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24년 전 악몽 재현 되나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입력 2024.07.10. 18:01
24년 전 악몽 재현 되나
양 기 생 신문잡지본부장

님비(NIMBY)는 '내 뒷마당에는 안 돼(Not In My BackYard))'의 약어다. 주로 지역 이기주의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장애인 시설, 쓰레기 소각장, 하수 처리장, 화장장 등의 기피 시설을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설치하는 것을 주민들이 반대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서 안타까운 장면을 접했다.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며 삭발식을 진행하는 주민대표를 보았다.

예부터 우리는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해서 신체와 머리카락과 피부는 모두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인식해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으로 여겼다.

신체 일부를 훼손하는 삭발은 자신의 의사를 남들에게 강력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집회나 시위에서 조직의 리더가 의지 표현을 나타내고자 퍼포먼스로 사용하곤 한다.

삭발 보다 더 가혹하고 명확한 의사 표현은 단식이다. 음식을 먹지 않고 자신을 혹사하면서 대중들의 시선을 끌어낸다. 정치권에서 가끔 볼 수 있는데 역시 강력한 의사 표현 방법이다.

눈길을 사로잡은 삭발 모습에 보도 내용을 자세하게 보게 됐다.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소각장 입점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유해 물질로 주민 건강을 해치고 대기환경을 나쁘게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보도를 보면서 느낀 점은 당분간 소각장 건립 문제가 지역 현안으로 지속적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어느 정도의 갈등은 불가피하고 시간도 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기억에 남는 지역사회 님비현상은 몇 차례 있었다. 2017년 지역난방공사가 2천800억 원을 투자해 준공한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는 발전소 사용 연료를 두고 지방자치단체 간, 주민 간 갈등으로 2년 동안 가동을 하지 못했다.

2019년 나주 SRF 현안 해결을 위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 위원회가 출범하며 해결 실마리를 찾더니 이듬해 본격 가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더 올라가면 부안 방폐장 건설 갈등도 있었다. 2003년 당시 부안군수가 정부에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 유치를 신청했다. 주민들은 방사성 물질 오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방폐장 건설을 극렬하게 반대했다. 주민과 주민 간 갈등 속에 반대 주민과 정부와의 대립이 2년 이상 지속됐다. 집회 현장에서 가스통이 등장하고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되면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후유증이 심각했다. 결국 정부는 2005년 부안 방폐장 건설을 포기했다.

24년 전 광주 상무지구 소각장 악몽도 님비사례로 볼 수 있다. 상무 소각장은 2000년 상무지구 난방공급과 쓰레기 처리를 위해 지어졌다.

소각장이나 화장장 등의 기피 시설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과의 소통이다. 여기에는 투명한 행정 절차와 원칙, 그리고 정보 공개가 기본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광주 상무지구 소각장 건립과 가동 당시에는 이런 과정과 절차가 미흡하거나 투명하지 못했다. 720억 원을 들여 소각장을 건립한 광주시는 추진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주민들의 협력을 얻지 못해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주시가 소각장 가동을 강행하려 하자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고 단체 행동으로 맞섰다.

광주시는 주민들의 단체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본청 직원 및 산하 기관 직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상무소각장 정문을 사이에 두고 수 백 명의 공무원과 주민들이 대치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대치 국면을 취재하기 위해 필자는 매일 새벽 6시 상무 소각장 2층으로 향했다. 2층 소각장 관리사무소에서 대치 국면을 보며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했던 기억이 새롭다. 공무원과 주민들의 집단 대치는 며칠 이어지다 마무리됐다. 우여곡절 끝에 2001년부터 가동된 상무 소각장은 2016년 운영을 완전 멈췄다. 혐오와 갈등의 대명사로 도심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상무소각장은 지금은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 중이다.

2030년부터 정부의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 조치 시행으로 소각장 건립은 불가피하다. 광주시는 공사비 3천300억 원, 편의시설 650억 원 등 4천억 원을 투입해 2029년 소각장을 준공하고 2030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을 갖고 매립지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대표의 삭발 모습에 24년 전 상무 소각장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감이 벌써 밀려온다.

문제는 인간 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한 소각장을 원만하게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 주민과의 충분한 소통과 의견수렴, 적절한 보상책이 필요하다. 광주시는 소각장이 설치되는 지역 자치구에 200억 원, 지역 주민 숙원사업비 300억 원, 특별지원금 500억 원 등 총 1천억 원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만족할 만한 액수가 아닐지 모른다. 지역 주민에 대한 가스와 전기요금 지원 등 지속적인 배려와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주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세심한 행정도 필요하다.

모두에게 꼭 필요한 소각장 건립이 극한 갈등과 대립 없이 추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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