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형 감독·임도윤 배우 참석
실제 인물 밝은 모습 바탕 제작
제목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
배우의 연기 비화 등 밝히기도
"처음 이 제목으로 정했을 때 저와 PD 한 분 빼고 모든 스태프들이 반대했어요. 그런데 이것만큼 장애인들의 고충을 알릴 수 있을만한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저의 감을 믿기로 했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6시30분 광주독립영화관에서 광주 독립영화계 거장 조재형 감독의 복귀작 '똥 싸는 소리'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GV)가 열렸다. 조재형 감독, 임도윤 배우와 함께 열린 이번 행사는 김수진 (전)씬1980 편집장이 진행을 맡았다.
이번 영화는 광주 출신인 조 감독이 제작한 2016년 '맛의 기억' 이후 8년 만의 복귀작이다. 지난 2018년 갑작스러운 사고로 중증 장애인이 된 조 감독이 영화를 찍으려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실제 인물 김미숙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다. 광주장애인가정상담소에서 일하는 김 씨의 활달하고 발랄한 캐릭터를 영화에 녹여보고자 기획했다고.
영화 '똥 싸는 소리'는 '엄마'가 되는 게 소원인 하반신마비 장애인 '미숙'이 3년간 만난 전 남자친구에게 실연당한 후 직장 동료 '태식'과 가정폭력의 피해자 '수영'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장애인의 인권 조명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등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어둡지 않은 분위기로 담았다. 영화 속 '미숙'과 '태식'은 광주장애인복지시설 '실로암사람들'에서 각각 상담사와 사무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실로암센터는 영화 속 주요 장소로 자주 등장하며 실제로 이곳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기획, 제작, 배급까지 모두 지역의 힘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와 실로암사람들이 공동제작, 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처음으로 배급을 맡았으며 조재형 감독의 복귀를 응원코자 프로듀서 최지원, 각본 이경호, 조감독·각색·CG 유명상, 조감독 김신혜, 촬영 오태승 등의 스태프들이 제작에 헌신적으로 참여했다.
이날 영화 상영 후 진행된 GV에서 조 감독과 임 배우는 관객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의 기획 연출과 의도, 계기를 묻는 질문에 조 감독은 "영화의 시작은 2014년도였다. 실제 모델 김미숙 씨를 만나며 제작을 구상했다. 밝고 웃음이 많으며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인물이었다. 당시에는 다큐멘터리를 찍어보고자 해서 그를 따라다니며 촬영했지만, 작품은 완성되지 못했다. 그의 실제 소원이 '엄마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고, 2018년 사고를 겪은 후 영화를 찍으려 했을 때 미숙씨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휴먼 드라마나 장애를 이겨내는 이야기가 아닌, 김 씨의 밝은 모습을 담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영화 제목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한 관객이 "많은 제목 중 '똥 싸는 소리'라는 제목을 선정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질문에 조 감독은 "처음 가제는 달랐다. 제작을 준비하며 실제 김미숙 씨가 작성했던 에세이를 읽어보던 중 '똥 싸기 싫다'는 제목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하반신 장애인으로서 스스로 배변활동을 하는 게 정말 힘든데, 그가 글 속에서 '난 평생 똥을 안 싸고 살고 싶다'고 얘기한 게 마음에 닿았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이유로 관장을 자주 해야 하는 등의 고충을 영화 제목으로써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관객이 임 배우에게 "엄마가 되고 싶은 미숙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소화하고 연기를 펼쳤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하자 그는 "장애라는 것은 영화 속 대사처럼 '생김새가 다른 것'일 뿐,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장애인 캐릭터라고 해서 특별한 설정을 추가해야겠다는 것보단 미숙 씨와 직접 소통하며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3년 전에 촬영한 작품을 3년 후의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가장 숙고했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한 관객이 음성해설과 자막을 삽입해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로 제작하는 것은 어떻냐고 제안하자, 조 감독은 "며칠 전 진행했던 국회 시사회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들어와 구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똥 싸는 소리'의 개봉 확정관은 광주 지역에서는 광주독립영화관과 광주극장이며, 이 외에도 전국으로는 서울 인디스페이스, 대구 오오극장, 목포 시네마엠엠 등 총 10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개봉 후 각 지역의 관객들을 더 가까이서 만나는 GV도 이어질 예정이다. 자세한 상영시간은 각 극장 누리집과 인스타그램 등을 참고하면 된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침체된 지역 문화 회복 계기 되길" 지난해 12월 4일 탄핵 집회 참여한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들 계엄 이후 43일 동안 두문불출하며 검찰 조사 출석을 거부하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된 가운데 지역 문화계는 이에 대한 반가움을 나타내며 희망찬 미래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공수처가 15일 오전 10시 33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과 25일, 29일 세 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바 있다.이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속 시원한 반가움을 드러내고 있다.김병택 광주민족미술협의회 회장은 새벽부터 지켜봤다며 체포 소식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광주민미협 회원들과 매일 밤 금남로 집회에 참여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피켓 만들기 자원봉사에 참여해왔다.그는 "너무나 환영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어느정도 법과 원칙, 질서가 설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며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경제나 민생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문화계는 이미 초토화됐다. 침체된 문화계 행사들이 앞으로는 되살아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상황을 지켜보느라 잠 한숨 못잤다는 임해정 토박이 대표는 체포영장이 집행되어 기분이 좋다가도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처음이라 역사적으로 안타깝기도 하다고.임 대표는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 같은데 국민의힘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남동 저택 앞에 나온 모습, 끝까지 뻔뻔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등을 보면서 구속이 되고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때까지 아직 끝난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도 있다"며 "그동안 '오월극'을 많이 해오면서 비상계엄과 계엄군의 폭력 등의 단어를 일상 속에 가지고 살아왔는데 지난해 12월 3일은 너무나 무서운 날이었다. 윤 대통령의 체포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달했다.고난영 광주연극협회 회장은 '속이 시원하다'는 말로 심정을 설명했다.고 회장은 "영장 집행 전 녹화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영상은 어이가 없다. 국민 대다수가 계엄선포는 잘못됐다고 이야기 하는데 혼자서만 자기를 옹호하는 그 모습을 보고 망상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며 "공수처가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 같은데 법대로 해서 구속이 됐으면 좋겠다. 내란을 일으켰으면 구속이 돼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정양주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정 회장은 "광주전남 작가들끼리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도 '즐겁고 기쁜 일'이라는 반응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며칠동안 비상계엄령과 탄핵 이슈로 인한 불면증을 앓기도하고 글을 쓸 때도 집중력이 떨어졌는데, 당분간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늘 일을 계기로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법을 새로이 모색해야 되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와 정치의 지형에 변화가 일어나는 데에 문인들이 더욱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재섭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사무처장은 다양성 영화의 활성화를 기대했다.한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영진위의 지역영화활성화 사업이 지난해 완전히 폐지되고, 영진위 위원 선임 문제에서도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는 등 독립·지역 영화의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느끼는 일들이 빈번했다"며 "체포 이후 정권이 교체될 시,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되고 원상복귀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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