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반대 상징 ‘빨간리본’과
희생자 100여명 영정사진 내걸려
미얀마 민주화 지도부 민꼬나잉 감사 서신
“어려울 때 손 내민 친구… 한국 감사 ”
“미얀마는 80년 광주, 희생 헛되지 않을 것”
택나잉셰인 17세, 칸아웅표 19세, 모아웅 23세, 흐라밍뚜 25세…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치다 희생된 이들의 이름이다. 5·18민주광장에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빨간리본이 나부꼈다. 미얀마 민주항쟁 희생자 추모공간이 마련된 문화정당역 3번 출구에는 항쟁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정사진이 빼곡했다. 영정사진엔 이름과 나이 생전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날은 미얀마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집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27일 오전 11시 집회에 참여한 80여명의 시민들은 영정사진을 들고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장소인 옛 전남도청 분수대 주변을 둥글게 에워쌌다. 추모집회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굵은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시민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으로 산화한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하고 위령제를 지내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랐다. "더 이상의 희생은 없기를, 군부 쿠데타에 맞선 미얀마 국민들의 항쟁이 꼭 성공하기를"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와 민주화 지지 광주연대(이하 광주연대)가 주최한 추모집회는 ▲미얀마에서 온 서신 ▲미얀마 국민 발언 ▲위령제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예정됐던 광장 일대 침묵행진은 비가 내리면서 취소됐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80년 5월 광주에서의 무자비한 폭력과 학살이 2021년 미얀마에서 반복되고 있어 너무 안타깝다"며 "우리는 폭력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민주주의를 위해 나아가는 미얀마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는 미얀마 국민들과 함께하기 위한 연대의 길을 나섰다. 광주는 결코 미얀마를 외롭게 두지 않겠다"며 "80년 5월의 희생과 항쟁이 오늘날 한국 민주주의를 만들었듯 2021년 미얀마 국민의 용감한 투쟁이 미얀마 민주주의의 토대가 될 것이라 믿는다.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민주화 지도자 '민 꼬 나잉'은 서신을 통해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 그대로 여러분의 편지가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주고 있다"며 "한국의 격려와 연대에 감사하다. 국제사회 연대 덕분에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2009년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미얀마민주화운동의 주역으로 군부독재에 맞서다 65년형을 선고 받는 등 미얀마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로 존경 받고 있는 인물이다.
광주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마웅(26)씨도 발언자로 나섰다. "군부가 통신을 끊어 미얀마 가족·친구들과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힘든 상황이다. 군부는 아이아버지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죄 없는 아이를 죽이는 악행을 저질렀다"며 "미얀마 국민들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전세계 사람들의 참여와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살려주세요"라며 "한국의 적극적인 도움에 정말 감사하다. 이 고마움을 절대 잊지 않고 꼭 갚겠다"고 호소했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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