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동킥보드는 도시의 효율적인 교통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스마트 폰만 있으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혁신 제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런데 요새 전동킥보드는 국민들이 보기에 위험하기만 한 성가신 물건이 되어가고 있다. 밖에서 안전모를 미착용하고 운행하는 운전자를 마주할 때면 위태롭기가 짝이 없어 보인다. 어쩌다 헬멧을 착용한 이용자를 보면 기특하다는 생각에 칭찬하고 싶어 진다. 그만큼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사람이 드물다. 실제로 2023년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한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동킥보드의 안전모 착용률은 개인 소유에서는 56.8%였지만 공유형은 8.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미착용으로 적발한 건수는 2021년에 5만8천570건, 2022년 12만6천721건, 2023년 13만6천346건을 기록하고 있다. 3년 새 무려 233%가 증가했다. 그런데 이러한 단속 건수 뒤에는 실제로 심각한 위반 상황이 숨겨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공유형 전동킥보드는 12개가 업체가 약 29만2천902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8.5%의 이용자만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 근거하면 하루 동안 대략 2만 6천 건의 위반이 발생하고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대여 횟수가 많아질수록 단속할 상황도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예컨대 전체 공유 킥보드가 하루 평균 2회 대여되었다면53만700건이고 평균 3회가 대여 되었다면 79만6천50건의 위반이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전동 킥보드에 한정하여 안전모 미착용이라는 단일 위반으로만 그렇다. 공유업체 차원에서 안전모 문제를 방관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2021년 5월 의무 착용이 시행되면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안전모를 제공했었다. 킥보드에 연결고리를 부착해 제공하거나, 헬멧 보관함을 설치하고 이용자가 자율적으로 반납하는 방식도 시행했었다. 그런데 효과성은 낮았다. 안전모는 십중팔구가 분실되었고 위생상의 문제로 지속적인 관리가 불가했다. 공유형 킥보드는 이동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비 계획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애초부터 안전모를 준비해서 탑승하는 것이 아니고 즉흥적이고 상황적으로 선택하는 이동수단이다. 더욱이 안전모 착용은 거북하고 휴대가 불편하다. 무더위에 착용하면 온열질환의 위험성도 초래할 수도 있다.
안전모 착용 문제와 관련하여 외국의 대응 방식들은 자못 상이하다. 유럽 최초로 공유 전동 킥보드를 허가했던 프랑스 파리는 2023년 9월부터 공유형 전동 킥보드 영업을 주민투표에서 90%의 찬성을 통해 금지했다. 위법한 운행, 난폭운전, 무단주차 등으로 시민들에게 불편이 증가했고 인명피해도 급증한 것이 이유였다. 파리시는 영업금지 이전에 업체 수를 3개로 제한하고 속도 제한, 전용 주차장소 지정, 번호판 부착 의무화 등 규제를 동입했지만 효과가 미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캐나다 몬트리올도 공유 전동 킥보드를 금지하거나 제한했고 최근에는 호주 맬버른에서 시의회의 결정으로 공유 전동 킥보드를 금지시켰다.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금지했으니 그만큼 안전모 착용률은 상승하였을 것은 자명하다.
오히려 안전모 착용을 자율화하는 경우도 있다. 대신 안전 규제를 추가하는 것이다. 독일은 안전모 착용을 자율로 하지만 주행속도는 5㎞에서 20㎞로 주행해야 하고 공공장소에서는 번호판이 부착된 공유킥보드만 탑승할 수 있다. 번호판이 없는 개인소유 킥보드는 도로가 아닌 곳에서만 이용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18세 미만은 반드시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지만 성인은 자율이다. 뉴욕에서도 18세 이상은 안전모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일본에서는 2023년 7월 1일 이후 전동킥보드는 16세 이상의 경우 운전 면허가 불필요하고 안전모 착용도 권장사항이다. 속도제한은 20㎞이고 최고 시속을 6㎞ 이하로 설정하고 녹색램프를 점멸시키면 보도를 주행할 수 있다. 일본에서 의무화 폐지 이전에 착용률은 10% 이하의 낮은 수준이었다. 확신할 수 없는 의무적 안전모 착용 규정을 유지하기보다 속도제한과 보험가입을 강화하고 제품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공유형 전동킥보드의 안전 문제가 지속된다면 파리시와 같이 영업을 금지해야 할 수도 있다. 관련된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공유형 전동킥보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파리시민의 투표결과와 유사한 수준일듯 하다. 다만 도시 이동의 편리성과 환경문제 감소 등의 장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므로 공유형만을 제재하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완전한 금지가 불가하다면 이용자가 실질적으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범칙금 2만 원은 결코 유용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공유형 전동 킥보드의 속도를 보행속도의 두 배정도 그러니까 12~15㎞ 정도로 제한하고 안전모 착용은 권장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현재 안전모 미착용 형태는 일반인에게도 시각적으로 법규 위반의 일상화를 조성하여 사회전체의 준법수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법률제정이 어렵다면 지방정부 차원의 대안도 강구해볼 필요가 있다. 주민투표는 파리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법에서도 엄연히 주민투표권을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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