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이미지 엠블럼으로··· 광주의 美 전 세계에 각인

입력 2024.11.01. 11:38 유지호 기자
■ 무등산과 수영선수권대회
희로애락 함께 한 어미니 산
수질 되살아난 영산강과 결합
국제스포츠 대회 쌓은 이미지
도시 정체성 구축 중요한 요소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4일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에 마련된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경기장이 취재진에 공개되고 있다. 이번 대회는 '평화의 물결 속으로!'를 주제로 오는 12일부터 28일까지 17일간 진행된다. 2019.07.04. wisdom21@newsis.com

브랜드가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 도시의 인상은 중요하다. 관광 목적지 선택에 영향을 미칠 만큼 매력적인 첫 인상은 다시 찾고 싶은 이미지를 만든다. 세계적 도시들이 그들 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브랜드를 갖고 있는 이유다. 'I♥NY(I Love New York)'. 뉴욕을 금융과 UN(United Nations) 도시 외에 패션브랜드 도시란 이미지까지 확장시켰다. 파리(로맨스), 밀라노(스타일), 부다페스트(스포츠 관광) 등이 대표적이다.

관광산업은 비지니스다. 브랜드 마케팅은 관광객 유치 뿐만 아니라 도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 국내·외 트렌드에 반응하며, 도시가 지닌 역사·문화자원을 스토리텔링 등으로 풀어내며 성과를 낼 수 있어서다. 지난 10년간 관광 분야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스포츠는 주요 고려 대상이다. 세계관광기구(WTO)에 따르면 스포츠가 선진국의 국내 총생산에 기여하는 정도는 1~2%, 관광 기여도는 4~6%에 달한다.

광주는 스포츠와 인연이 깊다. 광주는 2002년 월드컵 4강과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이하 U대회) 성공 신화를 이룬 곳이다. 2019년 광주 FINA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이들의 유산(레거시)이다. 야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KIA타이거즈도 광주를 연고로 한다. 올해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포함해 총 140만 여명이 찾았다.

이처럼 스포츠를 이야기 할 때 도시 브랜드와 관광은 빠지지 않는 주제다. 많은 논란에도 국제스포츠이벤트와 이를 연계한 문화예술축제 등을 통해 도시의 매력을 증가시키려는 시도와 노력들이 계속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광주 여행·관광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미지는 뭘까'. 2000년대, 옛 전남도청 ·금남로 등 5·18 민주화 운동과 무등산 국립공원을 떠올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무등 (無等). '등급이나 차별이 없다'는 뜻의 무등산은 광주를 상징하는 진산(鎭山)으로 불린다. 무등산 관련 역사·인물 등 스토리가 많은 이유다. '무등'이란 단어가 들어간 상호가 광주에만 300여 개가 있을 정도다. 이처럼 광주와 희노애락을 함께한 넉넉한 품의 어머니 산은 국제스포츠이벤트 등을 통한 새로운 광주 브랜드 창출의 영감(Inspiration)을 줬다.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수단·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191개 국가에서 1만3천여 명. 145개 국에 TV로 중계됐다. 시청자는 총 10억9천58만2천여 명.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만 33만2천여 명에 달했다. 국가대표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다. 선수권대회에 이어 열린 마스터즈대회에는 수영 동호인들이 참여했다. 84개 국에서 선수 4천13명, 코치 193명 등 5천365명이 왔다.

마스터즈는 광주 관광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됐다. 항공·숙박·참가비 등은 스스로 부담한다. 대회 등록비·참가비 수익만 6억 원. 대부분 휴가를 겸해 가족·친구들과 동행했다. 일주일부터, 길게는 보름까지. 선수촌에는 1천200여 명의 선수와 가족 등이 묵었으며, 총 1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들을 대상으로 모두 72차례 운영한 전통문화 체험과 관광 프로그램에는 1천136명이 참여했다.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같은 국제 대회 상징물을 만들 땐 많은 공력이 든다. 우선, 광주의 과거·현재의 이미지·정체성과 미래의 방향성을 담아야 한다. 문제는 특정 대상에 대한 이미지가 모든 사람에 따라 다르기 십상이다. 공동의 이미지를 하나로 맞추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새로운 도시 브랜드가 탄생하기 위해선 확장성과 연계성도 고려대상이다. 여기에 대회 개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광주의 미래지향적 가치 등도 함께 녹여져야 한다. 무등산은 제일감이었다.

무등산이 녹아든 상징물은 광주와의 연계성 및 수영과 관련한 근원적 질문 과정에서 나왔다. 엠블럼과 마스코트가 대표적이다. 물이 지닌 속성과 특성. 즉 생명의 원천이자 근원이란 점에 착안했다. 전 세계에 친환경 도시 이미지를 부각할 수도 있다. 청정의 무등산('품결')과 수질이 되살아난 영산강('물결')의 이미지. 이 같은 개념을 수영대회와 연계시켜 응축하기로 했다. 엠블럼의 물결 문양과 마스코트인 수리와 달이가 탄생한 배경이다.

마스코트는 수 많은 회의와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광주를 상징, 혹은 대표하는 동물은 뭘까? 언뜻 떠오르는 동물은 없었다. 해태·KIA 타이거즈의 호랑이들? 호랑이와 광주는 무슨 관계인가. 물과도 안 맞았다. 야구 외엔 지역과 무관했다. 원앙도 좀…. 감정의 공유. 동양적, 사랑의 상징이라고 하지만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여전히 뭔가 부족했다.

무등산 정상부 상시개방 첫날인 지난해 9월 23일 오전 광주 무등산국립공원 서석대에서 시민들이 인왕봉 전망대로 향하고 있다.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이 위치한 무등산 정상부는 1966년 군부대 주둔으로 출입이 통제됐다가 이날부터 상시개방을 시작했다. 무등일보 DB

지역과 연결고리가 중요했다. 랜드마크인 무등산과 영산강, 광주와 수영대회, 물과 생명…. 수달은 주요 키워드들의 연결고리였다.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무등산의 깃대종(대표 동물). 무등산에서 마음껏 뛰노는 수달. 광주에 '삶의 생명과 환경의 도시'란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한국전쟁 이전만 해도 수달은 하천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남획과 오염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위기종이 되고 말았다. 도심 하천에 나타나기만 해도 뉴스가 되는 진객이 된 것이다. 2012년엔 멸종위기 1급 동물로 지정됐다.

슬로건의 '물결', 엠블럼의 상징에 담긴 무등산의 '품결'과도 맞춤이었다. 수달이 목격되는 대표적 대도시 하천이 광주천. 밤에 수영하는 모습이 드물게 포착됐다. 수달의 건강은 인간의 삶과 직결된다. 삶은 자연과 공존하며 조화를 이뤘을 때 풍요로워진다. 수달이 사는 무등산과 광주천은 도시 건강의 척도다. 무등산∼광주천∼영산강의 수질이 개선되면 수달의 활동영역도 넓어질 수 있다. 도시인의 삶도 더욱 풍요로워 진다.

대회의 꽃인 하이다이빙 경기장 선정에도 영향을 줬다. 개최 2년 전인 2017년엔 경기장 선정이 주요 이슈였다. 부다페스트 대회 참관을 계기로 경기장 위치, 더 나아가 도시 브랜드와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표 관광지·랜드마크에 경기장을 만들었다. 다뉴브강 개막공연 덕분에 부다성과 어부의 요새, 세체니 다리가 세계인들에게 각인된 것처럼, 도시의 아름다움은 전 세계에 자연스레 노출됐다. 광주의 전략도 수정됐다.

경기장 2곳과 대회 개·폐회식 장소가 재검토됐다. 광주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어 보여줄 하이다이빙경기장은 최대 관심사였다. 대회 최고의 시청률.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과 다뉴브강은 강렬했다. 광주의 도시 브랜드·마케팅 측면에서의 매력과 상징성이 극대화 된 장소는 어디일까'. 슬로건·엠블럼·마스코트 등 대회 상징물과 관계도 고려됐다. 광주 대회의 철학·방향성 등도 담겨야 했다. 경기장 선정에 고민을 거듭했던 이유다.

고민은 그 11월 중순 해결됐다. 동구 조선대학교 본관 앞 운동장에 국제수영연맹(FINA) 실사단이 도착했을 때였다. 회색빛 하늘에 진분홍빛 단풍과 만추(晩秋)의 낙엽이 하얀색 본관 건물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다. 완연한 가을빛으로 물든 무등산은 한 폭의 풍경화였다. 조선대 본관 건물은 1947년 착공 8년 만에 5개 박공지붕으로 완공됐다. 한국전쟁으로 건립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몇 차례 증축을 거쳐 현재와 같은 모습(길이 375m의 19개의 박공지붕)을 갖췄다.

2004년 등록문화재 제94호로 지정됐다. 수직 창과 박공 부분의 고딕양식 첨두 아치창이 건축 당시의 자재와 시공 방법을 보여주는 건축적·역사적 의미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무등산을 뒷 배경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5·18민주광장·금남로 등 광주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당시 와킨 푸욜 FINA 시설위원장은 왼손·오른손의 엄지·검지 손가락을 붙여 직사각형의 TV 모니터 앵글을 만들어 전체적인 뷰(View)를 본 뒤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D-100일 마스코트 수리·달이 조형물 제막식이 3일 오후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용섭 광주시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 이기흥 대한체육 회장, 김지용 대한수영연맹 회장, 조영택 조직위 사무총장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무등일보 DB

이처럼 브랜드 마케팅의 첫 단추인 상징물은 대회를 규정한다. 슬로건과 엠블럼·마스코트만 봐도 개최도시의 브랜드와 대회의 지향점을 짐작할 수 있는 이유다. 평창올림픽 슬로건 등을 만든 민은정은 저서 '브랜드;짓다'에서 "올림픽은 스포츠의 형식을 띠지만, 영향력은 스포츠를 넘어서며 개최하는 곳의 국력과 시민의식 등 여러 요소를 전 세계에 선보이는 자리다"며 "어디서 열리든 올림픽은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올림픽을 통해 세계인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시대의 정신과 정서, 유치 도시의 역량과 철학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미지는 도시를 규정한다. 무등산이 대회 홍보 영상과 리플릿·포스터 등의 대표 이미지로 활용된 배경이다. 국내 최고의 PR(홍보·Public Relations) 전문가로 꼽히는 김주호 KPR 사장은 "상징물은 철저히 대회의 개최 이념이나 개최 도시 등의 문화적 요소를 반영한다"면서 "국제스포츠이벤트를 통해 쌓인 도시 이미지·인프라 등은 도시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광주를 '스포츠 메카'로 포지셔닝 하는 전략도 제안했다. 그는 "광주가 국제적인 수영 메카로서 포지셔닝 하려면 크고 작은 수영 대회를 많이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대회와 연계해 선수나 가족, 응원단 등이 방문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광지로서 광주를 홍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예술 관광(sports & art tourism) 연계 전략 프로그램 필요성도 제기됐다. 관광 전문가인 강신겸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 스포츠이벤트는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도시의 이미지 제고·인프라 확충 등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면서 "사실 광주만큼 여행지로서 매력적인 곳도 많지 않다. 이미 세계적인 민주·인권도시이자 문화도시로서 광주비엔날레·광주디자인비엔날레,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아시아문화포럼 등과 같은 굵직한 문화예술 이벤트들을 통해 현대미술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강조했다.

유지호기자 hwaon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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