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고 작곡하고 글 쓰고
협업 넘어 야금야금 영역 확대
독창성 담보한 작품 시각 논란
창작 영역 역할 놓고 접점 시도

인공지능(AI)이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고, 악보 없이 피아노를 치며, 글을 작성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과거 캔버스나 비디오카메라, 원고지에 작가가 직접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작성하고 그려내 관객들에게 선보였던 작업을 이제는 인공지능이 불과 몇 시간 안돼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 진보와 맞물려 창작자의 단순 업무를 돕는 역할에 머물렀던 과거와 달리 문학과 미술, 음악 등 분야를 넘어 지금도 어디에선가 작품을 쏟아내고 있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더욱 진보하며 미래의 예술가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래의 인공지능이 얼마나 더 예술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예술계와 협업은 '진행중'
문화예술의 도시를 자처하는 광주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어디까지 확대됐을까?
우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National Asian Culture Center)은 AI 융·복합 미디어를 선보이는 작가의 전시를 진행 중에 있으며, 전국 최초로 AI를 활용한 융복합 교육생을 모집, 미래 예술가들도 키워나가고 있다.
ACC는 지난해 ACC미래상을 신설, 첫 수상자로 김아영 작가를 선정했다. 김 작가는 게임엔진 기반의 컴퓨터 그래픽 영상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시리즈인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를 내년 2월까지 ACC 복합전시1관에서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작품은 김 작가의 이전 작품인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의 두 주인공이 새로운 가상 도시에 놓이게 되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소멸된 것으로 알려진 과거의 시간관이 담긴 유물을 배달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시간관과 세계관을 오가는 사회의 충돌과 갈등을 파고드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ACC는 또 전국 최초로 지능형 아바타를 창작하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교육 시간을 마련하며 예비 AI융·복합 예술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지능형 아바타, 인간의 말과 행동을 품다: 언리얼 엔진과 인공지능 융합 워크숍'에서는 AI 기초이론부터 언리얼 엔진과 언어 모델 연동 심화 과정까지 심도있게 다룰 예정이다.
AI는 음악 분야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Gwangju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은 지난 8월 20일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두 주인공이 피아노 배틀을 벌이는 명장면을 AI를 활용해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AI 작곡가 '이봄(EvoM)'을 탑재한 그랜드 피아노 2대가 빠르고 정확하게 영화 속 피아노 대결을 재현하며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봄'은 기존 음악의 재조합을 넘어 새로운 곡을 작곡할 수도 있고, 상황에 적합한 곡을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도 있어 음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를 도입한 작품 전시도 개최됐다. 조선대학교 미술관은 지난 5월 7일 특별전 'AI시대, 예술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AI 생성 이미지에 관심이 많은 작가 8명이 참여해 AI가 이미지를 생성하는 시대에 예술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회화부터 사진, 영상, 설치 등 AI 생성형 프로그램을 활용해 제작한 작품부터 인간의 수행이 담긴 작품까지 총 30여점의 작품은 관객들로 하여금 신선함을 선사했다.

◆산업 전반적 '큰 변화' 몰고온다
가까운 미래에는 AI 도입이 미술 창작의 방식과 미술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AI는 단순 보조 업무에서 미술 작품의 제작, 큐레이션, 보존 및 유통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발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우선 미술계에서는 디지털 작품과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떠오르고 있다. AI가 생성한 디지털 작품들은 NFT로 변환돼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될 수 있게 돼 무한 생산된 디지털화된 그림, 혹은 해당 그림의 일부만을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게 된다.또 AI는 딥러닝과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등을 활용한 새로운 스타일의 예술 작품을 생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문학계에서도 AI는 창작과 비평, 출판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AI는 지금도 소설과 시, 대본 등을 빠른 시간 내에 자동으로 작성할 수 있다. 작가들은 AI가 제안한 이야기 전개 방식과 특정 작가의 문체를 모방해 나만의 문체로 변화시키며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생성해낼 수 있다.
음악계에서도 큰 변화가 예측된다. AI는 이미 작곡과 편곡, 음향디자인에서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았다. AI 기반 프로그램은 새로운 멜로디를 생성하거나 기존의 음악을 재구성해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AI 음성 합성 기술을 통한 가상 아티스트의 등장 등 음악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AI가 예술계 전반적으로 파고들면서 부정적인 측면도 부각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작가의 독창성을 위협받는다는 점이다. 현재의 AI는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 창작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작품을 재조합하는 것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또 AI가 창작한 작품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있다. AI가 수많은 기존 문학에서 학습해 내놓은 작품을 과연 순수한 창작물로 받아들일 수 있냐는 점이다.
여기에서 가장 대두되는 점은 AI의 발달이 일자리와 직결된다는 부분이다. 기존의 창작물을 조합한 작품을 생산하는 AI가 만들어낸 작품을 순수 창작물로 인정한다면 고심 끝에 작품 1~2개를 대중에게 선보이는 기존의 작가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미술계와 음악계 등에서도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예술의 순수성이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AI가 빠른 시일 내에 내놓은 작품들이 시장에 쏟아지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져 상업성이 가속화될 수 있고, 이는 작품의 질적 저하와 함께 예술성, 순수성, 독창성 등 창작 영역이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 영역 넓어져" vs "창작물은 안돼"
지역 예술계가 AI를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렸다.
AI 도입 이후에도 인간의 노동성과 예술성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보는 시선도 있는 반면, AI 도입으로 인해 아티스트의 창의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우선 ACC 복합전시1관에서 게임엔진 기반의 컴퓨터 그래픽 영상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시리즈인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를 선보이고 있는 김아영 작가는 AI가 예술계에 도입되더라도 인간의 창의성과 노동강도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AI의 창작물은 최소한 인간에게 있어서 그 자체로 인간의 인준이나 가치 부여 없이 스스로 가치를 획득하지 못한다는 점은 한계"라며 "AI는 인간의 연산 속도를 계산하지 않고 무수한 예술적 결과물들을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생산해낸다. 다만 AI는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결과물들을 버리고 조합하며 새로운 창작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과거보다 더 많은 인간의 노동이 필요로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민한 조선대학교 미술관 관장도 먀로 무한히 생선된 이미지 중 선택하는 것은 작가이기 때문에 작가가 AI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장 관장은 AI가 만든 독자적인 것은 순수 창작물로 인정되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근모 광주문인협회 회장도 "AI가 아무리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인간 본연의 사고력을 커버할 수는 없다"며 AI의 발달은 기술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일 뿐 작품으로 다가가면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AI가 예술계에 파고들면서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인간 예술가들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또 저작권과 윤리적 문제, 예술의 상업화 등이 AI와 예술의 결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예술계 전반에 걸쳐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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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학관 정신 잇는 공간 만들게요"
흥학관 옛터인 동구 광산동 100번지에 흥학관의 정신을 이어가는 흥학관갤러리카페가 지난 15일 개관했다.
"흥학관 터에 세워진 만큼 흥학관의 정신을 이어받아야죠. 시민 등이 모일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겠습니다."16일 만난 이형철 흥학관갤러리카페 대표는 카페 운영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약 2주간의 가오픈을 마치고 지난 15일 정식 오픈한 흥학관갤러리카페는 흥학관이 있던 터인 구 광산동 100번지에 세워졌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이 건물은 1층은 카페로 2층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흥학관 옛터인 동구 광산동 100번지에 흥학관의 정신을 이어가는 흥학관갤러리카페가 지난 15일 개관했다. 사진은 2층 전시 공간.특히 눈길을 모으는 것은 2층 전시 공간이다. 50여 평의 공간으로 이 대표는 이 공간을 전시 공간이 필요한 학생, 청년 작가, 시민 동아리에 무상으로 대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윤을 내야 하는 카페 공간을 무상으로 대여한다니 엉뚱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이는 이 카페의 자리에 있던 흥학관의 시대적 역할을 이어가고자 하는 그의 철학에서 비롯된다.흥학관의 정신을 이어가는 흥학관갤러리카페의 이형철 대표.이 대표는 "흥학관은 옛 시절 지역의 문화, 체육 공간으로 시민이 모여드는 곳이었으며 자연스럽게 항일 운동과 계몽 운동의 공간으로 역할했다. 흥학관 옛터에 카페를 짓는 만큼 그 시절 흥학관처럼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는 없을까 생각한 것이 전시 공간 대여였다"며 "지역에 전시 공간이 부족한데다 대관 비용이 부담돼 전시를 열지 못하는 학생, 청년 작가, 시민 동아리 등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이같은 계획을 구상했다. 내년부터 동구문화재단과 연계해 공모를 통해 개방될 계획이다"고 말했다.2011년 5월 이 건물을 매입할 때만 해도 이 대표는 이같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단다. 카페를 짓기에는 주변 주차시설이 너무 부족했던 탓이다. 그러던 중 그는 2021년 진행된 흥학관 100주년 기념 행사에 참여했다가, 흥학관 옛터 주인으로서 지역에 흥학관 정신을 이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마침 인근 건물 세 채를 매입했던 차. 모두 허물고 주차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터였다.그는 "흥학관처럼 문화를 전파하고 시민이 모일 수 있는 장이 되기 위해 공간 구성에 신경을 썼다"며 "카페 공간도 벌교, 광양 등 우리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청을 만들어 차를 내는 등 음료에도 신경을 썼고 곳곳에는 신창운, 하성흡 등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걸린다"고 설명했다.흥학관 옛터인 동구 광산동 100번지에 흥학관의 정신을 이어가는 흥학관갤러리카페가 지난 15일 개관했다. 사진은 1층 카페 공간.현재 전시 공간에서는 카페 오픈을 기념한 스토리 전시 '광주정신을 만나다: 흥학관'이 열리고 있다. 지역 역사서를 집필해 온 양성현 작가가 한 땀 한 땀 모은 사료들을 바탕으로 한 전시로 내년 1월 31일까지 이어진다.또 이 대표는 전시와 연계해 흥학관의 역사와 의미 등을 담은 책 '광주 정신을 만나다 흥학관'(양성현 저)의 개정을 지원, 카페 공간에 비치해 더 많은 시민이 흥학관을 알 수 있도록 했다.이 대표는 "흥학관처럼 시민 누구나가 모이고 문화가 모여 의미 있는 논의가 될 수 있는 장이 되려 한다"며 "이 공간을 잘 운영하면 광주정신의 시초인 흥학관의 역사와 의미를 우리 시민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지역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이 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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