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캔버스는 골목길"···버려진 길에 숨을 불어넣다

입력 2025.08.07. 08:17 최소원 기자
[그라피티 아티스트 헤그 인터뷰]
조선대 공대 졸·작가 활동 병행
도화지 아닌 길거리에 그림 그려
방치된 곳에 생명 불어넣는 활동
"스트리트 아트 문화 활발해져야"
그라피티 아티스트 헤그

"매일 보던 길거리가 예술의 장으로 바뀌는 순간, 그라피티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을 느껴요."

그라피티 아티스트 헤그(HEAG·25)는 직장인과 예술가의 삶을 동시에 살며 광주에서 독창적인 거리 예술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는 9월 1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는 'Street of Summer' 전시에도 참여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관객들과 만난다.

스프레이로 벽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그라피티는 누군가에게 가르쳐주거나 배울 필요 없이 개인의 연구와 창의성으로 완성되는 장르다. 작가는 "초등학생 이후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어 그라피티를 시작할 때 혼자 거리에 나가 그림을 그리며 기술을 익혔다"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 그림을 그려 일상에서도 나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장르"라고 설명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헤그 

활동명 '헤그'는 작가의 본명 허겸의 초성에서 따왔다. 조선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도시가스 회사에 재직하며 그라피티 작가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직장 생활과 작가 생활이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해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대부분 그림에만 몰두한다"고 말했다.

캔버스나 도화지가 아닌, 벽과 아스팔트가 그림판이 되는 그라피티 특성상 작업 환경이 매우 유동적이다.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건물주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제약이 발생하기도 한다.

작가는 "허락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다른 지역에 사는 동료 작가가 미리 섭외해놓은 건물 옥상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그림을 그린 적도 있다"며 "길을 가다가 괜찮은 벽이 있으면 들어가서 건물주 분께 허락을 받으며 그림을 그리고 다니고 있다. 애초에 허락해주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 작업을 완성한 후에는 대부분이 마음에 들어하신다"고 웃었다.

그라피티 아티스트 헤그

헤그가 그라피티를 그리는 이유는 버려진 공간을 예술로 다시 살아나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는 "방치되고 버려진 장소에 그림을 남겨 사람들의 시선을 단 한 번이라도 붙잡고, 다양한 생각을 떠올리게 하고 싶다"며 "늘 새로운 벽을 찾아다니며 작업하지만 그 벽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아 대표작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광주처럼 그라피티 문화를 접하기 힘든 지역에서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활발히 활동하겠다"고 전했다.

작가는 광주 지역의 문화 환경에 대해 폭이 좁은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트리트 아트나 여러 서브컬처 문화가 아직 광주에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

헤그의 최종적인 목표는 국내와 해외를 오가며 힙합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는 것이다. 작가는 "오는 10월에는 작년부터 해오던 콤보 전시가 예정돼있어 전시 준비에 한창이다"며 "비슷한 결을 가진 작가들과 함께 새로운 그라피티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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