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오열’…도로에 주저앉아버린 어머니들
“법정 구속되기만을 기대했는데…실망 크다”
"죄지은 사람은 편하게 왔다가 곱게 돌아가고 왜 피해자인 우리가 이렇게 고통받고 도로에 널부러져야 하는 겁니까."
7개월만에 다시 전두환을 마주한 광주 시민들은 끝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가 광주에 도착해 재판을 받고 떠나는 순간까지 또다시 고통스러운 감정에 휩싸인 시민들은 떠나는 전씨를 지켜보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전두환이 사자명예훼손 재판 선고를 위해 광주를 찾은 30일. 이날 하루동안 광주지방법원 곳곳에서는 전두환을 향한 광주 시민들의 분노와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당초 5월 단체의 입장 발표가 오후 1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오전부터 법원 앞에 모인 5월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전두환의 엄벌을 외치며 곳곳에서 분통을 터트렸다.
5·18 당시 숨진 아들 권호영씨의 유골을 DNA 감식을 통해 22년만에 품에 안은 이근례(81)씨는 "오늘 전두환을 만나 사죄를 받지 못하면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며 "어떻게 사람을 이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눈하나 깜빡 안하고 살 수가 있는가. 오늘 전두환을 보고 꼭 사과를 받고 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자택을 출발하며 항의하는 이들을 향해 "시끄럽다 이놈아"라고 되받아친 전씨는 광주지법에 도착해서도 한 마디 사죄의 말 없이 재판정으로 향했다.
전두환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접한 5월 어머니들은 법원 앞으로 향했으나 폴리스 라인 뒤에 서서 "사죄하라"고 외치는 것이 고작이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재판이 끝나는 1시간여 동안 시민들은 법원 앞에서 차분히 기다리며 재판 결과를 기다렸다. 오후 3시께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앞은 다시 술렁였다.
시민들은 "이게 재판이냐. 당장 전두환을 구속하라"고 반발했다. 재판이 끝난 후 5월 단체들이 "양형이 아쉬운 재판이었으나 헬기 사격이 인정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으나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전씨가 끝내 사죄의 말 한 마디 없이 법원을 빠져나가자 시민들은 참았던 분노를 터트렸다.
법원 후문으로 빠져나가는 전씨 차량을 향해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이 나쁜놈아" "내 자식 살려내라"고 외치며 다가가려 했으나 제지당하자 허탈해하며 도로 위에 주저 앉았다.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법정구속되기를 기대했는데 집행유예 2년이라니 있을 수 없는 판결이 나왔다"며 "대체 우리 어머니들 한을 어떻게 풀라는 것인가. 전두환을 마주보고 사죄의 말 한마디 듣자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가.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고 오열했다.
법원 정문에서도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전두환이 오전 자택을 출발하며 타고 온 에쿠스 차량이 광주지법 정문을 지나자 분노한 시민들은 차량을 가로막고 준비한 계란 한 판을 차량에 던지거나 밀가루를 던졌다. 전씨가 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도 시민들은 "이 차라도 압류해야 분이 풀리겠다"며 10여분간 차량을 붙잡고 보내주지 않았다. 끝내 경찰이 시민들을 떼어 놓으면서 전두환의 에쿠스 차량은 전두환 대신 광주 시민들의 분노를 한 몸에 받고 법원을 떠났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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