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공유 시민문화욕구 충족 주목
"생활 속 인문학 통해 지역문화 이끌어 "
순천은 '무진기행'으로 60년대 한국문학에서 감수성 혁명을 일으킨 작가 김승옥을 배출한 문향(文鄕)이다.
지금도 안개와 습지, 갈대가 자리한 순천만은 이곳을 찾는 작가들에게 예술적 감흥을 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순천시청 인근에 자리한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석연경 소장이 순천에서 10여 년간 인문 문화운동을 펼쳐온 아지트이자 지역 예술가와 시민들이 모여 지역문화의 꽃을 피워가고 있는 '문화사랑방'이다.
장맛비가 대지를 적신 최근 석연경 소장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그는 현재 대학에서 인문학 강의와 시 창작교육을 하며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그는 인문학이 미적으로 승화된 것이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문학과 문화예술이 인간에게 진정한 삶을 추구하게 하고 행복한 길로 나아가게 한다는 믿음으로 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거나 외부 특강 등 수입을 쪼개 연구소를 운영해오고 있다.
그의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역의 인문문화 풍토가 확산되고 시민들의 문화욕구가 충족되고 있다.
연구소는 설립 초기부터 인문학을 화두로 다양한 학문 교류의 장을 마련해 왔다. 박석무·최진석·고영섭·이종수씨 등 다양한 인문학자를 초청, 특강을 열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특색 있는 다양한 문학적 경향을 지닌 문인도 초청했다.
또 송준영, 김준태, 이은봉, 박몽구, 이하석, 구모룡, 이승하, 이향지, 백수인, 박남준씨 등 문인을 초청, 지역민과 독자들에게 양질의 문학 체험의 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역 역사 분야에서는 여순사건 관련 전문가 주철희 초청강연도 있었다. 여기에 미술사학자 노성두를 비롯, 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강연을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류시화 시인을 초청했을 때는 100명이 넘는 문학애호가들이 전국각지에서 모여들기도 했다. 이달에는 대경스님 강연이 예정돼 있고 보경·목우 스님 등 불교와 기독교, 가톨릭, 유교 전문가를 초청, 종교철학 강의도 열 계획이다.
북콘서트에서는 순천 지역 출신 문인들이 참여했다. 서정춘 시인을 비롯. 김길나·임보 시인 등을 초청, 시민들과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연구소는 이와함께 책을 읽고 자신을 성찰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할 수 있는 문화 확산을 위해 고전인문학, 생태인문학, 인문학 산책, 시로 여는 인문학, 시로 여는 생태인문학, 힐링 시 치료, 집중 시집 읽기반, 세계명시 감상반, 순천문인산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중 '석연경 시인과 함께하는 인문학 기행'은 생태 문화 등을 현장에서 열리는 길 위에 인문학이다.
최근에는 순천대 미래융합대학과 지역인문학 활성화에 관한 협약을 맺는 등 지평도 확장하는 한편 사진과 그림, 시를 전시하는 등 시각 예술에 대한 향유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는 누구나 인문학을 접하고 창작활동은 물론 예술을 향유하고 소통하는 '문화사랑방'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작은 책방을 열어 방문객들을 맞고 있기도 하다.
석연경 소장은 "순천 문화의 거리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 온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는 최근 순천시청 인근으로 옮겨 시민들에게 더욱 다가서는 한편 박석무 선생 고전인문학 강연으로 시작된 문화운동을 펼쳐갈 것"이라며 "앞으로 한길사 김언호 대표와 강순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민속학자 임재해 안동대 명예교수 등 많은 강연과 연구소를 매개로 한 소통을 통해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생태적 세상을 구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 · 음모론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
- · 소설처럼 쉽게 이해하는 우리 역사
- · '문정희 시인의 문학과 인생' 대담 특집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