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고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 소리에 가끔 놀라는 경우가 있다. 070으로 시작하는 광고성 전화나 건설업체의 아파트 분양 광고가 그렇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오는 경우 부담스러워 선뜻 받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도 있다.
가슴이 철렁거리는 전화도 있다. 시골에 홀로 계신 아버지에게서 오는 전화가 그렇다. 90대 중반의 고령인데다 거동이 불편해 민원성 요구사항이 많다.
몇 달 전 이른 새벽 잇몸에서 뭉치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전화가 왔다. 출근을 미루고 시골로 내려가 아버지를 모시고 치과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적이 있다.
치과 진료 몇 주 후에는 배가 심하게 아프다며 밤중에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혼자 가셨다. 급성 장염 진단을 받고 링거를 맞은 뒤 새벽에 시골집에 모셔다드리고 왔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돌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을 때 일어나는 돌발 상황이다. 고령의 시골 어르신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스스로 대처하기 쉽지 않다. 대개 응급 상황은 갑자기 아프거나 다치는 의료 분야가 많다. 자식들에게 연락을 취한 뒤 대처하다 보면 골든 타임을 놓치기 쉽다. 누구의 부모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시골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 어머니 일이다.
최근 농촌 지역 의료 현실을 보여주는 자료가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끈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전남 영암 무안 신안) 최고의원이 최고위원 회의에서 주장한 자료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전남지역의 경우 의료 접근성이 낮고 도시 보다 더 많은 의료비를 부담하고 있다.
전남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6.6%로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았고 경북 25.5%, 강원 25.0%, 전북 24.8%로 뒤를 이었다. 전남은 장애인 7.52%, 치매 환자 4.4%로 의료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22개 시군 중 17개 군이 의료 취약지로 분류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1천 명 당 필수 의료 전문의는 0.29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이는 수도권 1.86명은 물론 서울 3.02명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격차가 나는 수치다.
중증 응급 외상환자의 다른 지역 유출률은 51.2%로 전국 평균 19.9%의 두 배가 넘고 상급종합병원 180분 내 접근율도 53.8%로 전국 평균보다 20% 포인트 정도 낮다.
전남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통계다.지난달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자료에도 지역 보건 환경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남은 1인당 월평균 진료비가 26만7천 원으로 서울 20만 4천 원보다 6만3천 원 더 많이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방문 횟수(입내원 일수)도 월평균 2.41일로 전국 1위였다.
반대로 가장 적게 쓴 곳은 세종이었다. 월평균 진료비 17만1천 원, 방문 횟수도 1.74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서울 의료기관의 타지 환자 유입률은 40%를 넘어섰고 지역 환자가 서울에서 쓴 진료비만 총 10조 8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남도의회 서동욱(더불어 민주당, 순천4) 의원은 전남소방본부 행정 사무감사에서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을 주문했다.
그는 2024년 광주전남지역 구급 이송 지연 사례가 2천247건으로 2023년 2천614건보다 감소했지만 2시간 이상 지연된 사례는 97건에서 11건으로, 3시간 이상은 26건에서 32건으로 오히려 늘었다고 밝혔다.
전남지역 급성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전국 최하위로 2024년 상반기 기준 서울 12.4%, 전국 평균 9.2%에 비해 전남은 5.4%에 불과하다.
같은 구급차를 타더라도 서울에서는 10명 중 1명이 살아서 돌아오는데 전남은 20명 중 1명도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가 지역별 특성에 맞는 의료 인프라 확충과 응급의료체계의 통합 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시골 어르신에 대한 의료 접근성과 건강보장권 강화에 더욱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의료 접근성 향상과 건강보장권 강화는 선진 의료 복지 실현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전남도가 농촌 어르신의 건강 수명 연장과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예방 중심 정책을 보다 강화해 추진하겠다는 대책을 내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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