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16일 전국 4곳에서 단체장을 다시 뽑는 '정치 극장'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후속편이어서 맥빠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했다. 부산 금정구청장과 강화군수, 전남에서도 곡성과 영광군수를 선출하는 재선거 사전투표가 11일부터 이틀간 진행돼 흥미진진한 게임속으로 빨려 들고 있다.
곡성과 영광 군수 재선거는 향후 지역 정치 지형의 풍향계이다. 지방선거를 불과 1년 8개월 남겨놓은 상태에서 치러지는 정치이벤트여서 텃밭을 사수하고 빼앗으려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은 반드시 깃발을 꽂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 깃발은 혁신당이나 진보당에 나비의 날개짓이 되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는 향후 정치적 보폭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이재명, 조국, 두 당의 대표가 군수 선거의 전면에 뛰어든 이유다.
이재명, 조국, 김재연 등 참전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3명 후보가 호각지세인 영광은 이번 10.16 보궐선거의 핫코너이다. 영광은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8차례 군수 선거에서 지역 정치 지형의 주류 역할을 해온 민주당을 제치고 3차례나 무소속이 당선됐다. 역대 도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아닌 진보 계열의 정당 후보가 선출된 다이나믹한 면을 보여줬다.
역사적으로 보면 영광은 백제 근초고왕이 호남으로 밀고 내려왔을 때 강렬한 저항을 벌인 마한 세력의 중심이었다. 동학도 영광에서 강렬한 봉기와 저항을 보여줬는데, 이러한 자주 의식과 저항 정신은 지역민에게 남다른 자부심으로 자리잡았다. 내륙과 바닷가로 이뤄진 영광은 양 지역의 정치적 성향이 확연히 다르다. 백수 출신인 강종만 전 군수가 두차례나 무소속으로 당선된 것도 확실한 지지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민주당 장세일 후보, 혁신당 장현 후보, 진보당 이석하 후보 등이 모두 읍내권과 연관이 있는데, 누가 바닷가쪽과 중립지대의 표를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는 각 정당들은 대표를 비롯해 당지도부가 총출동해 상주 선거운동은 물론, 여론조사에 조직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샘플링 바이러스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여론조사 기관이 추출한 표본수의 경우 30대는 거의 없고 대부분 50~60대다보니, 마이너스 가중치를 주어 보정 작업을 거쳐야할 상황이다. 여론조사 응답 작전이 과열되다보니 내륙과 바닷가 쪽의 표심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여론 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총선 '지민비조' 잊어라
이재명과 조국 대표의 참전으로 후끈 달아오른 군수 선거판은 급기야 후보간 고소고발전은 물론 가시돋친 비난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9월 곡성과 영광선거운동 지원으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표결에 불참한 조국 대표를 향해 '더 상한물'이라고 할 만큼 공격을 감추지 않는다. 혁신당이 민주당을 향해 "호남의 국힘"이라고 퍼부은 것에 반격이었다.
6개월전 총선에서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당'을 의미한 '지민비조'의 캐미를 보였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안면몰수를 하고 '너죽고 나 살기식'의 결투를 보는 것같다. 총선에서 비례대표 출마로만 의외의 반사이익을 누렸던 혁신당으로서는 원구성 이후 교섭단체 완화에 소극적인 민주당에 서운함으로 호남의 지역구 깃발꽂기에 정면 도전을 한 것이다.
독자적 생존을 지향한 진보당은 그렇다치더라도, 혁신당의 호남 지역구 도전은 사실상 차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향한 더 큰 전선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이 사정을 알고 있기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호남이 화가 난 줄은 알고 있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영광군수에서 지면 막 출범한 지도부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는 위기의식으로 지역민을 흔들고 있다.
조국 대표도 "대선에선 민주당과 단합하겠다"는 말로 틈새 공략을 가속화 하고 있다.
이들의 지역 표심 공략에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할 지원금 경쟁도 빠지지 않는다. 실상은 단체장으로선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인데, 당대표들이 나서 공약을 쏟아 붓고 있다.
영광군수 재선거에 출전한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신뢰감보다 피로감을 주는 것은 맞다. 혁신당 후보는 민주당 경선룰을 문제 삼고 뛰쳐 나왔고, 민주당과 진보당 후보 역시 참신성은 도진 게진이다.
절박한 그들 6일 후 결판
그래도 선거와 정치는 상대평가이다.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주어진 조건에서 골라내야 한다. 이번 재선거 결과는 선수 뿐만 아니라 이재명·조국·김재연 등 주요 벤치 요원들의 향후 정치적 입지까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로 1심 재판 선고를 앞두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선 영광군수 선거를 지켜내 건재한 리더십을 사법부에 보여줘야 한다. 조국 대표 역시 차기 지방선거에서 더 많은 지역구에 출전하기 위한 확실한 우위를 잡을 토대 구축에 절실함이 있다.
무엇보다 영광군수 재선거는 한국정치의 변곡점이다. 유권자들은 민주당 혁신당, 진보당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선거 결과의 파급 효과는 호남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풍향계 역할을 하게 된다.
모처럼 광주전남 정치극이 민주당 일방주의에서 조국당과 진보당 등이 서로 뜨거운 경쟁으로 지역민들의 이목을 끌어 다행이다.
혁신당과 진보당의 반격에 민주당의 파열구가 생길 것인지, 아니면 움츠려 뒷걸음친 민주당의 돌파가 볼만 하다.
지역정치 지형도를 전망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의 결과는 6일후면 나타난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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