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0명 집필 '포스트 5·18' 출간
역사의 무거움보다 '어려움'이 문제
계승 이전 올바른 인식 뒤따라야
시간이 갈수록 5·18은 젊은 세대들에게 낯선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MZ세대들에게 80년 5월 광주의 기억과 역사를 올바로 인식시켜주는 것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사)지역공공정책플랫폼광주로는 5·18민주화운동을 '지금'으로 잇고 '내일'로 확장하기 위해 10명의 청년 필진과 함께 '포스트 5·18-지금 세대가 오월을 마주하는 10가지 방법'(문학들刊)을 펴냈다.
여기에는 오월의 이미지를 담은 엽서를 만들어 사람들의 안부를 묻는 작업, '임을 위한 행진곡'을 오르골에 담는 활동, 광주의 할머니들과 요리를 통해 밥 먹듯이 5·18을 기억하고자 한 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시대의 투사회보를 배포하고자 한 이, 초등학생들에게 오월을 가르치는 선생님, 광주를 넘나들며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는 작가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월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청년들의 소박하지만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집필에는 김꽃비 김지현 이하영 박은현 김동규 김유빈 백성동 박경섭 이자영 서다솜씨 등이 참여했고 이경옥씨가 삽화를 그렸다.
지금 세대에게 5·18민주화운동은 한마디로 '어려운' 사건이다. 1980년 이후 출생자가 대부분인 오늘날 청년 세대에게 5·18민주화운동은 웹툰, 영화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의 무거움보다 조금 더 친숙하게 전달됐다. 그러나 여전히 5·18을 부인하고 폄훼하며 왜곡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5·18의 진실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5·18이 '어려운' 이유는 단지 그것만이 아니다.
'포스트 5·18'은 '성역화'되어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의 금기처럼 존재하는 5·18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떤 5·18 경험자들은 항쟁의 10일만을 강조하며 5·18에 다른 민주·인권·평화의 이야기들이 들어오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기념관과 전시는 죽음과 항쟁만을 얘기하며 그 사이에 있는 다양한 삶과 표정들에 대해서는 눈감는다. 때문에 5·18은 당시의 현장에만 머물러 있으며 지금 세대의 삶과 고민, 상상에는 쉽게 와닿지 않는 것이다.
김형중 문학평론가가 "포스트 5·18 세대의 입에서 (5·18이) 발화되기를 그토록 기대했다"며 뽑은 다음 문장은 앞서 말한 '어려움'이라고 말한다.
김꽃비씨는 "청년 세대는 '겪어 보지도 않은 너희들이 5·18에 대해 무엇을 아느냐?'라는 질문이 힘겨웠고 선배 세대는 '아직도 5·18 이야기냐, 그만 좀 해라.'라는 질문에 아파했다. 우리는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의 방식을 잘 모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김동규씨는 "광주가 원했던 더 나은 세상에 어떤 시민들의 목소리는 포함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도청을 지켰던 시민들이 바라던 세상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섭씨는 "정신과 계승과 기억의 전승은 강요될 수 없다. 따라서 5·18의 기억과 기념은 5·18 당사자들의 몫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지영씨는 "옛 전남도청의 주인은 누구인가? 1980년 오월 이래로 5·18을 경험한 세대와 그 이후 세대 모두 그 장소가 자신의 것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오월 이후의 세대이기에 항상 발언의 자격을 의심받지만 그들에게는 저마다의 오월이 있다.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은 5·18이 자신과 세상에게 매우 중요한 사건이며, 5·18 이후 한국사회가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에게 '포스트 5·18'은 5·18이 항쟁 당시의 10일로 끝난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며 새로운 상상력에 열려 있기를 바라는 마음의 다른 표현이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 · 음모론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
- · 소설처럼 쉽게 이해하는 우리 역사
- · '문정희 시인의 문학과 인생' 대담 특집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