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대 지음/ 인문서원/ 2만원
우리 역사 속 가장 아쉬웠던 장면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은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을 꼽는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이라는 목숨을 건 수를 둔 것은 기존 고려왕조 하에서는 개혁이 불가능함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나온 홍순대씨의 '그림 속에 숨겨진 조선 역사'는 조선이 개창한 고려말에서부터 일제에 주권이 넘어가기까지 구한말 역사를 크게 다섯가지 이야기로 나눠 그림을 통해 각각의 시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성계의 회군 결심은 어지러운 국내 상황에서 비롯됐다. 국고는 텅 비어 관리들에게 녹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백성들은 부쳐 먹을 땅은 고사하고 수탈만 당하고 있었다. 맹자는 민심을 잃으면 백성을 잃고 천하를 잃는다고 했다.
수양대군은 안평대군의 주위에 모여드는 문인들을 경계했다. 어린 단종의 주위를 안평과 교류하는 문인들이 둘러싸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평이 불궤의 음모를 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당대 문인들, 정치 권력자들과 교우했으나 권력찬탈을 위한 구체적인 정황은 없었다.
김홍도가 활동하던 조선후기는 특정 계층이 토지를 독차지하며 소유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던 시기였다. 대부분의 토지는 대지주가 소유했다. 경작 활동은 대지주의 노비나 소작농으로 전락한 농민들 몫이었다. 이 그림은 이런 조선후기 농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홍도는 당시의 부조리한 현실을 그림에 담아 표현했다.
추사 김정희는 학문 연마에는 철저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무관심했다. 세도정치 세력과 정책적인 논쟁도 없었으며 각을 세운 부분도 보이지 않는다. 개혁을 위한 몸부림도 없었다. 이는 다산 정약용과 비교해볼 때 확연하게 드러난다. 다산은 경세치용과 이용후생의 실학자로서의 삶을 살았다.
매천 황현은 은 절명하기 전에 절명시(絶命詩) 네 수를 남겼다. 시에는 나라를 잃은 선비의 인간적인 고뇌와 나라를 생각하는 고뇌가 드러나 있다. 글을 배우고 닦아온 선비로서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했다. 그러나 한탄만 하지 않고 자신의 죽음으로 인을 이루겠다고 결심했다. 송나라의 윤곡이 몽고군이 쳐들어왔을 때 온 가족이 자결한 것과, 진동이 임금에게 직언을 했다가 죽음을 당한 것을 예로 들면서 자신도 윤곡과 진동처럼 죽음으로써 선비의 기개와 절개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저자는 그림을 통해 보는 시각에 따라 역사에 다른 해석이 가능함을 이야기한다.
저자 홍순대씨는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역사의 흔적을 쉽고 재미있게 우리들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공저로 '매국의 역사학자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
최민석기자 cms20@srb.co.kr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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