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생산·수출 증가위한 진흥원 필요성 절실·명분 확실··· 정부는 '안돼'

입력 2024.10.31. 16:12 선정태 기자
해수 상승·어민 고령화, 지속가능 생산량 흔들
품종 개발, 생산·수출 확대위한 국가기관 필요
해수부 등 단일 품목 국가기관 사례 없어 난색
비슷한 규모의 인삼은 정부 운영·관리 전례 있어

블랙페이퍼에서 검은 반도체로 신분 상승하며 수출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한 김의 안정적 생산과 수출 확대를 위해 전남도가 국립 김산업진흥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의 반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수 온도 상승에 대응할 새로운 김 품종 개발을 비롯해 김 산업의 지속성, 김 산업의 기간산업화를 위한 국가 기관이 필요하지만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있어 전남도의 설득 논리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31일 전남도에 따르면 김은 지난 2014년부터 연평균 12.5%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 농수산식품 역사상 단일품목 수출 1조 원을 달성했다.

수출국가도 2010년 64개 국에서 2023년 124개 국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우리나라 대표 수산식품으로 성장하며 '검은 반도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이처럼 김이 수출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하며 승승장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상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선 김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으로 김 생산 시기와 수확 횟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 어민의 고령화로 생산 지속성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의 김 수출과 생산량 감소가 겹치면서 재고량까지 크게 줄어들었고, 김이 '금값'이 되면서 밥상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전남도는 생산량이 부족해질 수 있는 점을 감안, 연간 생산량(1억 5천만 속)의 10%(1천500만 속) 가량의 추가 생산을 위한 6천㏊ 면적의 신규 양식장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해수부는 김 양식장 면적을 2천700㏊만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전남에는 1천658㏊만 배정했다.

양식장 확대만으로 김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남도는 해수 온도 상승에 대응할 새 품종 개발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김 산업은 여러 지역에 위치한 다양한 기관에서 분산 연구하고 있다.

종자 생산은 국립수산과학원 해류연구소와 전남해양수산과학원에서, 가공·유통·.수출·마케팅은 목포수산물지원센터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관측·분석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관측센터에서, 해양환경은 국립수산과학원 기후환경연구부과 전남해양수산과학원 목포지원에서 각각 맡고 있다. 전문화를 이유로 단계별 지역별로 나눠 일정 부분의 기능을 담당하는 형태다 보니 일원화된 정책의 부재, 정책네크워크의 분절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흩어져 있는 연구기관을 일원화·종합화할 컨트롤 타워와 통합지원 플랫폼을 구축, 전남도가 블랙페이퍼에서 검은 반도체로 신분 상승하며 수출 효자품목 김의 안정적 생산과 수출 확대를 위한 국립 김산업진흥원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에 대응할 새로운 김 품종 개발을 비롯해 김산업의 지속성, 김 산업의 기간산업화를 위한 국가 기관이 필요하지만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단일 품목의 국가 기관화 사례가 없다'고 반대하고 있어 전남도의 설득 논리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해수부·기재부의 주장과 달리 산업규모가 비슷한 인삼은 단일품목임에도 국가기관으로 육성했던 사례가 있다.

산업 규모가 1조1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인삼은 공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생산·유통·관리하고 있는데다 정부와 지자체, 출연기관 등 8개 전문 연구기관에서 50여명의 전문인력이 연구하고 있는 반면 1조4천억원으로 인삼과 산업규모가 비슷한 김은 2개 연구기관에 단 5명의 연구사만 근무하고 있다. 노르웨이가 연어를 국가 기간산업으로 집중 관리하면서 16조원 규모로 키운 것도 주목해야 한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이 국내 최대의 김 생산지이자 대표적인 가공지이지만 김 관련 국가정책의 개발·이행을 종합적으로 담당할 정책지원기관이 없다"며 "현재의 단계별·지역별로 분화된 여러 김 관련 기구가 일원화된 정책의 부재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김 산업 진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민간기업이 시장지배적 지위에 오르고 있어, 이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주도하는 김양식 기술 개발·상용화를 위한 기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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