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강(영산강을 살립시다!)
유년시절 갯가서 놀던 기억 아련
담수호 되면서 논바닥 된지 오래
1970년대 개발사업 후 기능 상실
지역민, 졸지에 어민서 농민으로
강은 많이 주는 만큼 위험도 커
농경시대 국가덕목 첫째는 '치수'
잇단 제방 공사로 물고기 사라져

갯가에서 어둑어둑 날 저문 줄 모르고 맛조개 캐고 기(게)잡고 오 리 길, 십 리 길 갯바구리(바구니) 그득 머리에 이고 지고 집으로 가는 길 걸음이 급하기만 하다. 엄마 기다리던 아이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마중 나가게 되는데 저 멀리 들리는 것은 들 건너 보리밭 사이 갯것들의 소리였다. 주파수 있는 신호음 같은 것이었다. 쓰쓰 사사….
방학 때가 되면 아이들은 강으로 갔다. 영산강, 대 막가지 낚싯대 하나씩 꺾어들고 갯바닥으로 달려간 것이다. 물도랑이 있는 수문은 아이들의 낚시 포인트, 물이 드나드는 곳에 망둑어 아니 운절이(무안 사투리)가 많다. 절절 절절 팔목을 타고 오르는 고기 채임질에 머리끝이 쭈볏 쭈볏, 여기저기에서 '와~ 와~' 아이들은 자지러진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구덕이 없으면 없는 대로 갈댓잎 똑 끊어 끼미 꿰고 집에 오는 길은 재미있었다.
강은 넓었다. 말이 강이지 바다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봐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물이 빠지자 뻘등이 서서히 드러나고 거기에는 수없는 생명들의 집, 점점점 갯벌에 박힌 점들이 숨 쉰다. 숨구멍이다. 물이 들락날락 요 녀석들이 그 안에서 뭔 짓을 하는지 개구쟁이들이 가만 놔둘 리 없다. 파헤치기라도 하면 그새 어디로 튀었는지? 잡힐 리 없다. 미끄덩한 갯벌에서 놀다 보면 한 물때가 가고 물이 들면 나오고는 했는데 새까맣게 탄 아이들 눈만 꿈벅꿈벅 짱뚱어처럼 놀았다.
담수호가 되면서 자취를 감췄지만 바글바글한 물고기들 짱뚱어, 맛, 게, 모시조개, 운절이, 내 유년 친근한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해 본다.
갯바닥은 이미 논바닥이 된 지 오래다. 대부분 논이 되었으니 나도 한때는 영산강에 논을 갖고 있었다. 정부로부터 부모님이 불하받은 것을 물려받았는데 한동안 벌었었다. 멍수 바위 등대 가까운 논이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강의 중심부일수록 시세가 좋다는 것이다. 아마 갯벌층이 두터울수록 미질이 좋다 여기는 까닭 아닐까?

강이 막힌 시기는 70년대 중반으로 당시 전국적으로 이뤄지는 '국토개발사업'의 일환의 국책 사업인데 명분은 쌀 증산과 홍수 조절 능력 향상, 농업용수의 원활한 수급이라고 알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은 홍수가 나면 들(영화농장)이 잠기는 상습 침수지역이었는데 어느 정도 해소되고 무엇보다 농업용수 물 수급이 원활해짐으로써 최대 수혜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전에도 극심한 삼 년 한해(1967~1968년) 피해를 겪은 터라 농민의 상심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논에 물꼬만 열고 닫으면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다 좋을 수는 없는가 보다. 강을 막으니 갯물이 들고나고 하는 오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형질 변경에 따른 부작용이 더 이상 강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뱉어내는 수로라고나 할까. 언젠가 답사길에 둘러보았는데 상전벽해라더니 강 한 가운데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여기가 그 옛날 중선배가 다니던 영산강 맞아? 쌀값은 지금도 싸지만 그때도 싸디 쌌다. 강이 죽을지도 모르는데 토목공사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운다더니. 건설을 위한 건설이 아니면 설명할 수가 없지 않은가? 쌀 증산을 위한다는 것도 그렇다. 갯가에 방치된 폐선을 해당 마을(돈도리)을 찾았을 때 마을 주민은 맛 잡고 기 잡을 때가 좋았다면서 당시에도 마을에서 한 해 1억 소출은 거뜬했다는 푸념이었다. 졸지에 어민에서 농민이 된 어수선함을 감추지 못한다. 하류다 보니 강은 수 없는 지류를 거느린 커다란 호로병 형국이다.
그건 무수한 새끼 내를 거느린 모태 같아 그 생명줄을 바다에 대고 있다. 다양한 생물들이 사는데 목에 위치하는 주렁나루에는 상괭이 서식지도 있었다. 근처 상사바위 단애가 있는데 내려다볼라치면 중학생만한 놈들이 유영을 하는데 장관이었다.

무안의 황토가 밀려 찰진 뻘을 이루고 월출산 자갈돌이 굴러 바닥을 이루는 강 서식 환경에 따라 다르다. 영암 쪽에는 숭어가 걸리지만 무안 쪽에는 없다. 갯일 다녀온 어른들 구덕에 모치(어린 숭어)가 가끔 들어 술안주가 될 뿐. 강을 가만 놔두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물고기는 물고기대로 살고 사람은 사람대로 살고 강가에 카페도 차리고 매운탕집도 열고, 근동 사람들 먹고사는 데 지장 없었을 텐데….
예부터 치수(治水)라 했다. 농경사회에서 국가 덕목 첫 번째가 물 관리였던 것. 강가에 살다 보면 강은 무한하게 내주는 만큼 위험천만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안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우기를 강이 범람함으로 땅은 비옥해진다고 했다.
자연에 맡기는 거다. 가만 놔둬도 될 것은 놔둬야 한다. '샛강이 살아야 강이 산다'하는 구호는 당연하면서도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제방둑에 알 수 없는 공사가 이뤄진다. 화학 제품으로 만든 구조물로 벽을 치고도 물고기가 살기를 바라는가?
강을 열어야 한다. 아니 터야 한다. 소설가 송기숙 선생님은 '영산강에는 장어가 없다'라는 단편 글에서 강이 막히고 제방 공사를 하던 트럭 운전사들의 목격담을 전하는데 한밤에 장어 떼가 줄을 지어 꾸역꾸역 넘어가더라는 것이다. 그 높은 곳을 넘어 탈출하는 것을 여러 번 포착됐다고 한다.

논에 물꼬는 텄다 닫았다 하지만 이건 아예 때려 막아놨으니 재앙이 아니고 뭐겠는가? 아무리 시대가 급변한다고 우리 대에 이르러 이런 변고라니 부끄럽다. 이제라도 강이 숨 쉬게 해야 한다. 국가가 뭔가? 나라에서 저지른 일이니 나라가 다시 되돌려 놔야 한다. 이 강은 억겁의 시간 누대에 걸쳐 형성된 천혜의 공간이다. 맑은 날은 월출산이 물 위에 연꽃처럼 피고, 예부터 우리나라에는 바다를 관장하는 큰 해신당이 세 곳 있다고 한다. 하나는 동해에 하나는 황해도에 그리고 이곳 남해신당이다. 지금도 바다 없는 해신당이 시종 남해포에 눈을 부릅 뜨고 셀 수 없는 선인들의 유적이 말해주지 않은가? 여기가 예삿곳이 아니라는 것을…. 반남고분 마한 근거지로 평가받는, 왕인박사 유적 구림 상대포 국제항, 신라인 최치원이 중국 유학길을 이곳을 통해 지나갔다는 기록이 있다. 그 외에도 사라진 명산 구진포 장어 홍어 배가 쉬어가는 강 속의 섬 양두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한다. 강에는 물이 들고 나야 하는데 일방통행 때문에 저 아래 이름도 아름다운 청호 언젠가 답사길에 보니 병목현상으로 쓰레기가 목에 걸려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일행들이 기겁을 했다.
예전처럼 배가 다니는 강을 그려본다. 강이 회복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고 한다.
어린 날처럼 강에 낚싯대 드리운 그런 날은 올까? 기 맛 운절이 짱뚱이가 돌아오는 날, 내 하던 짓 다 때려치우고 달려가 그 강가에 매운탕 집을 차릴 것이다. 그리하여….
박문종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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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피해 ACC로···평일에도 이어진 ‘문화피서’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6관에서 진행 중인 ‘자밀 프라이즈:무빙 이미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
“방학이라 아이들이랑 어디라도 가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덥잖아요. ACC는 시원하고 볼거리도 많아서 오늘은 여기로 피서 왔어요.”폭염이 이어진 14일 오후 찾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전당 곳곳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이른바 ‘문화피서’ 행렬이었다. 전당 A·B 주차장은 만차 안내가 표시될 정도로 차량이 몰렸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책을 읽거나 전시를 둘러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아이 손을 잡은 부모들은 어린이문화원으로 향했고, 전시장 안내도를 들여다보던 관람객들은 복합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비 한쪽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시민들도 보였다. 바깥의 뜨거운 햇볕과는 달리 시원한 실내에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문화정보원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펼쳐 공부하는 학생들과 자료를 찾는 이용객들이 자리를 잡았고, 라운지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책을 읽고, 다른 곳에서는 잠시 대화를 나누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상품점 ‘들락’에서 굿즈를 살펴보고 있다.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분위기는 더욱 분주했다.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교류특별전 ‘자밀 프라이즈: 무빙 이미지’에는 영상과 설치, 사운드, VR 등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는 시민들이 이어졌다. 이슬람 문화와 역사, 사회에서 영감을 받은 동시대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멈춰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거나 전시장 곳곳을 천천히 이동하며 작품을 살폈다.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스모·아시아·피플’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위기의 지구와 인간, 아시아의 상상력을 바라보는 전시다.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무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서는 더위를 피하는 것과 함께 전시를 통해 새로운 생각거리를 찾는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복합전시 2관의 ‘아시아의 장치들’에서는 영상과 비디오아트를 통해 아시아의 역사와 기억, 공동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시선을 고정한 관람객부터 전시장 구조물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관람객까지 다양한 모습이 잇따랐다.어린이문화원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특히 붐볐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다목적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나도 국가대표’에 참여해 펜싱 체험을 하고 있다.17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 나도 국가대표!’가 열리는 다목적홀에서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특히 분주했다. 리듬체조와 펜싱, 스내그골프, 플로어컬링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를 직접 체험하며 아이들은 연신 몸을 움직였다.펜싱 체험에 나선 한 어린이는 “엄마, 나 펜싱에 재능 있는 것 같아”라며 보호자를 향해 손짓하며 웃는 모습도 보였다. 보호자들은 아이가 스포츠 체험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사진을 촬영했다. 폭염 때문에 밖에서 뛰어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실내 체험공간이 또 하나의 놀이터가 된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어린이체험관에서 진행 중인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를 관람하고 있다.어린이체험관의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바다와 갯벌, 습지와 호수, 숲과 사막 등 아시아의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 공간을 따라 아이들이 직접 움직이고 체험하며 자연과 생태의 의미를 배웠다.이날 딸과 함께 ACC를 찾은 시민 정하영(38·여)씨는 “요즘은 너무 더워서 아이와 야외에서 오래 놀기가 쉽지 않은데, ACC는 시원한 공간에서 전시도 보고 체험도 할 수 있어 좋다”며 “방학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글·사진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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