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한국시리즈로 질주···외식·금융·숙박업계 '야호'

입력 2024.11.04. 16:29 강승희 기자
■5·18&스포츠 관광, 광주에 스토리 입히자
V12 응원…전국서 직관 원정
역대급 흥행가도에 지역 훈풍
유니폼 입고 선수맛집 순례
비엔날레·전일빌딩 투어까지
날개돋친 굿즈 품귀현상도
챔피언스필드 2천억↑ 효과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V12 응원을 위해 서울에서 내려왔죠. 광주 경기 보러올 때마다 충장로와 동명동 일대에서 저녁 먹으며 놀았는데…, 서울처럼 재밌더라고요."

KIA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1일 정오쯤, 광주시 북구 임동 한 중식당. 비 소식이 예고된 이날 이른 새벽부터 KS를 보기 위해 광주를 찾은 김민성(21)씨의 말이다. 올해만 30번째 직관한다던 그는 걸어서 5∼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이 식당을 찾았다. KIA 선수들이 찾는 챔피언스필드 인근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다. 경기 시작 7시간여 전이지만, 10여 개의 테이블이 몰려든 손님들로 가득 들어찼다. KIA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내부 분위기도 들썩였다. 벽면에는 야구 배트와 선수들 사진이 걸려있었으며, 사인도 가득했다. 일부 야구 팬들은 음식점에 들어오자마자 사인을 사진으로 남기거나, 배트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가족들과 함께 줄을 서던 30대 초반 김태환씨도 아침 일찍 출발해 광주로 왔다고 했다. 김도영 선수 팬이라던 그는 앞서 KIA 홈경기를 직관왔다가 들른 '기아타이거즈 야구 박물관'이 KIA의 역사를 잘 정리해둬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 KBO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KIA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여정이 21일 시작되면서 광주가 들썩이고 있다. KS 1차전 경기를 앞둔 점심시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한 커피숍에 야구를 보려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역 상권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유니폼을 입은 야구팬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졌다. 박찬호 선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식사 중이던 정원재(25)씨는 "전날 야구 경기가 끝나자마자 광주로 달려왔다"며 "광주에서 숙박한 후 야구팬들이 많이 온다는 이 식당에 와봤다"고 했다. 광명에 거주하고 있는 송인아(27)씨도 응원용품이 한가득 담긴 가방을 메고 식사를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그는 "정규시즌 동안 홈경기를 보러 광주에 여러번 왔다"며 "야구경기를 보러 왔지만, 올 때마다 전일빌딩에 방문하기도 하고 문화생활을 했다. 최근에는 비엔날레 전시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현종 선수의 경기를 보고 KIA에 입덕했다"며 "이번 V12, 꼭 달성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기 전, 챔피언스필드 내 카페와 기념품가게 등에도 야구 팬들이 길게 줄을 서는 등 장사진을 이뤘다. 또한 경기장 바깥에 크게 걸린 KIA의 승리를 염원하는 현수막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광주가 야구 열기로 들끓고 있다. KIA타이거즈가 7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르면서 V12를 응원하는 야구팬들이 모여들면서다. 모처럼 지역 경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전국에서 광주를 찾는 팬들이 숙박과 음식, 간식거리를 구입하는 등 소비를 늘리면서다. 실제 정규시즌에서도 KIA 타이거즈가 역대급 흥행가도를 달리면서 외식·금융·숙박업계에 매출 증가가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야구 KBO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KIA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여정이 21일 시작되면서 광주가 들썩이고 있다. KS 1차전 경기를 앞둔 점심시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 식당에 야구를 보려는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역 상권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최다관중 경신…1인당 평균 17만원 이상 소비

올 시즌 73차례 열린 광주 홈경기에 모두 125만9천249명이 찾아 홈 최다관중을 경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1번째 우승을 차지한 2017년 102만4천830명 이후 첫 100만 관중 돌파로, 그 때보다 23% 늘어난 수치다.

KIA 홈구장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 외식업장의 매출도 늘었다. 역대 기록을 깬 구름관중 덕분이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시즌 전반기 동안 기아챔피언스필드 1.5km 반경 이내 외식업장에서 발생한 전체 카드사의 일 평균 매출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대비 1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동일 사업장을 기준으로 원정 대비 홈 경기 기간 매출이 38.1% 늘었다. 이는 홈경기가 인근 외식업장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홈팀의 좋은 성적과 화제의 인물 등이 매출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신용데이터 측의 분석이다.

선수들이 언급한 식당은 야구팬들의 방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KIA팬 정가연(27)씨는 "선수들 맛집으로 유명한 C식당은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손님들로 북적인다"며 "가보니 정말 맛집이었다. N 고깃집도 선수 맛집으로 알려져 긴 대기줄이 생긴다고 들었는데 다음에 한 번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챔피언스필드 방문객의 1일 평균 지출액이 17만원을 넘겼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선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가 지난 8월 1∼29일 챔피언스필드 방문객 1천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소비지출을 분석한 결과, 방문객 1명이 하루 동안 평균 17만3천100원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출 항목에 대한 평균 지출비용은 ▲교통비 2만6천100원 ▲식사비 4만9천900원 ▲음료비 2만4천400원 ▲응원용품 구입비 3만7천300원 ▲숙박비 1만7천500원 ▲입장권 구입비 1만7천900원 등이다.

이를 토대로 관람객의 경제효과를 산출한 결과, 8월 말 기준(73경기·1경기 평균 관중 수 1만6천886명) 경기장 내 소비금액은 1천152억2천334만원이며, 총 경제효과는 2천133억7천656만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1경기·1경기 평균 관중 수 1만125명) 총 경제효과(1천244억3천726만원)와 비교했을 때 시장 규모가 71% 커진 것이다. 올해 관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지역에 미치는 직·간접적 경제효과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경기보고 놀다 올건데…" 숙박업계도 '방긋'

숙박업계도 야구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원정 경기를 뛰러 온 선수들과 이를 보러온 야구팬들의 수요가 늘면서다. 경기기간 만실은 기본이고 많게는 매출이 2배가량 뛰었기 때문이다. 챔피언스필드 1.5km 거리에 위치한 H호텔은 정규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KT위즈, SSG랜더스, NC다이노스 등 원정경기를 온 구단들이 숙박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팬들의 발길도 덩달아 이어졌다고 했다. 구단과 야구팬들의 수요로 홈경기 기간 만실은 물론, 며칠을 연달아 묵는 손님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호텔측 관계자는 귀띔했다.

챔피언스필드에서 5km가량 떨어진 U호텔도 정규시즌 동안 객실 점유율이 평일 평균 대비 많게는 2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4인 기준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많이 찾는 스위트룸은 일반 객실에 비해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만실을 기록했다. 호텔측 관계자는 인기 요인에 대해 호텔 22층에 위치한 '해태 타이거즈 역사박물관'을 언급하기도 했다.

U호텔 관계자는 "호텔 22층에 해태 타이거즈 레전드 선수들의 소장품인 유니폼, 배트, 싸인볼, 사진 등을 모아 전시한 '해태 타이거즈 역사박물관'이 있다"며 "KIA의 팬들은 물론 타 구단팬들도 가족끼리 방문해 전시를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시리즈가 시작된 오늘 숙박률은 90%를 넘겨 만실을 기록했고 내일 예약률도 80%를 넘긴 상황"이라며 "호텔 로비에 야구 유니폼을 입은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고 말했다.

◆날개 돋친 듯 팔린 KIA타이거즈 예·적금, 굿즈

KIA의 인기에 힘입어 우승기원 금융상품, 굿즈 등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광주은행이 2018년부터 매년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판매해온 'KIA타이거즈 우승기원 예·적금' 상품은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다. 'KIA타이거즈 우승기원 예·적금'은 KIA의 시즌 성적에 따라 최대 연 0.25%p의 우대금리를 더해 최고 연 3.85%(기본 연 3.60%)의 금리혜택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이다.

올해 예·적금 판매액은 각각 3천1억7천160만원, 679억4천406만원이다. 지난해 대비 예금은 16% 증가했고, 적금은 무려 251%가량 대폭 늘었다.

KIA 구단의 굿즈는 심지어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달 말 기준 KIA구단의 굿즈 판매율은 지난해보다 210%, 전년보다 320% 급증했다.

굿즈 판매의 60%가량은 유니폼 관련 품목으로, 유니폼에 선수의 이름을 새기는 '마킹 키트' 판매량에서 김도영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마킹 키트는 상반기에만 2만장 넘게 팔렸다.

특히 지난 8월26~30일 사전예약이 진행된 김도영의 '10홈런-10도루''내추럴 사이클링' 기념 유니폼은 주문량만 7만장을 돌파했다. 유니폼 가격이 13만9천원었으므로 100억여원의 수입을 기록한 것이다.

선수들이 실제로 입는 유니폼인 어센틱은 연일 품절 대란이 일어나자, 개인간에 웃돈을 주고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실제 한정판 상품 거래 플랫폼에서 KIA의 어센틱 얼트 유니폼 레드(논 마킹 버전)는 발매가(12만3천원) 대비 468% 비싼 50만원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영상=안태균기자 gyun@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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