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육아맘 대상 무료 꽃꽂이
연말연시 미니트리 등 작품 제작
함께 대화하며 공감대 형성하기도
"재능기부 프로그램 늘기 바라요"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를 겪는 여성은 '엄마'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 직장을 다니며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들의 하루는 24시간이 부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구 삼각동에 위치한 꽃집 '래인플라워'의 김인자 대표는 40년이 넘는 세월을 꽃과 함께 해왔다. 은퇴를 앞두고 있던 작년 이맘때, 졸업 시즌을 맞아 근처 어린이집 원생의 어머니가 꽃다발을 사러 김대표의 가게를 찾았다. 형형색색의 꽃다발을 구경하던 어머니는 고심 끝에 선택한 꽃다발을 손에 들고 화사하게 웃으며 김대표에게 농담 반 진담 반 섞인 말을 건넸다.
"꽃이 너무 예뻐서 좋은데 꽃꽂이를 한 번쯤 해보고 싶어요.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그 한 마디에 김대표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평소 가게 창문 너머로 등·하원하는 어린이집 원생들을 보며 육아맘들에게도 힐링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지금까지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의외로 젊은 엄마들이 꽃을 접해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며 "일을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게 무척 힘든 일인 것을 알기 때문에 엄마들을 위한 무료 꽃꽂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달 1~2회 평일 오전 래인플라워에서는 북구 육아맘들을 위한 힐링 꽃꽂이 체험이 진행된다. 2024년 초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누적 100명의 육아맘을 상대로 한다.
이날 래인플라워에는 꽃집 근처의 어린이집 육아맘들이 모여 연말연시 미니 트리 만들기 체험에 참여했다.

◆빨강·노랑·보라…알록달록 예쁜 꽃 한가득
'육아맘 힐링 꽃꽂이'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모든 꽃은 당연하게도 생화다. 이날 미니 트리 만들기에 사용된 꽃은 트리의 주 소재인 더글라스, 노오란 프리지어, 보랏빛 스타치스, 빨간 카네이션과 장미꽃 등이었다.
꽃꽂이를 할 때마다 김대표는 고심 끝에 그날의 테마와 재료를 선정한다고 한다.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의 매력으로 육아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다. 연말 시점에 맞춰 미니 트리로 테마를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순서대로 자기소개를 마친 육아맘들은 김대표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트리는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추형이 돼야 하죠. 더글라스를 촘촘히 꽂아 높이를 일정하게 맞추는 작업부터 시작할 거예요."
힐링 꽃꽂이에서 만들게 되는 꽃꽂이 작품들의 대부분은 꽃꽂이를 처음 접하는 육아맘들도 곧잘 따라 만들 수 있는 쉬운 난이도다. 실제로 이날 꽃꽂이에 참여한 육아맘들은 꽃꽂이 경험이 전무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김 대표의 보충 설명이 곁들여지자 모두가 집중해 자신의 앞에 놓인 플로랄폼에 더글라스를 정성껏 꽂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꽃꽂이의 가장 큰 매력으로 '개성'을 꼽았다. 그는 "같은 종류의 꽃을 사용해도 결과물을 보면 모두가 다른 작품을 완성한다"며 "꽃을 어느 위치에 어떻게 꽂았는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생긴 꽃을 선택했고 어떤 색채를 골랐는지 하나하나가 모두 달라 꽃을 꽂은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눈도 코도 즐거운 꽃꽂이에 빠지다
아름다운 꽃을 각자의 개성대로 꽂아가던 육아맘들은 자연스레 서로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일, 나이 터울이 얼마 나지 않는 둘째를 돌보는 일 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어지며 웃음꽃도 함께 피어났다.
이날 프로그램에는 어린이집 선생님 두 명도 함께 참여했다. 이들 역시 어린이집 교사이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이었기 때문이다.
배화어린이집 교사이자 연년생 두 아이의 엄마인 김도아씨는 "원래 꽃을 좋아했는데 도저히 접할 기회가 없었다. 꽃은 향기롭고 보고만 있어도 따뜻해지는 느낌에 기분이 좋다"며 "이렇게 오랜만에 사람 구경도 하고 꽃 구경도 하니까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더글라스를 원추형으로 꽂은 뒤에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꽃들을 원하는 위치에 꽂으면 된다. 앞선 김대표의 설명대로 꽃을 고르는 것마저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듯했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말하는 것도 잊은 육아맘들의 모습에 웃음이 터진 김대표는 "가벼운 꽃놀이라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꽂아도 된다"며 이들을 응원했다.
3세와 6세 남매를 키우는 워킹맘 김수현씨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커다란 힐링을 자신에게 선물해준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직업상 오후에 출근해서 오전에 취미 활동을 해오곤 했는데, 꽃꽂이는 오늘이 처음"이라며 "예쁜 꽃들 사이에서 꽃꽂이라는 창작활동을 하니 시각, 후각, 그리고 촉각적으로 힐링할 수 있어 너무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긴다
아름다운 생화 트리를 만든 후 각종 오너먼트와 반짝이는 전구까지 단 육아맘들은 자신이 만든 트리를 구경하며 환하게 웃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트리와 달리 생화로 장식된 트리는 특유의 화려함뿐만 아니라 향긋한 꽃내음에 보는 것 자체로도 힐링이 되는 듯했다.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주부 박은혜씨는 "오늘 꽃꽂이를 하기 위해 둘째 아이는 동생에게 맡겨두고 왔다"며 "아이를 낳기 전에는 꽃을 좋아했는데, 엄마가 되고 나니 꽃이 비싸기도 하고 나를 위한 것보다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구매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꽃과 멀어졌는데 오늘 체험으로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끽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인자 대표는 '육아맘 힐링 꽃꽂이' 외에도 꾸준하게 지역 사회에 환원 활동을 해왔다.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전해주자는 의미로 경로당을 비롯해 마을단체에 꽃꽂이 등으로 재능기부를 틈틈이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몇천만 원씩 기부하는 분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단지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주고 싶다"며 "오늘만 해도 이렇게 즐거워하시는 분들을 보면 너무 뿌듯하고 보람차다"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집이나 기관·단체 등의 주선을 통해 신청자를 모집 받고 있다. 신청자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진행 일정이 정해져있진 않다. 꽃집 운영 역시 시기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매달 진행할 수도 없다. 졸업 시즌과 연말 행사가 몰린 시기는 피해 기관 혹은 단체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일정을 조율해 상시적으로 진행한다. 지금까지 80여 명의 육아맘들이 꽃꽂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김 대표의 유일한 바람은 한 가지다. 자신이 이 프로그램을 더 이상 못하게 되더라도 누군가가 계속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꽃집을 운영하시는 다른 분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가벼운 마음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준다면 다른 소원이 없을 것"이라며 작은 소망을 드러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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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글로브' 휩쓴 명작 겨울 감성 적신다 영화 '벌집의 정령' 스틸컷 영화 '벌집의 정령' 스틸컷 올해 아카데미 수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작품부터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조명하는 독립 영화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이 스크린을 장식한다.광주극장이 2월 개봉작을 공개했다. 광주극장의 이달 개봉작은 '벌집의 정령', '멜랑콜리아', '브루탈리스트', '정돌이', '두 사람'이다.지난 1일 재개봉한 '벌집의 정령'은 1973년 제작된 작품으로 '클로즈 유어 아이즈'의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데뷔작이다.1940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는 카스티야 고원지대의 이동 영화 트럭에서 제임스 웨일 감독의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본 소녀 아나가 영화 속 괴물이 사실 정령이라는 언니의 말을 믿고 괴물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다. 표면적으로는 소녀 아나의 모험을 다루고 있지만, 스페인 내전 직후의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 정권을 암시적으로 비판하고 이로 인해 지식인들이 느끼던 불안과 억압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풀어내 극찬을 받으며 역대 스페인 영화 중 최고의 영화로 자주 거론되는 작품 중 하나다.영화 '멜랑콜리아' 스틸컷영화 '멜랑콜리아' 스틸컷8일부터 16일까지 '멜랑콜리아'는 4회 상영된다. 지난 2011년 개봉한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는 행성 '우울증(멜랑콜리아)'이 지구를 향해 미친 듯이 날아오며 펼쳐지는 이야기다.주인공 저스틴은 언니 클레어의 부부 집에서 남편 마이클과 함께 신혼 파티를 열지만, 엄마의 꼬장으로 파티는 망가지고 우울해진 저스틴이 기행을 저질러 식은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한편 행성 '우울증'이 지구를 향해 접근할수록 저스틴은 평온해지지만, 클레어의 불안감은 극대화된다.영화는 압도적인 영상미와 '우울증'이라는 소재를 창의적으로 적용해 평론가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카이에 뒤 시네마가 선정한 2010년대 영화 베스트 10에 올랐으며, BBC가 선정한 100대 21세기 영화에도 꼽혔다.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영화 '브루탈리스트' 스틸컷이어 12일 브래디 코베 감독의 '브루탈리스트'가 관객을 맞이한다.영화는 전쟁의 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한 건축가의 삶의 연대기를 다뤘다. 주인공 라즐로의 대담하고 혁신적인 건축 설계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의 설계에 더 집착하며 결국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작품은 앞서 제81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은사자상,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영화 '정돌이' 스틸컷영화 '정돌이' 스틸컷13일 김대현 감독의 다큐멘터리 '정돌이'가 개봉한다.'정돌이'는 주인공 송귀철의 삶의 자취를 밟아보는 여정이다. 1987년 14세였던 소년 송귀철은 수배 중인 고려대 운동권 학생을 우연히 만나 심야 만화방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다음날 아침, 수배 학생은 가출 소년을 돌볼 수가 없어 소년을 데리고 고대에 온다. 소년은 정경대 학생회실에서 기거하며 정돌이라는 별명을 얻은 뒤 그곳에 눌러 앉는다. 그해 6월 정돌이는 형과 누나들을 따라 6월 항쟁에 참여하며 이후 고대 농악대의 일원이 돼 북을 들고 시위대의 앞에 서게 된다.영화 '두 사람' 스틸컷14일 개봉하는 '두 사람'은 70대 여성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수현은 파독 간호사로 낯선 나라 독일에 이주한 뒤 지역 사회와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일에 앞장섰다. 그는 간호 학교를 졸업하고 신학 연구에 뛰어들며 이주민의 마지막 길을 동행하는 호스피스 리더 인선과 재독여신도회에서 운명처럼 만난다. 40여 년 전 이민 1세대, 이주 노동자, 레즈비언으로서 함께하게 된 이들은 서로에게 쉴 곳이 되어주고 곁에서 여생을 함께하기로 한다.영화 '두 사람' 스틸컷박지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48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선택상, 5회 서울여성독립영화제에서 장편 경쟁 부문 관객상 등을 수상했다.관람료와 상영 시간표 등 자세한 내용은 광주극장 네이버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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