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복댐 3% 뚝… 7개월간 제한급수
광주천 기점 동서 격일 단수 돌입
모닥불 피우고 껴입기로 버틴 추위
대로변마다 식수차 앞 양동이 행렬
‘안 씻었으니 학교도 안 가’ 소란도
반세기 최악 가뭄 ‘이러다’ <2>1992년 광주는?
1992년 12월. 광주의 주식수원인 동복호가 헐거 벗었다. 측정 가능 저수율은 단 3,7%. 이미 지난 가을부터 20%를 겨우 유지하며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댐 수위는 수치상만 유의미 할 뿐, 사실상 완전히 메말라 버렸다. 광주시는 결국 전 지역 제한급수를 단행했다. 광주천을 기점으로 서·남·북구, 동·광산구 권역에 하루걸러 하루만 수돗물이 공급되는 격일제 단수 방식이었다.
매일 아침 대로변마다 양동이를 든 긴 행렬이 이어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가족 모두 식수를 받을 수 있는 무엇이든 들고 급수차 앞으로 모여들었다.
격일제 급수 시행 후 녹물이 섞여 나오는 사례가 늘면서 수돗물을 끓여서는 먹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다. 녹물 사태는 특히 지산, 산수, 월산, 백운, 주월동 등 고지대를 중심으로 심각하게 나타났다. 급수와 단수가 반복되면서 배수관에 낀 녹이 수압에 의해 유입되고 있어서다.
물이 부족하니 가정집 기름보일러가 가동 됐을 리 만무. 한 겨울 칼바람을 막아줄 보일러 대신 각 가정 마당에는 드럼통 등으로 만든 간이 화로에 가마솥을 걸어두고 물을 데웠다.
씻는 것조차 사치였던 사회적 분위기 때문일까. 사춘기 여학생들의 등교 거부 소란도 벌어졌다. 제대로 씻지 않고서는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이들 때문에 각 학교마다 마을을 다니며 등교하지 않은 학생들을 수소문하는 소동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그나마 학운동 등 동구 4개 마을의 사정은 나았다.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수질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우물이 남아있었던 덕에 빨래는 해결할 수 있었다.
지역민의 계속되는 생활 불편에도 절수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34만톤이던 급수를 26만톤까지 줄였지만, 실 사용량은 2만톤 늘어난 28만톤을 넘어서기 일쑤다.
저수시설을 갖춘 아파트와 일부 대형 건축물, 수돗물 다량 소비업소, 저지대 주민들이 급수 일에 많은 물을 받아놓는 바람에 생긴 일이다.
지역 경제도 마비됐다. 외식이 현저하게 줄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을 상인들이 시청을 드나들며 항의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1992년 12월부터 1993년 6월까지 이어졌던 격일제 제한급수 당시 광주시상수도사업소 현장근무에 종사했던 문점환 현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공사부장은 "참 어려웠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광주시 상수도 관련 직원 절반은 단수일과 지역에 맞춰 광주천에서 가정으로 유입되는 밸브를 열고 닫는 업무에 투입됐다. 주민 불편을 조금이나마 줄여보고자 공무원은 물론 소방, 경찰 할 것 없이 고군분투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1993년 3월 들어 자주 봄비가 내렸고, 격일제 단수 조치도 조금씩 완화되다 장마철에 완전 해제됐던 기억이다. 이후에 2000년과 2007년에도 단수 위기가 코앞으로까지 다가왔지만 매번 때마침 내려준 비 덕분에 피할 수 있었다"면서 "올 겨울에도 '마른 하늘의 물 벼락'이라도 내려 해갈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비단 문 부장의 우스갯소리 수준이 아니다. 광주의 주 식수원인 동복호의 저수율이 매일 0.2%씩 떨어지고 있다. 지금 속도라면 내년 3월에는 10% 이하까지 하락한다는 계산이다. 광주시가 내년 3월1일을 제한급수 시작 시점으로 사실상 못박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관계자들은 단수 시행을 늦추는 유일한 방법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절수 참여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물 절약 범시민 캠페인을 통해 생산량 기준 9% 가까운 수치가 절약되고 있는 점도 이러한 효과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임동일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 주무관은 "각 가정의 수압 낮추기, 변기물 수위 낮추기, 양치컵 사용하기 등 실생활 작은 변화만으로도 물 부족을 극복할 수 있다"면서 "145만 인구가 사는 광주에서 정말 단수가 현실화된다면 1992~93년 당시 불편보다 그 강도도, 범위도 훨씬 클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 지금 당장의 실천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주현정기자 doit85@mdilbo.com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탄핵이 답이다~♪"···5·18광장 가득 채운 '탄핵 노래들' 화제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노래를 부르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광주 시민들이 5·18민주광장에 모여 부르는 노래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엄숙한 노래부터 흥겨운 노래까지 다양해 시민들은 집회를 축제처럼 즐기는 모양새다.9일 윤석열 퇴진 광주 비상행동에 따르면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리는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서 부르는 노래는 총 8곡이다.가장 대표적인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민주주의 수호의 대표곡으로 인식돼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에서 울려펴지기도 했다.'광주출정가'도 빼놓을 수 없다. 노래 가사에는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 "무엇이 두려우랴 출정하여라", "나가 나가 도청을 향해" 등이 담겼다. 이 때문에 임을 위한 행진곡과 마찬가지로 투쟁의 결의를 다지는 노래로 유명하다.캐럴 '펠리스 나비다드(Feliz Navidad)'의 가사를 바꾼 이른바 '탄핵 캐럴'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주요 가사는 "탄핵이 답이다", "이러다간 나라 망한다", "우리 살길 탄핵이 답이다", "윤석열 체포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김건희 벌 받아야 메리 크리스마스", "국힘(국민의힘)당 해체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등으로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재치 있는 개사로 분위기를 띄운다.이외에도 헌법 제1조 1항과 2항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헌법1조', '격문1·2', '내려와', '떠나라' 등이 있다.이와 관련 시민들은 집회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대학생 박소정(21·여)씨는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는 이번이 처음인데, 웅장하기도 하고 재치 있는 가사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며 "어느새 따라 부르다 보면 추위도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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