수 등을 추가로 구입하면서 화분이 늘어나기 시작해 20개가 됐다.

실내 식물의 영양 공급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물 주기는 매주 주말에 진행하고 있다. 평소에는 주중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해서 주 2회 이상 물을 줬다. 작년 11월 가뭄 극복을 위한 생활 속 물 절약 운동이 전개된 이후 한 번으로 줄였다.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물 절약 운동에 '니네들도 동참해라'는 차원에서다.

생활 속 물 절약 실천 운동으로 일상에서 소소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 절약 동참을 위해 아파트 현관문 옆에 있는 수도계량기 박스를 열고 밸브를 조절해 수압을 낮췄다. 수압이 약해지면서 여러가지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 발생했다. 우선 집안에서 동시에 물을 사용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거였다. 누군가 샤워하고 있으면 설거지를 그만둬야 했고 설거지를 하면 세탁기가 멈춰야 했다. 수압이 떨어져 샤워용 분무기에서 나오는 물의 세기도 약해졌다. 대충 몸만 씻고 나오면서 샤워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샤워을 맘대로 할 수 없다는 얘들의 푸념도 나왔다. 시민 모두가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 여파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다. 벌써 6개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활 속 물 절약 실천에 따른 불편함을 온몸으로 감수하고 있는 요즘 다소 당황스런 상황을 겪게 됐다.

코로나 여파로 3년 동안 중단됐던 시골 초등학교 동창회가 지난 달 25일 광주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친구들은 풍암체육센터에서 운동으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2시간 정도의 운동을 끝내고 난 뒤 상무지구 호텔로 이동해 짐을 풀고 휴식 시간을 가졌다. 족구 경기 3게임을 하면서 땀을 흘린 필자는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샤워 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가 폭포수처럼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면 물줄기가 너무 강해서 피부에 통증이 느껴질 정도였다.

비누칠을 하기 전 물줄기를 약하게 조절한 뒤 샤워를 마쳤다. 호텔 방안에 있던 친구 4명도 돌아가면서 씻고 나왔다. 물줄기가 너무 강한데 괜찮았냐는 질문에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도 수압을 낮춰서 사용했다고 답했다.

호텔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저녁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며 회포를 풀었다. 술 기운이 돌기 전 가뭄과 물부족에 따른 어려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가 이상 기후에 따른 가뭄 극복과 물 절약 운동에 동참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문득 호텔과 목욕탕 등의 다중이용시설도 물절약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특성상 호텔은 물절약 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만 물 절약 운동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는지 등등의 궁금증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며칠 뒤 관할 구청에 확인해 본 결과 호텔를 비롯한 다중이용·집합시설 모두 물 절약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호텔 샤워 경험을 하면서 물 사용량에 따라 절약 운동의 내용을 다르게 유도하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적인 예가 있다.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의 경우 샤워용으로 매일 10톤 정도의 수돗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수영장이 하루 쉬면 10톤의 수돗물을 아낄 수 았다. 가정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십시일반이다. 시민들의 물 절약 캠페인에도 다중이용시설이나 일부에서 나몰라라 해서는 곤란하다. 다 같이 동참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따.

최근 내린 봄비로 광주 식수원 동복댐의 수위가 20%대를 회복했다. 장마철까지 충분한 양의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제한급수도 불가피하다. 이번 주말 반가운 단비 소식이 있다. 이번 봄비가 제한 급수 위기 해결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양기생 경영관리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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