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소원인 미숙씨 이야기 담고 싶었어요"

입력 2024.07.30. 15:49 최소원 기자
[29일 영화 '똥 싸는 소리' GV 성료]
조재형 감독·임도윤 배우 참석
실제 인물 밝은 모습 바탕 제작
제목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배우의 연기 비화 등 밝히기도
지난 29일 영화 '똥 싸는 소리'의 개봉 전 시사회 행사를 앞두고 조재형 감독이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처음 이 제목으로 정했을 때 저와 PD 한 분 빼고 모든 스태프들이 반대했어요. 그런데 이것만큼 장애인들의 고충을 알릴 수 있을만한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저의 감을 믿기로 했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6시30분 광주독립영화관에서 광주 독립영화계 거장 조재형 감독의 복귀작 '똥 싸는 소리'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GV)가 열렸다. 조재형 감독, 임도윤 배우와 함께 열린 이번 행사는 김수진 (전)씬1980 편집장이 진행을 맡았다.

이번 영화는 광주 출신인 조 감독이 제작한 2016년 '맛의 기억' 이후 8년 만의 복귀작이다. 지난 2018년 갑작스러운 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된 조 감독이 영화를 찍으려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실제 인물 김미숙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다.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에서 일하는 김 씨의 활달하고 발랄한 캐릭터를 영화에 녹여보고자 기획했다고.

지난 29일 영화 '똥 싸는 소리'의 개봉 전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영화 '똥 싸는 소리'는 '엄마'가 되는 게 소원인 하반신마비 장애인 '미숙'이 3년간 만난 전 남자친구에게 실연당한 후 직장 동료 '태식'과 가정폭력의 피해자 '수영'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장애인의 인권 조명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등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어둡지 않은 분위기로 담았다. 영화 속 '미숙'과 '태식'은 광주장애인복지시설 '실로암사람들'에서 각각 상담사와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실로암센터는 영화 속 주요 장소로 자주 등장하며 실제로 이곳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기획, 제작, 배급까지 모두 지역의 힘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와 실로암사람들이 공동제작, 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처음으로 배급을 맡았으며 조재형 감독의 복귀를 응원코자 프로듀서 최지원, 각본 이경호, 조감독·각색·CG 유명상, 조감독 김신혜, 촬영 오태승 등의 스태프들이 제작에 헌신적으로 참여했다.

지난 29일 영화 '똥 싸는 소리' 영화 상영 후 조재형 감독, 임도윤 배우, 김수진 (전)씬1980 편집장이 GV를 진행하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이날 영화 상영 후 진행된 GV에서 조 감독과 임 배우는 관객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의 기획 연출과 의도, 계기를 묻는 질문에 조 감독은 "영화의 시작은 2014년도였다. 실제 모델 김미숙 씨를 만나며 제작을 구상했다. 밝고 웃음이 많으며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인물이었다. 당시에는 다큐멘터리를 찍어보고자 해서 그를 따라다니며 촬영했지만, 작품은 완성되지 못했다. 그의 실제 소원이 '엄마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고, 2018년 사고를 겪은 후 영화를 찍으려 했을 때 미숙씨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휴먼 드라마나 장애를 이겨내는 이야기가 아닌, 김 씨의 밝은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영화 제목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한 관객이 "많은 제목 중 '똥 싸는 소리'라는 제목을 선정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조 감독은 "처음 가제는 달랐다. 제작을 준비하며 실제 김미숙 씨가 작성했던 에세이를 읽어보던 중 '똥 싸기 싫다'는 제목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하반신 장애인으로서 스스로 배변활동을 하는 게 정말 힘든데, 그가 글 속에서 '난 평생 똥을 안 싸고 살고 싶다'고 얘기한 게 마음에 닿았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이유로 관장을 자주 해야 하는 등의 고충을 영화 제목으로써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진행된 영화 '똥 싸는 소리' GV에서 조재형 감독이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이어 다른 관객이 임 배우에게 "엄마가 되고 싶은 미숙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소화하고 연기를 펼쳤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하자 그는 "장애라는 것은 영화 속 대사처럼 '생김새가 다른 것'일 뿐,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장애인 캐릭터라고 해서 특별한 설정을 추가해야겠다는 것보단 미숙 씨와 직접 소통하며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3년 전에 촬영한 작품을 3년 후의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가장 숙고했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한 관객이 음성해설과 자막을 삽입해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로 제작하는 것은 어떻냐고 제안하자, 조 감독은 "며칠 전 진행했던 국회 시사회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들어와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영화 '똥 싸는 소리' 스틸컷

31일 개봉하는 영화 '똥 싸는 소리'의 개봉 확정관은 광주 지역에서는 광주독립영화관과 광주극장이며, 이 외에도 전국으로는 서울 인디스페이스, 대구 오오극장, 목포 시네마엠엠 등 총 10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개봉 후 각 지역의 관객들을 더 가까이서 만나는 GV도 이어질 예정이다. 자세한 상영시간은 각 극장 누리집과 인스타그램 등을 참고하면 된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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