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던 상무관·옛 도청 일대
복원 공사 중인 가운데 기대감

'정대는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며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되면서 남매는 비극을 맞는데….'
지난 10일 2024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광주 출신의 한강 작가가 선정되면서 그가 집필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주인공 동호의 주된 활동지인 상무관과 옛 전남도청이 자리한 5·18민주광장이 재조명될 지 관심이 주목된다. 현재 44년 전 모습으로 복원하기 위한 공사 중이라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냈다.
5·18 당시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되는 중학교 3학년 소년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이들이 겪은 5·18민주화운동 전후 삶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고 있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죽음을 중심으로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힘겹게 펼쳐 보이며 어루만졌다.

수피아여고를 졸업 후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원고 검열 문제로 서대문경찰서에서 수차례 뺨을 맞은 김은숙, 상무관에서 봉사하다가 경찰에 연행된 후 끔찍한 고문을 당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임선주 등이 대표적이다.
동호가 일했던 상무관은 1980년 5월 22일 오후 5·18민주화운동 기간 동안 계엄군에게 맞아 죽었거나, 집단 발포로 사망한 시신을 임시 안치하는 장소로, 실종자 명단과 사망자 명단이 걸려있던 곳으로 사용됐다. 관 사이로 피묻은 시신들의 모습은 처참했다고 한다. 시신 한 구, 한 구를 정성스레 염을 해주는 사람들은 평범한 광주시민들이었다.
당시 상무관에 시신을 안치는 했으나 입관을 하지 못한 시신도 수십 구였고, 무명천으로 덮어놓기도 했다. 영령을 모시는 분향대가 입구에 설치돼 향이 피워졌고,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방부제가 뿌려졌다. 분향하려는 시민들이 늘어선 줄은 상무관 바깥 분수대까지 전남도청 광장, 지금의 5·18민주광장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시민 김가영(39·여)씨는 "한 작가의 소설 속 그 날의 상처가 가득한 시민들의 모습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며 "복원공사가 시작한 이후에 읽었던 터라 아직 옛 도청과 상무관 내부는 직접 보지 못해 공사가 끝나면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한희주(38·여)씨는 "'소년이 온다'를 본 독자로서 최근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탔다고 해서 주말을 맞아 한 번 와봤다"면서 "공사 중이고, 행사 준비 중이라 어수선하긴 하지만 소설 속 내용을 음미하며 천천히 눈을 감으면 마치 당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상무관을 비롯해 맞은편에 위치한 옛 전남도청은 44년 전 모습 그대로 복원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라 공사 가림막 위 5·18 때 촬영됐던 사진들만이 당시의 끔찍함을 상상케 한다. 지난해 8월28일 착공한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는 내년 9월1일 준공 예정으로, 복원이 완료되면 지역민을 비롯해 '소년이 온다' 독자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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