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안네 프랑크 지음)=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탄압을 기록한 '안네의 일기'가 그래픽 노블(그림소설)로 출간됐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독일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한 안네의 가족은 네덜란드가 나치에 점령되며 약 100㎡(33평)의 부속 건물에서 은신 생활을 시작했다. 안네의 가족을 포함해 여덟 사람이 함께 숨어 지내며 생필품이나 바깥소식을 외부에 있는 조력자에게 의지했다. 매일같이 발각과 죽음의 공포를 견디며 마음 깊은 곳의 생각과 감정을 일기에 숨김없이 기록한다. 열세 살 소녀 안네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성숙하고 서정적이다. 흐름출판/ 160쪽.
▲몸으로 읽는 세계사(캐스린 페트라스 외 지음_="세상을 바꾼 역사의 중심에는 '몸'이 있었다." 미국 인문학자 캐스린 페트라스와 로스 페트라스는 책 '몸으로 읽는 세계사'(다산초당)에서 "의외로 세계사 속 결정적 사건들은 사소하고도 친숙한 '몸'에 의해 발생되고 그 운명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페트라스 남매는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낮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수학자 파스칼의 의문에 답을 구하고자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몸'을 통해 바라본 역사 속에서 과거의 이념이나 사상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얻어냈다. 까마득한 과거부터 우주시대를 꿈꾸는 지금까지,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몸'이 어떤 역사적 사건을 발생시켰는지 숨겨진 비화가 담겼다. 디산초당/ 376쪽.
▲이어령 별의 지도(이어령 지음)="서로 눈과 눈을 마주치면서, 별을 보고 하늘을 보는 여러분이 시인입니다."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남긴 하늘과 별의 이야기다. 그는 "시인의 마음을 가질 때 별에 가닿을 수 있다"며 인간의 꿈과 이상, 문학적 상상력을 논했다. 대중에게 친숙한 시문학들, 특히 윤동주(1917∼1945)의 유명한 시선들을 글감으로 삼았다. "눈을 들어 밤하늘을 보면 수많은 별이 있습니다. 한국인은 '별' 하면 먼저 윤동주 시인을 떠올리게 되지요. 지상에서 마주한 얼굴이 하늘로 올라가 하늘의 얼굴, 하늘의 눈동자가 되면 윤동주의 시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가 됩니다." 김소월(1902∼1934)의 시 '진달래꽃'에 대해서는 이별을 노래하는 시가 아니라고 해설한다. 미래의 일을 놓고 이야기하는 가정법(If)으로 쓰인 이 시에서 이별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파람북/ 236쪽.
▲슌킨 이야기(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여성과 아름다움을 집요하게 추구한 일본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의 단편집 '슌킨 이야기'가 출간됐다. '갈대 베는 남자', '호칸', '소년', '슌킨 이야기' 등 7편의 소설이 실렸다. 작품 속 남성들은 숭배에 가깝도록 여성에게 복종하고 헌신하며 희열을 느낀다. 다니자키는 "여자 없이는 시도 예술도 없다"며 평생에 걸쳐 여성 숭배를 고수했으며, 이같은 경향은 1920년대 일본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특히 첫 작품 '문신'에는 여성의 발과 등에 집착한 다니자키의 페티시즘이 녹아있다. 젊은 문신사 세이키치가 '새하얀 맨발'을 가진 소녀에게 거대한 여덟 개의 발이 달린 무당거미를 등에 문신해주는 내용이다. 소년과 소녀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년'은 기묘한 느낌의 여성 숭배적 내용으로 끝난다. 문예출판사/ 336쪽.
▲별빛 너머의 별(나태주 지음)= "나쁜 소식은 벼락 치듯 오고/좋은 소식은 될수록 더디게/굼뜨게 온다//몸부림치듯, 몸부림치듯/해마다 오는 봄이 그러하다/내게 오는 네가 그렇다" (수록작 '오는 봄') 나태주 시인이 10여 년간 써 내려간 사랑시가 모여 시선집 '별빛 너머의 별'이 됐다. 해마다 오는 봄부터 풀꽃까지 나 시인의 시 소재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버려져 굴러다니는 돌덩이를 보며 시를 쓰기도 하고, 스마트폰 알람 글에서도, 얼굴을 간질이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도 시를 쓴다. 그런 그가 쓴 사랑 시 365편은 한편 한편이 인생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반짝이는 순간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마치 연애편지처럼 쓴 시를 시인이 엄선했다. 알에이치코리아/ 440쪽.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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