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대통령 탄핵, 민심에 달렸다.

@박지경 입력 2024.07.24. 17:48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청원이 지난 20일 최종 143만 4천784명의 동의를 얻고 종료됐다.

국회 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이 청원은 발의된지 13일 만에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많은 관심을 끌었다. 국회 청원은 일반적 온라인 서명운동과 다르다.

동의자가 5만명이 넘으면 관련 위원회에 회부돼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다. 이에 따라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겨진 상태며 지난 19일 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가 열렸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2차 입법청문회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 같은 대통령 탄핵 논란은 지난 2004년 이후 한 대통령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5일 새천년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중립의무 위반과 측근비리 등에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하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특별기자회견을 했다. 노 대통령은 사과를 거부했고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은 3월9일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어 11일 탄핵소추안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에 상정됐다. 다음 날 박관용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하고 의장석에서 농성 중이던 여당 의원들을 차례로 끌어내고,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투표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자유민주연합 등 투표에 참석한 195명의 야당 의원들 가운데 193명의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은 가결됐다.

이에 야당에 대한 전국민적 비판이 쏟아졌고 4월15일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한 반면 한나라당은 121석밖에 얻지 못했다. 새천년민주당은 9석, 자유민주연합은 4석을 얻는데 그쳤다. 헌재도 5월14일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탄핵사태는 종결됐다.

이어 압도적 표차로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도 임기 초반인 2008년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결정 파동으로 탄핵 논란을 불렀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이명박 대통령 청원을 요구합니다'는 청원게시판에 서명한 인원은 그해 5월 13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회가 탄핵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당시엔 국회 국민동의 청원제도가 없었다. 이 제도가 만들어진 것은 2020년 1월이다.

이어 집권한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탄핵을 당한 첫 대통령이 됐다. 당시 박 대통령 탄핵 운동은 서명보다는 집회 위주로 진행됐다. 2016년 12월3일에 열린 6차 범국민행동 집회에서는 주최 측 추산 232만명이 참가, 헌정사 최대 시위 기록을 경신하는 등 퇴진 촛불집회에 연인원 1천650만명이 참여했다. 이 국민적 운동은 애초 자진 사퇴(하야)론에서 차차 퇴진을 강요하는 퇴진론으로 옮겨갔고 결국은 강제적 퇴진인 탄핵론으로 발전해 갔다.

결국 그해 12월9일 일부 여당 의원의 가세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다. 이어 3월10일 헌재가 탄핵 소추안을 인용 결정해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상실했다.

이에 따른 조기선거로 행정부 수반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도 탄핵 논란을 피하지는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2020년 2월4일부터 한달여 동안 진행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46만9천23명이 참여했다. 당시 이 청원을 올린 이는 마스크 수급 대란,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으로부터 전면 입국 금지를 하지 않아 '자국민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유로 들었다. 이 청원은 국회 청원이 아니어서 법사위가 심사를 할 의무는 없어 그냥 넘어갔지만 국민은 갈등의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국민이 만든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심판하는 현상이 계속되는 것을 두고 학자들은 온라인·모바일 등 통신기술의 발전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또 이런 소통수단의 발달은 대의정치 토대를 크게 흔들면서 직접민주정치를 활성화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국민 여론이 향후 방향을 정하게 될 것이다. 민심이 탄핵소추를 찬성할 정도로 윤 대통령에게 중대한 위헌·위법행위가 있다고 생각하면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밀어붙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역풍을 우려해 시늉만 할 가능성이 크다.

민심도 변하는 만큼 누구도 쉽게 예측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뜻을 잘 헤아리기 바랄 뿐이다.박지경 디지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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