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은 인류 삶을 크게 변화시켜 왔다.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으나, 한편으로는 사회·국가적 불평등을 초래했다. 18세기 말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영국 등 유럽 강대국들이 경제적 번영을 이뤘지만, 산업화가 늦었던 국가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경제적 종속 상태에 빠졌다. 영국이 기계화 된 대규모 공장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동안 인도의 전통적 수공업은 붕괴됐고 이로 인해 경제적 격차가 심화됐다. 개인 간 불평등도 커졌다. 산업화 기간 동안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 반면 기계와 기술을 소유한 자본가 계층은 그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그 결과 자본가와 노동자 계층 사이 경제적 격차는 날로 커졌다.
기술 발전에 따른 불평등의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디지털 격차 (Digital Divide)다. 디지털 기술에 쉽게 접근해 습득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오늘날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고소득층이나 도시 거주자는 최신 기술을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저소득층이나 농촌지역에서는 인터넷 접근이 어려워 정보화 기술 활용에서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는 교육, 취업 기회, 사회 참여 등에 영향을 미쳐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기술 발전에 따른 격차가 더욱 벌어질 상황에 처했다는 점이다.
최근 AI(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를 정도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AI 기술이 각종 산업에 도입되면서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직업 종사자는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제조·운송·서비스업 등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AI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경우 새로운 일자리를 얻거나 경제적 이익을 취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고용시장에서 밀려날 위험이 크다. 교육 수준이나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계층일수록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 소득 격차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일부 기업은 이미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마케팅, 고객 서비스 등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소규모 자영업자나 전통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유층과 기술 접근성이 유리한 사람들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더욱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AI 발전은 단순히 경제적 격차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AI가 의사결정을 대신하는 영역이 확장되면서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대한 차별이 심화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AI를 이용한 채용시스템에서 편향된 결과가 나오거나, 범죄 예측 시스템에서 인종적 편견이 드러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AI 혁신은 그 자체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고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겠지만 반면에 불평등과 그에 따른 사회적 갈등 문제 또한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용적이고 공정한 기술 발전을 해야 한다. 이전 산업혁명에서 디지털혁명에 이르기까지 이 같은 포용적 발전은 없었다. 따라서 AI 기술 발전과 관련해서 정부와 기업은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기술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훈련 시스템을 제공, 기술 접근성이 낮은 계층도 AI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또 국제사회 차원에서도 기술 공유와 협력이 필요하다. 강대국들 간의 기술 경쟁은 필연적이지만 개발도상국들이 이러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이전 프로그램이나 공동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 간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AI 윤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AI가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윤리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AI 기술 발전은 미래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가 간, 개인 간 격차 문제를 외면한다면, 기술의 혜택은 특정 계층이나 국가에만 집중되고 나머지는 소외될 수 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모든 사람이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포용적인 기술 발전과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박지경 디지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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