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컵 사용하지 않는 카페
텀블러 생활화 위한 대여도
제로웨이스트 등 다각적 활동
고객·시민들 동참 이끌어내

[코로나시대 생활쓰레기 팬데믹 <12·끝> 친환경 앞장 '송정마을 카페이공']
"종이컵이요? 없습니다. 커피 담으려면 텀블러 가져오세요." 점심 식사 후 커피를 주문하면 종이컵에 담아주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종이컵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카페. 이곳은 1회 용품은 찾아보기 힘든 곳이자 1회 용품을 극도로 싫어하는 곳이다.
광주 광산구 송정동의 '송정마을카페이공(이하 카페이공)'은 이상한 공간이자 이로운 공간이다. 여느 카페와 달리 종이컵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한' 카페다. 최근 종이컵 대신 리유저블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는 카페가 늘고 있지만 카페이공은 이보다 더 나아가 아예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는 곳이다.
또 단순한 카페의 기능에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청년 활동 근거지로 역할하며 우리와 환경, 지구를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이상적인' 공간인 것이다.

카페이공은 카페에서 1회 용품을 제공하지 않는 것을 넘어 텀블러나 용기 등 다회용품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보다 친환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강력하게 요구하기까지 한다. 이런 행동이 결국 다시 우리에게 좋다는 근거에서다.
◆텀블러 빌려드립니다
광주 광산구 송정시장 주차장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이공의 외관은 동네의 조그마한 평범한 카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사뭇 다르다. 한켠에 쌓여 있을 법한 종이컵은 보이지 않고 유리컵과 머그가 가득하다.

카페이공은, 이제는 익숙한 단어인 '제로 웨이스트'를 본격적으로 실천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저 1회 용품 사용을 줄인다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 물건이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혹시나 필요 없는 물건을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소비패턴 그 자체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커피나 음료를 주문하면 유리컵에 스테인리스 빨대를 제공한다. 사용한 빨대는 삶아 소독해 다시 사용한다.
카페이공 이세형 대표의 확고한 주장은 화장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카페의 화장실에는 페이퍼타월이나 핸드드라이어도 없다. 대신 잘 말려진 부드러운 수건이 준비돼 있다.

커피를 사들고 나가기 위해 종이컵을 요구하면 "없다"고 답한다. 대신 텀블러를 빌려준다. 올해 초부터 진행하고 있는 '텀블러 공유제'는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사용하고 포장 시에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대여한다.
카페이공은 텀블러를 기부 받아 세척·소독해 카페에 비치하는 '보틀클럽'을 운영, 손님들이 대출기록카드에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쓰고 빌릴 수 있게 했다. 빌린 텀블러로 이곳에서 10번 이용하면 음료 한 잔을 제공하는 마일리지 시스템도 도입했다. 텀블러를 꼭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카페를 이용할 때 텀블러를 쓸 수 있게 무료 제공하는 셈이다.
◆수고스러운 것이 즐거워야

카페이공은 1회용 커피컵 사용 제한에 머물지 않고 시야를 넓혀 '이공 2.0'을 추진, 지구와 환경문제에 중점을 두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카페이공이 생각하는 제로웨이스트의 핵심이 '연결'이다. 지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페이공 한켠에 제로웨이스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카페의 수익 다각화와 더불어 본격적인 환경보호와 쓰레기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광주에서는 처음으로 제로웨이스트 팝업스토어인 '한걸음가게'를 열었더니, 반응이 좋아 상시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환경오염을 최소화한 고체샴푸, 수세미, 대나무칫솔 등의 물건을 판매하고 세제리필스테이션도 마련돼 있다. 베이킹소다, 구연산 등을 필요한 만큼만 소분해 구매할 수 있도록 1g 단위로 판매한다. 용기는 개인용기를 가져오거나 카페에 깨끗하게 소독돼 있는 유리병을 이용하면 된다.
이를 위해 재활용이 잘되지 않는 유리병을 기부받고 병뚜껑과 종이가방을 모으는 '우리동네 회수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 정수기인 브리타 필터도 회수한다. 지역 사용자들이 많지 않아 아직 필터를 재활용하지는 못하고 서울로 보내는데 그치고 있다.

카페이공이 지난 1월20일부터 지난달까지 회수한 제품은 종이팩이 6천674개, 플라스틱 음료병 뚜껑과 병목고리가 3만6천349.2g, 실리콘 제품이 486g, 유리병이 137개, 신발끈이 60개, 브리타필터가 16개다.
이 대표는 "당장 편하다고 1회 용품을 사용하다 보니 엄청난 피해로 돌아오고 있다"며 "기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환경 보호 활동은 한두명이나 소수만 주장하고 행동해서는 안된다. 용기를 들고 다니는 것이 수고스럽고 번거롭지만, 이런 행동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카페이공은 여행자 지원센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광주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텀블러와 용기, 우산, 장바구니를 빌려주고 있다. 카페이공이 송정역 인근에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로웨이스트는 한 지역의 시민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지역에 여행가는 광주 시민들 역시 그 지역의 제로웨이스트 활동하는 곳을 찾아 빌려 사용하고 돌아올 때 반납하는 멋진 여행을 하기 바란다"며 "찾아간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는 '공정여행'이 결국 나와 우리, 지구를 살리는 첫 걸음이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시민들 노력 헛되지 않게 정책 뒷받침 필요"
[이세형 카페이공 대표]
잘못된 분리배출법 여전
우유팩 씻어 내놔도 소각
광주시 대책마련 나서야

"시민들은 열심히 종이팩을 씻고 말려 재활용이 용이하게 배출하는데, 제대로 모이지 않아 대부분 버려지고 있습니다. 광주시가 종이팩 수거함을 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이세형 카페이공 대표는 재활용품 분리배출 중 시민들이 가장 모르는 부분이 '종이팩 분리배출'이라고 지적했다.
우유·두유팩 등은 종이 원료인 펄프로 만들어졌지만, 종이팩은 종이가 아니다. 종이와 종이팩이 같은 원료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은 그저 사용한 우유팩을 깨끗이 씻고 말려 종이류에 분리배출하며 '제대로 분리 배출했다'고 뿌듯해하지만 전혀 틀린 판단이라는 것.
시민들이 수고스럽게 씻고 말리지만 종이팩을 따로 모으는 공간이 없어 종이류에 함께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모인 종이팩은 재활용 분류 공장에 가서는 결국 소각·매립 등 폐기처분 대상으로 버려진다.
직접 주민센터에 들고 가야 화장지 등으로 교환하는 방법도 있지만, 번거로워 실천하는 사람들이 극소수다.
카페이공 역시 '종이팩 어택'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 단위로 모아야 하는 수고로움이 가장 귀찮다.
종이팩의 올바른 배출을 위해 전용 수거함이 필요하지만, 광주 지자체 중 종이팩만을 따로 모으는 곳은 광산구 뿐이다. 광주시와 다른 지자체도 빨리 종이팩 전용 수거함을 배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종이팩의 올바른 분리 배출 방법을 알리지 않고, 돕지 않는 것은 시민들의 분리수거 의식을 광주시가 꺾고 있는 셈이다"며 "또 PT병 분리배출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이팩 수거함과 함께 절실한 것이 담배꽁초 수거함이다.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 꽁초는 빗물받이에 모여 들어 꽁초의 미세 플라스틱이 결국 우리가 마시는 물로 돌아온다. 이 대표가 광주시에 꽁초 수거함 설치를 건의하자 '흡연을 조장하는 셈이다'며 거절하는 답으로 돌아와 허탈해 했다.
그는 과소비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광주는 음식물쓰레기 배출양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갖고 있다. 우리가 입다 버린 헌 옷이 후진국 등에 가서 다시 사용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 곳에서 버려지고 있기도 하다"며 "제대로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덜 사고 덜먹어야 한다. 내가 만든 쓰레기를 내가 처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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