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지음/ 통나무/ 320쪽
세종대왕은 고구려 광개토태왕, 백제 근초고왕, 신라 문무왕과 함께 우리 역사상 최고 군주로 꼽힌다.
최근 나온 '국가경영은 세종처럼'은 세종이 남긴 업적의 면면을 통해 오늘날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리더십과 덕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출간의미가 크다. 세종은 재상 정치를 중심으로 정치 체제를 안정시키고 행정 조직을 확립했으며, 혁신적인 조세 제도를 확립하여 국고를 늘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농업을 비롯한 경제의 발전을 이루었다. 또한 사군과 육진을 설치하여 영토를 확대하고 국방력을 증대시켰으며, 집현전을 중심으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여 학문을 발전시키고 미래의 동량을 키웠다. 나아가 이들의 능력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방대한 편찬 사업이 이루어져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 되게 했는가 하면, 훈민정음의 보급, 농작법과 과학기술의 발전, 의약기술의 발전과 음악의 정리 등등 열거하기 벅찰 정도의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 책은 이러한 군주 세종의 업적 나열만을 중심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러한 국가경영의 성과가 가능할 수 있었던 최고경영자인 세종의 종합적 성격을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한다.저자는 세종이라는 그 인간에 대하여, 군주로서의 세종에 대하여, 세종의 인재경영과 그시대 인물군들에 대하여 등 3부로 나눠 구성했다.
먼저 1부는 세종의 인간적 면모를 그의 성장 과정과 사생활, 정치 행위와 정책, 사람에 대한 태도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세종의 위업 뒤에는 왕을 훌륭하게 보필한 신하들과 당대의 학자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도 세종이 이들의 보필을 수용할 만한 인성과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세종은 인정 많고 정의로운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의 고통에 함께 눈물 흘릴 줄 아는 정 많은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앞뒤 재지 않고 인정에만 매달려 덤벼드는 그런 감상적인 인물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냉철하며 해결책을 추구하는 매우 이성적인 인물이다.
이어 2부는 군주로서의 세종이 견지하고 있는 정치관, 경제관, 법사상이 무엇이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고 구현되었는지 알아본다. 세종시대 조선이 추구하던 이상적인 사회는 왕도(王道)정치가 구현되는 나라였다. 왕도정치란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덕 있는 자가 백성을 교화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힘으로 나라를 지배하고 형률로 백성을 다스리는 패도(覇道)정치와 대비된다. 왕도정치의 목표는 백성들이 모두 조화롭게 잘 사는 태평성세를 일구는 것이다. 조선의 국시 성리학은 왕도정치 실현을 위해 가장 중시되는 개념으로 중용을 내세웠다.
3부는 세종의 인재 경영의 특징을 분석하고, 황금시대를 만든 당대 인재들의 면면을 살피는 한편, 세종의 가장 위대한 업적인 한글 창제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한글인 훈민정음의 제자원리와 훈민정음의 문자 기원에 대한 논의는 흥미롭다. 훈민정음 기원설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망라됐다.
세종은 스스로가 당대의 뛰어난 인재였을 뿐 아니라 주변의 인재를 알아보는 눈이 있었고,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남다른 용인술이 있었으며, 신분이나 국적보다는 능력을 살 줄 아는 지혜가 있었다. 그런 까닭에 다른 왕 아래선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던 인물도 세종을 만나 날개를 달았고, 다른 시대엔 쓸모없는 지식으로 여겨지던 것들도 세종의 시대엔 부흥의 밑거름이 됐다. 덕분에 그들 인재들은 당대의 보석이 되고, 조선 왕조의 주춧돌이 되었으며, 역사의 별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곧 세종의 성공 뒤에는 탁월한 인재 경영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세종의 국가경영 리더십의 요체는 바로 인재경영이었다.
저자 박영규는 이 책에서 결코 흥분하지 않고 세종을 이야기한다. 세종을 영웅으로 그려내려 애쓰지 않는다. 단지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따라 담담하게 조선이라는 국가를 책임지는 최고 결정권자인 세종의 내면을 보여준다.
박영규씨는 소설가이자 인문학 작가이며 교육자다. 1996년에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밀리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한 이후 20년 동안 삼국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한권으로 읽는 한국 통사 시리즈를 완성하여 역사서의 대중화 바람을 일으켰다. 도올 김용옥 선샌이 서문을 썼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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