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게임…' '요괴 사냥꾼…'출간
아내 옆 문학공부 하며 창작 몰입
일상 바탕 어린이 마음 그려 주목
부부 동화작가가 동시에 작품집을 내 화제다.
주인공은 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임지형씨와 남편 김민성씨다.
이들은 신작 동화 '리얼 게임 마스터 한구호'와 '요괴 사냥꾼 이두억'(이상 토토북刊)을 각각 출간했다.
부부가 한꺼번에 신작 동화를 출간한 것은 지역문단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김민성 작가는 기성 작가인 부인 임지형 작가의 작품활동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문학을 접했고 개인수업을 받으며 책 출간을 준비해 왔다.
임 작가의 신작은 '토토는 동화가 좋아'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나왔다. 그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작가로 꼽힌다. 게임에 푹 빠진 한구호가 빼앗긴 핸드폰을 되찾기 위해 가족들이 만든 리얼 게임에 도전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게임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자신과 꼭 닮은 한구호의 이야기를 통해 즐거운 게임 생활과 튼튼한 일상생활을 조화롭게 가꾸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 준다.
게임 잘하는 한구호는 별명도 '갓 게이머'이다. 게임이라면 무엇이든 자신 있고,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싶다. 때로는 몰래 밤새 게임을 할 때도 있다. 구호는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실수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결국 큰 실수를 저지르고 핸드폰을 빼앗기고 말았다. 가족들은 핸드폰을 되돌려 주는 조건으로 구호에게 리얼 게임을 제안한다.
한구호는 핸드폰을 받기 위해 무슨 게임인지도 모른 채 리얼 게임을 시작한다.
이 작품은 게임도 잘하고 싶지만, 생활도 잘하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걸 다 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공감해 준다. 어린이의 마음에서 출발해서 함께 좋은 방법을 찾아보는 이야기로 동심을 일깨운다.
'요괴 사냥꾼 이두억'은 시체두꺼비, 황금돼지, 아귀, 혈호 같은 옛이야기 속 요괴들과 그에 맞서 싸우는 요괴 사냥꾼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다. 이야기 속의 어린 요괴 사냥꾼 이두억은 어엿한 요괴 사냥꾼으로 인정받으려고 애쓰다가 사고를 치기도 하고, 요괴에 맞서며 새로운 동료를 만나고, 때로는 큰 고통을 겪기도 하면서 성장한다. 판타지 속 주인공이 현실의 어린이들처럼 때로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또 원한을 갖고 굶어 죽은 사람의 시신에서 생겨난다는 시체두꺼비, 욕심 사나운 황금 돼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아귀, 사람을 부하로 쓰는 혈호 같은 무시무시한 요괴는 물론 족자 속 그림에서 튀어나오는 벽화구와 치유의 힘을 가진 피리, 요괴를 가두는 단지 같은 신기한 물건 이야기가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숨 가쁘게 펼쳐지는 요괴와의 대결, 동료들과의 뜨거운 우정, 유쾌하게 펼쳐지는 일상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사건들이 펼쳐진다.
임지형 작가는 "등단 이후 오랫 동안 옆에서 지켜준 남편이 자연스럽게 문학과 친숙해지면서 창작에 눈을 뜬 것이 작품 출간으로 이어졌다"며 "선의의 경쟁자가 곂에 있으니 한편으로 든든하고 창작에도 자극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성 작가는 "작품 하나를 쓰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 아내 모습을 지켜보며 동화작가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대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지형 작가는 지난 2008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09년 제1회 목포문학상을 수상했고, 2011년 광주문화재단과 2013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창작 지원금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 · 음모론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
- · 소설처럼 쉽게 이해하는 우리 역사
- · '문정희 시인의 문학과 인생' 대담 특집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