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브랜드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관광 목적지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브랜드는 도시를 규정하기도 한다. 여행·관광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미지. 전라남도에선 감성여행 '강진 푸소(FU-SO)'와 생태관광 '순천 정원박람회', 낭만여행의 '여수 밤바다'가 대표적이다. 차별화된 자신들 만의 매력을 효율적으로 마케팅한 곳이다. 관광의 출발점이 결국 브랜드 전략과 직결되는 이유다.
관광산업은 비지니스다. 국내·외 트렌드에 반응하며, 도시가 지닌 역사·문화자원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최적의 성과를 내는 것이다. 남도 서남부에 위치한 강진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구력 있는 마케팅으로 요즘 '관광 핫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3만 5천여 명이 사는 농·어촌에 한 해 260만 명이 찾는다. 10년 전, 90만 명에 비해 3배 가량 뛰었다. 농산물 매출 상승과 지역 상권 부활로 이어졌다. 무엇이 강진을 바꿔놨을까.
① 잘 꿴 구슬(관광상품)로 만족도 'Up'
'푸소(FU-SO·Feeling UP-Stress Off)'는 지역민과 함께 만든 대표적 생활관광 관광 프로그램이다. 농촌 민박과 체험을 결합했다. 푸소는 기분을 끌어올리고 스트레스는 떨쳐버리자는 뜻이다. 학생과 공무원 대상 농가 체험으로 시작했다. 숙박 인프라와 연계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일반인에게도 문을 열었다. 1년 내내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넉넉한 '시골 인심'이 핵심이다. 도시 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의 감성을 건들었다. 참가자가 농가에 머무는 6박 7일간 아침·저녁(일부)이 제공됐다. 밭에서 갓 딴 채소로 차려준 시골 밥상에서 위안을 받았다. 낮에는 자유롭게 여행했다. 디테일이 있다. 강진에서만 쓸 수 있는 '생활관광카드'다. 발급받으면 언제나 관광지에서 무료체험·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재방문이 늘어난 배경이다.
② "주민 주도형" 농가·지역 '윈윈'
군민들이 서로 상생하는 구조를 짰다. 반신반의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푸소 체험엔 90여 농가가 참여한다. 이들은 1년에 70차례 넘는 교육을 받는다. 자부심과 함께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2021년엔 '협동조합'이 꾸려졌다. 기념품으로 고추장·된장 세트 같은 6차 산업 상품도 만들었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경제 파급 효과다.
역발상도 빼 놓을 수 없다. 한옥·농가 체험은 호텔 등 숙박시설이 없는 시골 마을의 고육지책이었다. '1주일 살기'도 마찬가지. 유명 관광지라 해도 2박3일 이상은 쉽지 않다. 공모사업을 했던 문화체육관광부가 우려했던 대목이다. 코로나19 시대는 되레 전화위복이 됐다. 철저한 방역을 통해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관광객들의 불안 심리를 꿰뚫었다. 참가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군청 홈페이지가 다운될 정도였다.
③ 핵심은 '관광 거버넌스' 구축
지역기반 관광의 연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프로토콜이 만들어졌다. 따로 놀던 군 행정과 관광사업자, 주민(NPO)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어내면서 '푸소 브랜드'가 탄생한 것이다. 핵심은 2015년 설립된 강진관광재단. 단순 민박 프로그램을 생활 관광사업의 전국적 모델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푸소는 문체부가 공모사업에 적용한 사례다. 콘트롤타워, 즉 관광추진조직(DMO)이 지역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꾼 셈이다.
생활·체험·관광 3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해 말까지 모두 4만6천935명이 푸소를 체험했다. 만족도가 높았다. 재방문율이 늘었고 농산물 구매 등으로 소비가 확대됐다. 직접 생활하면서 믿음과 신뢰가 생겼기 때문. 농가 소득은 40억8천500만원에 달했다. 이 기간 일자리 115개가 창출됐다. 리더십도 빼 놓을 수 없다. 임석 대표는 "주요 기획은 군수에 직보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중간 보고 생략으로 업무 효율성이 늘었다.
강진관광재단의 사례는 과거 일방적인 관주도 방식의 관광정책으론 안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원장은 "지역별로 관광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시장환경 변화에 맞서 성과를 만들어가도록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착각하지 말라! 정책과 예산으로 여행객들의 마음까지 붙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에 연재한 '관광은 그런 것이 아니다'란 글을 통해서다.
광주시가 관광공사 설립을 추진한다. 광주관광재단과 김대중컨벤션센터의 기능 통합에 방점이 찍힌다. 관광과 MICE 기능을 합쳐 시너지를 낸다는 거다. 지난달 말 '공공기관 조직진단 및 기능 효율화 용역' 최종보고회에서다. 재단법인 대신 지방 공기업으로 전환시킨다는 건데,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바뀌는 지는 잘 모르겠다. 광주시 설명과 보고서만 보면 행정·기능의 단순 통합 성격이 강한 탓이다.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관광은 전라도 말로 '게미져야' 한다. 그러려면 이해관계자들 간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 강진은 관광 거버넌스 구축으로 도시를 바꿨다. 그 중심엔 푸소를 주도한 주민과 믿고 끌고간 군수, 시스템을 만든 관광재단이 있다. 광주 관광이 전환점을 맞았다. 관광공사 설립 자체가 관광 활성화를 담보하진 않는다. 질적 성장을 위해 기능과 성격, 역할 등에 대한 공감대와 치밀한 브랜드 전략 등이 필요하다. 단순 두 기관의 '화학적 결합'에 그친다면, 광주는 계속 뒤처질 수 밖에 없다. 공사 설립이 건강한 관광 생태계와 네트워크 구축의 계기가 돼야 하는 이유다. 강기정 시장의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유지호 부국장대우 겸 뉴스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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