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조건 불구 예정 프로그램 진행
시민들 비 헤치며 함께 뛰고 즐겨
엄마손 잡은 아이도 음악 매력에
일부 행사 차질·관객 수 '아쉬움'

올해 하반기 대형 프로젝트인 2024 프린지페스티벌이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우중공연을 즐기는 시민들이 함께 호흡하며 아쉬움을 덜었다.
지난 21일 '2024 광주프린지페스티벌'의 '거리예술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부터 22일까지는 금남로와 비엔날레 주변에서 진행되는 거리예술축제를, 28일부터 29일까지는 광주시청 야외음악당에서 스트릿댄스 축제가 열린다.

프린지페스티벌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기 직전인 이날 오후 12시 30분, 차량 통행이 통제된 금남로 일대에서는 거리공연 예술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막바지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거리 곳곳에서는 차량 대신 홍보부스들과 푸드트럭 등이 자리하며 프린지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나선 시민들의 눈과 코를 자극할 준비를 끝마쳤다.
오후 1시가 되자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앞에서 '올웨이즈 드링킹 마칭밴드'가 거리예술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프럼펫과 북, 확성기 등으로 흥을 돋우기 시작했고, "hello 광주"를 외치는 밴드의 목소리에 시민들은 경쾌한 음악에 맞춰 고개를 흔들고 발을 구르며 "hello"라고 큰 소리로 호응했다. 엄마 손을 꼭 잡고 거리에 나온 아이도 흥겨운 음악에 고개를 연신 앞뒤로 저으며 우중공연을 즐겼다.

오후 5시 20분에는 프린지페스티벌의 메인 공연인 '아스팔트 부르스'가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기정 시장이 울리는 징 소리를 시작으로 도심을 누빈 아스팔트 부르스는 광주시민과 참여 예술인(시민배우 60명 포함) 등 100여명이 참여하는 60분짜리 대규모 이동형 거리극으로, 금남로 1가(전일빌딩 245 앞)부터 금남로 4가(금남로공원)까지 약 250m를 이동하며 펼쳐졌다. 커다란 바퀴를 밀기도, 끌기도 했고, 배우들이 직접 바퀴에 올라서서 이동하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었다. 공연의 막바지인 금남로공원 앞에서는 급수차 등에서 뿌린 물줄기와 하늘에서 내린 비가 뒤섞이며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어린 아이들은 홀딱 젖어가면서도 배우들이 힘겹게 밀고 있는 커다란 바퀴를 같이 굴려주기도 했고, 거리를 가득 메운 공연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새벽부터 내린 거센 빗줄기 탓인지 프린지페스티벌을 찾는 시민들이 많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웠다. 쏟아지는 폭우와 동반한 천둥번개로 오프닝 공연을 포함해 메인 공연까지 100여명의 관람객이 전부였다. 주말 저녁 금남로임을 감안하면 확연히 적은 숫자였다.

또 일부 프로그램은 실내로 공연 장소를 옮기거나 시간대를 연기했고, 관객들이 직접 참여해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야외 체험형 프로그램은 개시되지도 못했다.
'아스팔트 부르스'에 시민배우로 참여한 권옥희씨는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멋진 아이디어와 개성적인 매력을 선보여줘서 시민배우들도 공연의 매력에 한껏 빠질 수 있었다"며 "시민들과 함께 외국인들과도 공동체로 교감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비가 많이 오는 탓에 그렇게 되지 못한 점은 안타까웠다. 내년 무대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무대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4 프린지페스티벌은 '어쩌다 마주친___'이란 주제로 21일~22일에는 금남로와 비엔날레 주변에서 진행되는 거리예술축제로, 28일~29일에는 광주시청 야외음악당에서 스트릿댄스 축제로 2주간 진행된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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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밑의 사람들', 강제동원의 기억 깨우다 니 히로하루 외 2명 작 '하나오카를 잊지마라' "마쓰다 도키코는 정의를 추구하는 작가였습니다. 한국 강제징용자들이 학살된 하나오카 사건을 일본 사회에 밝힌 그의 문학과 생애에 대한 국제 학술대회를 정의의 도시인 광주에서 여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12일 만난 차타니 주로쿠(茶谷 十六) 아키타현 역사교육자협의회 회장은 광주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 심포지엄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과 생애'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니 히로하루 외 2명 작 '51.장례식'오는 18일 오후 2시 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1층 1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국제 학술 심포지엄은 시립미술관이 하정웅 선생으로부터 기증 받은 컬렉션 중 '하나오카 이야기' 작품을 계기로 성사된 행사이다. 이 작품은 동명의 서적에 실린 판화 작품으로 1951년 니 히로하루, 다카다이라 지로, 마키 다이스케가 제작했다. 동명의 서적은 하나오카 사건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여기에는 당시의 모습을 담은 판화와 시 등이 실렸다.니 히로하루 외 2명 작 '32.조선인'하나오카 사건은 아키타현 오오다테시에 위치한 하나오카 광산에서 벌어졌다. 그 시작은 1944년 벌어진 나나쓰다테 사건이다. 하나오카 광산은 구리 광산으로 전범 기업인 도와광업이 강제징용한 한국인과 일본인 노동자들을 동원한 현장이다. 태평양전쟁 중인 일제에 구리를 조달하기 위해 무리한 채굴을 벌이다 갱도가 무너지자 구조 신호가 들려옴에도 불구하고 당국과 도와광업은 현장을 모래로 덮어 한국인 11명을 포함해 총 22명을 생매장한 사건이다. 이후 중국인 포로 노동자까지 투입돼 과중한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하나오카 광산의 중국인 노동자가 견디다 못해 봉기하자 일본 군경이 419명을 학살한 사건이 하나오카 사건이다. 같은 장소에서 불과 몇개월만에 일본 당국의 강제징용과 학살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는 점에서 하나오카 사건과 나나쓰다테 사건은 줄곧 함께 언급되고 있다.마쓰다 도키코노동자와 농민의 인권을 대변하는 활동을 펼쳐온 마쓰다 도키코는 그의 대표작인 소설 '땅 밑의 사람들'은 이 하나오카 사건과 나나쓰다테 사건을 다루고 있다. 1905년 아키타현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광산사무소에서 근무하며 광산 노동자의 노동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이후 작가로 활동하게 되며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일어난 나나스다테 사건과 하나오카 사건에 관심을 작가로서 사건 진상규명에 매진했다.이번 국제학술포럼은 조선인 강제 징용 문제와 그들의 인권 회복, 학살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헌신해 온 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자리로 '하나오카 이야기' 연작도 함께 전시된다. 또 마쓰다 도키코가 하나오카 광산을 직접 다녀와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작성한 서적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의 한국어판 서문을 쓴 문병란 시인의 저항 정신을 마쓰다 도키코와 비교 분석하며 한일 양국 문학인의 저항 정신을 되짚는다.문병란 시인포럼은 다카하시 히데하루 아키타현립대 부총장이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과 생애'를 주제로 한 기조 강연으로 시작해 발제로 이어진다. 발제는 마쓰다 도키코회 대표의 '나나쓰다테 사건과 하나오카 사건의 진상', 차타니 주로쿠 아키타현역사교육자협의회 회장의 '한국으로 확장되는 마쓰다 도키코 문학과 생애',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의 '문병란과 마쓰다 도키코의 저항정신'으로 진행된다.윤익 시립미술관 관장은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이해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아시아 민중이 겪은 아픔과 저항의 역사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시립미술관은 조선인 강제징용의 아픔을 기억하며 이를 기리려 했던 하정웅 명예관장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학술 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번 국제 학술포럼은 광주시립미술관,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 광주전남작가회의,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하며 5·18기념재단, 한일민족문제학회, 역사교사모임이 협력한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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