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속도를 내면서 오는 5월 조기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언론들은 연일 대권 후보들의 여론조사 성적표를 쏟아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여·야를 불문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세론'이 확고해 보인다. 일부 조사를 제외하고 두 자릿수 지지를 기록한 건 이 대표뿐이다. 현재까지는 '경쟁'이 아닌 '독주'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고질적인 사법 리스크와 강성 이미지, 30%대 박스 권에 갇힌 지지율 등으로 대선 승리에 대한 물음표가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김부겸 전 총리와 김동연 경기지사 등 '비명계' 잠룡들은 이런 틈새를 파고들면서 '반 이재명 전선'을 형성하며 1위 견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친명계'는 이들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여·야간 1대 1구도가 본격화되면 이 대표 지지율은 급상승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져 있다.
이번 탄핵정국으로 진보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박근혜 탄핵 정국 때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보수가 견고히 응집하면서 진보와 보수간 박빙구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중도층과 무당층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관심거리는 호남 민심의 향배다.
광주·전남은 그동안 민주당에 압도적이고 무한한 애정을 보여 왔다. 15대 대선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1.53%p 차이로 제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광주 97.28%, 전남 94.61%로 90% 중반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는 48.91% 득표율로 이회창(46.58%) 후보를 이겼다. 승리 원동력은 광주·전남의 95.17%와 93.38%라는 성적표였다. 반면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3.55%P차이로 패배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전 대선에 비해 낮은 광주 91.97%, 전남 89.28% 득표율 받았다. 특히 역대 대선 중 최소 차이(0.73%)로 쓴맛을 본 이재명 대표는 20대 대선에서 광주 84.8%, 전남 86.1%에 그쳤다. 일명 '9대 1 법칙'으로 대선에서 호남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광주를 찾은 박지원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호남에서 81%를 얻어 결국 0.73% 차이로 패배했다"며 "호남에서 이 대표에 대한 득표율이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93%, 95% 이상 나와야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와 보수간 팽팽한 대결 속에서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돼 결국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박 의원의 '호남 몰표' 발언은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지난번 대선에서 호남 때문에 패배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호남이 똘똘 뭉치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고, 그렇지 않으면 보수정당에게 정권을 빼앗겼다. 그 만큼 호남 표심은 그 자체로 파급력이 크다.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은 '호남 발전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지금의 지역 현실을 보면 그들이 우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했고, 지역발전을 위해 얼마나 앞장섰는지 의구심이 든다. 호남을 볼모로 공약만 남발하고 실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등 지역 정치권의 무능력도 문제지만, '친명계'과 수도권이 장악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이 더 크다. 칼럼을 쓰던 중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라는 말이 떠오른다.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부모 자식 간이라도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기만 하는 경우는 없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호남은 그동안 일방적으로 주기만 했다. 이제는 대접을 받을 때다.
민주당이 이번에도 진정성을 갖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20대 대선 때보다 더 낮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선거 때만 되면 찾아와서 표심만 구애하지 말고 평소에 잘해라. 광주에서 '풀뿌리 정치'를 한 아버지는 항상 이렇게 당부하셨다. "세상살이에도 다 적용되겠지만 정치인에게 가장 큰 덕목은 평소 잘하는 것"이라고. 광주·전남 사람들은 더 이상 '호갱'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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