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 여행
황윤 지음/ 책읽는 고양이/ 416쪽
기존 제주 여행의 관념을 뚫고 고고학의 눈으로 제주와 만나는 역사 여행 에세이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 여행'(책읽는고양이)이 출간됐다.
현지인은 '탐라'라 했지만, 육지인들에겐 단지 물 건너 고을이었던 곳 '제주(濟州)'. 이 명칭의 거리만큼이나 느낌과 입장의 차이가 존재했던 곳. 그렇다면 오늘날 제주는 어떤 곳일까.
'제주' 하면 흔히 이국적인 휴양지를 떠올리는 우리에게 저자 황윤은 흥미진진한 역사 속 한 장면을 내민다. 고려 말 최영 장군의 병사로 징집, 제주로 떠나는 입장이 되어 비행기가 아닌 일부러 배를 타고 둘러보게 된다.
역사학자인 저자의 편견 없는 가설과 다양한 문헌 해설, 그리고 부지런한 발품으로 만나는 제주 탐사 여행은 흥미진진함을 넘어 모험에 가까운 쾌감을 전한다.
그동안 자연체험과 문화유산 관광에만 국한됐던 제주도가 최근에는 맛집, 여행지, 카페 등 감성 여행으로 이어졌지만 이 책은 의외로 제외돼 있던 제주도의 역사를 개괄한다.
전혀 접해보지 못한 고대사부터 고려 시대까지의 제주를 들여다봄으로써 제주에 말이 많은 까닭, 제주의 심벌 돌하르방의 기원, 옛날 사람들은 배 타고 어떻게 제주에 갔는지, 탐라 및 제주도 명칭의 유래라든지, 제주의 정체성 등등을 현재 남아 있는 유물유적과 문헌 속에 존재하는 실제 역사를 통해 고증함으로써 알게 해준다.
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제주도는 이미 한해 관광객이 1천500만 명이 넘었고(2019년 기준), 올해 4월부터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역사 여행 도서 및 역사 여행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가 찾던 전혀 새로운 제주도 여행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전혀 접해보지 못한 고대사부터 고려 시대까지의 제주를 들여다봄으로써 제주에 말이 많은 까닭, 제주의 심벌 돌하르방의 기원, 옛날 사람들은 배 타고 어떻게 제주에 갔는지, 탐라 및 제주도 명칭의 유래라든지, 제주의 정체성 등등을 현재 남아 있는 유물유적과 문헌 속에 존재하는 실제 역사를 통해 고증함으로써 알게 해준다.
저자는 유독 1374년 당대 최고 명장인 최영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314척의 배에 2만 5천605명의 병력을 제주도로 파견해 소위 '목호의 난'을 진압한 사건에 주목한다. 목호의 난은 몽골이 세운 원나라에 고려가 복속된 후 제주를 탐라총관부(耽羅總管府)라는 몽골의 자치령으로 운영하다가, 원나라가 무너지고 고려가 제주도에 대한 지배권을 회복하고자 할 때, 원나라 정부에 의해 제주도로 파견되어 말을 키우며 살다 현지화가 된 몽골인들이 크게 저항한 사건이다.
저자는 최영 장군 부대에 징집된 안양쯤에 사는 고려 시대 사람이 되어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보기로 했고, 목포까지 가서 배를 타고 추자도에 들른 뒤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에 도착해서는 최영 장군과 목호의 흔적을 찾아 열심히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내용들을 수집했고, 그 과정에서 몽골이 제주도에 미친 영향이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행을 마친 저자는 집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탐방하며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역사 소설을 쓴다. 제목은 '갑인의 변'. 그래서 이 책은 책 속 책의 형태를 띤 아주 독특한 책이기도 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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