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도 혐오

온라인과 일상 곳곳에 스며든 전라도 혐오.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비하하거나 차별하고, 5·18민주화운동과 광주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표현을 말한다. 과거에는 노골적인 지역 비하 발언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 유행어와 이미지, 이른바 ‘밈’의 형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장난이나 유머, 놀이 문화로 포장되면서 혐오 표현의 기원과 의미를 모른 채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혐오와 풍자의 경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MZ 기자들이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전라도 혐오와 혐오 표현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편한 상황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
▲광천동 보안관(이하 보) = 타지 사람에게 장난 식으로 "광주 갈 때 여권 가져가야 하지 않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웃는 것 밖에는 할 수가 없다. 진지해지면 상황이 더 이상해 지기 때문이다. 그냥 장난으로 받아들이면 마음 편하다. 주변 친구들은 군대에서 "야, 홍어" 또는 "라도야"라고 불렸다고 한다. 타지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전라도 사람을 놀리는 것이 당연한 장난인가 보다.
▲신가동 볶음면(이하 볶) = 한 번도 없다. 전라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생활한 적이 많았는데, 고향을 밝히면 사람들은 혐오나 조롱보단 "전혀 몰랐다", "광주 사투리를 안 쓰네?", "광주 사투리 매력적인데 좀 써 주면 안 되나"였다. 내가 착한 사람들만 만나왔던 건가 싶다. 오히려 이런 지역 혐오의 표현은 현실보다는 유튜브나, 기사의 댓글에서 더 자주 접했다. 그런 댓글들을 읽고 내가 느낀 점을 사실대로 말하자면 별생각 안 든다. 직접적인 차별을 겪지 않았기 때문에 혐오 표현을 현실적인 문제로 크게 체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쌍촌동 저수지(이하 저) = 현실에서는 한 번도 그런 불편함을 느껴 보지 못했다. 실제로 경상도 지역으로 놀러 갔을 때, 혹시 전라도에서 왔다고 다른 눈초리로 바라볼까 걱정했지만, 차별을 전혀 받지 않고 재미있게 놀다 왔다.
그러나 인터넷상에서는 정말 다르다. 요즘 들어 무슨 일만 생기면 전라도를 거론하는 것이 유행이라도 된 듯, 무지한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이 늘었다. 걱정스럽다. 이것이 정말 웃긴 밈이라고 생각한다면 병원에 가 보기를 추천한다.
▲월산동 불도저(이하 불) = 실제 오프라인 삶에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20대 초반부터 서울을 자주 오가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광주 출신이라고 밝히면, 차별은커녕 오히려 "전라도 음식 최고지 않냐"며 지역에 대해 궁금해하고 호감을 보이는 대화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만약 현실에서 면대면으로 거북한 말을 던지는 사람이 있다면, 아주 매운맛을 보여줄 생각이다. 반면에 요즘 요즘 SNS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 현실에서는 감히 입 밖으로 내지도 못할 말들을, 익명 뒤에 숨어 혐오 표현이나 지역감정이라는 이름으로 유행처럼 쏟아내고 있다. 여러 커뮤니티나 당장 사내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만 봐도 이 문제가 얼마나 무분별하고 심각한지 매번 체감한다.

- 지역 비하 농담은 장난이다?
▲보 = 현재의 나는 후자에 가깝다. 어렸을 때는 화가 치밀어 오르고 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은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라며 장난도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볶 = 친한 친구들끼리는 농담이나 추임새처럼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이 또한 농담으로 넘길 수 있다. 다만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농담으로 끝내야 한다. 어느 한쪽이 불쾌함을 느끼거나 상대가 정한 선을 넘는 순간,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혐오 표현이나 모욕이 될 수 있다.
▲저 = 앞서 말했듯이 현재 상황은 혐오라기보다는 생각 없이 사용하는 밈으로 소비되고 있다. 사람들이 이를 정말 혐오라고 판단했다면,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로 ‘Nigger’라는 표현이 있다. 흑인들 사이에서는 자조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다른 인종에게는 통용되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해당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끼리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지역과 관련된 표현을 사용할 때 주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불 = 이게 과연 웃고 넘길 농담거리나 될까?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상대방 인격이랑 고향 깎아내리는 건 '농담'이 아니라 그냥 선 넘는 비하일 뿐이다. 절대 그냥 웃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작은 불씨가 결국 큰 사태를 만드는 것처럼, 이런 기분 나쁜 말을 '드립'이랍시고 소비하는 짓 자체를 뿌리 뽑아야 한다.
- 지역 혐오 표현 규제 VS 표현 자유로 남겨야
▲보 = 전자는 기준 성립도 어렵고, 처벌의 가능성도 포함이기 때문에 나는 자유 영역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냥 긁히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왜 전라도 사람을 놀리는지, 일베가 왜 생겼으며, 반복적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이유도 광주 사람으로서 스스로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볶 =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명백한 차별이나 폭력으로 이어지는 표현은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열등하게 묘사하거나, 취업·교육·거주 등에서 차별하도록 부추기는 표현까지 단순한 표현의 자유로만 볼 수는 없다. 국가가 직접 처벌하기보다는, 학교와 사회에서 이런 것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 = 혐오 표현은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혐오 표현까지 보장해야 할 이유는 없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표현’이라기보다 ‘배출’이나 ‘배설’에 가깝다. 비판이나 비난과 무분별한 발언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 표현을 일삼는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나 자식이 똑같은 혐오를 받은 뒤에도 그것이 정말 옳은 표현의 영역인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불 = 어떻게 '혐오가 들어간 말'이 '표현의 자유'로 성립될 수 있을까? 명백히 상처받는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해를 입히는 언행은 규제받아야 마땅하다. 최근 배제고 사태나 특정 커뮤니티 논란처럼 사회적 화두가 된 만큼, 이에 대한 제재는 물론 제대로 된 교육과 경각심 형성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정리=김세화기자 3flower@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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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피해 ACC로···평일에도 이어진 ‘문화피서’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6관에서 진행 중인 ‘자밀 프라이즈:무빙 이미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
“방학이라 아이들이랑 어디라도 가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덥잖아요. ACC는 시원하고 볼거리도 많아서 오늘은 여기로 피서 왔어요.”폭염이 이어진 14일 오후 찾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평일 오후 시간대였지만 전당 곳곳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이른바 ‘문화피서’ 행렬이었다. 전당 A·B 주차장은 만차 안내가 표시될 정도로 차량이 몰렸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책을 읽거나 전시를 둘러보는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정보원을 이용하고 있다.아이 손을 잡은 부모들은 어린이문화원으로 향했고, 전시장 안내도를 들여다보던 관람객들은 복합전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비 한쪽에서는 잠시 쉬어가는 시민들도 보였다. 바깥의 뜨거운 햇볕과는 달리 시원한 실내에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문화정보원은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시민들로 활기를 띠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펼쳐 공부하는 학생들과 자료를 찾는 이용객들이 자리를 잡았고, 라운지에서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책을 읽고, 다른 곳에서는 잠시 대화를 나누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시민들이 ACC 문화상품점 ‘들락’에서 굿즈를 살펴보고 있다.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분위기는 더욱 분주했다.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교류특별전 ‘자밀 프라이즈: 무빙 이미지’에는 영상과 설치, 사운드, VR 등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는 시민들이 이어졌다. 이슬람 문화와 역사, 사회에서 영감을 받은 동시대 예술을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은 작품 앞에 멈춰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거나 전시장 곳곳을 천천히 이동하며 작품을 살폈다.복합전시 3·4관에서 열리는 ‘코스모 아시아 피플’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스모·아시아·피플’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위기의 지구와 인간, 아시아의 상상력을 바라보는 전시다.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무는 관람객들의 모습에서는 더위를 피하는 것과 함께 전시를 통해 새로운 생각거리를 찾는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복합전시 2관의 ‘아시아의 장치들’에서는 영상과 비디오아트를 통해 아시아의 역사와 기억, 공동체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시선을 고정한 관람객부터 전시장 구조물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는 관람객까지 다양한 모습이 잇따랐다.어린이문화원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특히 붐볐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다목적홀에서 진행 중인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나도 국가대표’에 참여해 펜싱 체험을 하고 있다.17일까지 진행되는 특별전 ‘스포츠 히어로즈: 나도 국가대표!’가 열리는 다목적홀에서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특히 분주했다. 리듬체조와 펜싱, 스내그골프, 플로어컬링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스포츠를 직접 체험하며 아이들은 연신 몸을 움직였다.펜싱 체험에 나선 한 어린이는 “엄마, 나 펜싱에 재능 있는 것 같아”라며 보호자를 향해 손짓하며 웃는 모습도 보였다. 보호자들은 아이가 스포츠 체험에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사진을 촬영했다. 폭염 때문에 밖에서 뛰어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실내 체험공간이 또 하나의 놀이터가 된 모습이었다.14일 오후 어린이 관객들이 ACC 어린이문화원 어린이체험관에서 진행 중인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를 관람하고 있다.어린이체험관의 상설전시 ‘우리 모두의 집, 아시아’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바다와 갯벌, 습지와 호수, 숲과 사막 등 아시아의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 공간을 따라 아이들이 직접 움직이고 체험하며 자연과 생태의 의미를 배웠다.이날 딸과 함께 ACC를 찾은 시민 정하영(38·여)씨는 “요즘은 너무 더워서 아이와 야외에서 오래 놀기가 쉽지 않은데, ACC는 시원한 공간에서 전시도 보고 체험도 할 수 있어 좋다”며 “방학 동안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글·사진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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