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속내 밑자락 깔고 일단 한목소리
시대 흐름 따르는 학생 만족 교육 중요한데
글로컬만큼 재학생 안착, 학교 미래 좌우
교수 아닌 학생 맞춤 학과 통폐합 서둘러야

조선대학교 본관 앞에 일렬로 내걸린 플래카드가 외부인을 맞는다. 80~90년대 대학가 대자보를 소환시키는 이 플래카드들은 대학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표출하고 있다. 그 격함이 쇠가 부딪히는 것같다. 이슈는 글로컬대학 3.0 탈락과 관련해 총장과 이사장 책임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다. 총장에게는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글로컬 탈락시 밝힌 거취를 실행하라는 압박이고, 이사장은 잦은 교육부와의 소송으로 인해 글로컬 탈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2차 글로컬대학3.0 탈락을 고리로 총장과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이러던 중 최근 학교내 비품 구입 입찰과 관련한 사안이 불쑥 튀어 나왔다. 그동안 단가 입찰 방식의 비품 구입건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체크돼 제도적 보완을 해나가고 있던 중 '글로컬 이슈전'의 한복판에 투척돼 다양한 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 이 이슈가 얼마나 휘발성을 가질지 아니면,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지는 시간이 지나면 판명될 것이다. 그럼에도 단가 입찰에 대한 제도 개선을 해 나가고 있는 중에도 특정 업체로 귀결된 점에서는 거대한 조선대의 내부 시스템과 운영 방식의 투명성에 대한 원론적 물음을 던진다.
조선대가 철옹성이었던 박철웅 일가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지 36년이 흘렀다. 강산이 4번째 바뀌고 있다. 그 이후 전국 유일의 총학생을 비롯한 4개 기관이 참여 구성한 대자협이라는 기구 운영과 함께, 20년의 임시 이사제와 14년 정이사 체계로 이사회와 대학의 운영은 더 민주적으로 나아가고 있다. 긴호흡으로 지켜본 시도민들이 조선대에 응원과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많은 응원과 격려에도 학교법인 조선대에 내재된 끊임없는 헤게모니 싸움을 목격한다. 현재 이사장과 총장 퇴진 요구는 각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혹여 총장 선거나 법인 이사회 진입, 정규직 전환 등을 밑자락에 깔고, 처지는 달라도 한 방향으로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대학을 졸업했다고 거저 일자리를 주는 직장은 없다. 학생들이 시대 흐름에 맞는 학문으로 무장해야 가능하다. 아쉽게도 우리의 상아탑은 진리 탐구에만 갇혀있다. 조선대만의 얘기가 아니다. 진리 탐구는 기본이고 변화에 부응하는 학문 전환의 속도도 빨라야 한다. 대학이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학생들은 즉각 반응하고 있지 않는가. 전문대→ 지방4년제→수도권 대학으로 이어지는 연쇄이동은 이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사례다.
학령 인구 감소로 '벚꽃피는 순으로 대학 문을 닫는다'는 예정된 우울한 전망앞에서 연쇄 이동 열차에 탑승하려는 학생들을 붙잡아둘 묘책을 갖고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수백개 대학 중 조선대를 선택한 학생들을 책임지는 것은 교수들의 몫이다. 자신들에게 맞춘 교과과정이 아닌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 운영에 충실하고 있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시대에 맞게 학생들의 수요에 부응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는 바로 재학생 중도 탈락률과도 통한다. 2023년 4월 기준 전남대가 3.94% 중도 탈락률인 상황에서 조선대는 5.05%의 현실은 암울하다. 애써 외면하고 싶겠지만 조선대의 지속가능성의 문제와 직면한다.
조선대 구성원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들은 주인없는 대학에서 기득권 유지, 더 정확하게는 집단이익의 깃발꽂기를 위한 주도권 쟁탈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40년전 학내 민주화운동 당시 활동했던 이들의 이름과 얼굴들이 튀어나와 씁쓸하다.
이사장과 총장은 학교법인 조선대 경영의 책임있는 쌍두마차다. 어느 한편에게만 책임을 떠넘길순 없다. 학교법인 조선대의 간판 아래 각 수장으로서 전가의 보도로 여기고 있는 민립대학 발전을 위해 내부 구성원들을 춤추게 해야 한다.
우선은 내년도 글로컬 3.0대학 선정을 위한 내부 개혁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글로컬대학은 조선대 대외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 물론 그렇다고 조선대의 현안인 중도 탈락생을 잡는데에는 절대 반지가 될 수 없는 것도 자명하다. 이 문제를 풀어 내는데에는 교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의 활약 여부에 조선대의 미래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사장과 총장은 현재 조선대 현실을 위기로 규정하고 분명하게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기 바란다. 학사운영, 교내 물품을 비롯한 기자재 조달 등의 불합리한 것이 있다면 과감한 수술로 도려내고, 민립대학으로서 설립 이념에 걸맞은 개혁도 필요하다. 조선대가 미래로 가는 정답은 나와 있다. 36년전 학내 민주화 투쟁을 넘어야 조선대의 미래가 있다. 대학 구성원들이 서로 이해관계에 얽혀 주판알만 튕기는 교내의 뿌리깊은 정치를 끊어내지 않고선 조선대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다. 이사회와 법인은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학과 통폐합 등으로 오로지 학생들을 위한 투자와 밑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그 시간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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