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다산(茶山) 정약용의 고전 '목민심서'.
이 책은 목민관이 가져야 할 올바른 마음가짐에 관해 쓴 책이다. 목민관은 지방관청의 수령으로, 지금의 지방자치단체장이다. 광주 군·민간공항의 무안 이전과 관련, 최소한의 대화도 거부한 채 '무조건 반대'만을 외치는 김 산 무안군수의 뚝심(?)을 보면서 '목민심서'의 여러 구절이 마음에 와 닿지만, 특히 5편 이전(吏典) 중 찰물(察物)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찰물은 '물정을 살핀다'는 뜻으로, 관리는 백성들의 고충과 의견 등을 듣기 위해 사방으로 눈을 밝히고 귀를 통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로 재해석하면 공직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단체장들이 주민들의 바람을 현장에서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담아내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는 의문이다.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정확한 여론을 수렴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정치와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체장의 덕목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일부의 주장을 전체 주민 의견으로, 정답인 양 여론몰이를 해서는 바람직한 결과를 절대로 얻어낼 수 없다.
통합공항의 무안 이전을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광주와 전남, 무안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결정으로,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가 특히 중요하다. 군 공항을 소음 피해와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님비시설'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대규모 투자에 따른 지역 발전과 지방소멸 해결책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무안 주민들의 생활과 관련이 깊은 민감한 사안이지만, 장기적으로 광주·전남의 상생을 이끌고 지역의 미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필수 대형 사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통합공항의 무안 이전에 대한 판단은 무안 주민들의 몫이다.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전달이 선행돼야 한다. 통합공항이 무안으로 이전할 경우 소음 피해는 어느 정도이고, 이전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과 공론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토론회와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무안 군민들에게 통합공항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무안군은 '무조건 반대'를 멈추고, 군 공항 무안 이전 반대위는 광주시와 전남도의 홍보활동을 막아서는 안 된다. 특히 김 산 군수는 이전 반대 의견을 존중하듯 찬성 의견도 정책결정에 반영하고 변화하는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객관적인 기관의 여론조사를 실시해 민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올해 안에 어는 정도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수십 년에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는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다. 기회는 매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은 통합공항 건설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분열돼 있는 상황에서 통합공항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중앙정부로부터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 김 산 군수 간 3자 회동이 내달 열릴 예정이다.
강 시장은 무안 군민에게 진정성이 담긴 '약속의 편지'로 호소하고, 공무원들을 무안 현장에 보내는 등 통합공항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뛰고 있다. 정치도 행정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통합공항의 무안이전'이라는 난제를 풀기 위해 3명의 단체장이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 반가운 일이다. 문제는 '빈손 회동'이 아닌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미리 결론을 내지 말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그동안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통합공항 무안이전의 키는 김 산 군수가 쥐고 있다. 김 군수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무안군, 아니 광주·전남의 운명이 달라진다. 김 군수는 '찰물'의 정신으로 군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광주·전남·무안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어떤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어렵사리 찾아온 통합공항 이전이 무산되지 않도록 김 군수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박석호 취재1본부장 haitai20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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