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속고 세금에 울고(안종범 외 지음)=국민이 포퓰리즘 정책에 현혹되지 않게 하려면 포퓰리즘 정책을 감별하는 방법과 함께, 포퓰리즘에서 벗어난 바른 정책을 옹호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평가연구원(PERI)이 국민들이 정치권의 세금 장난에 속고, 또 그 피해는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바로잡고자 책 '정치에 속고 세금에 울고 : 세금 포퓰리즘 11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국내 조세정책 최고 전문가 4명은 이 책에서 세금 포퓰리즘 막는 세금 개혁안 11가지를 제시한다. 저자들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세제 개편이 아니라 조세 제도와 조세 행정 전체를 놓고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어떤 것인지 그려 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렛츠북/ 208쪽.
▲뉴스의 탄생(앤드루 페티그리 지음)=과거 유럽에서는 웬만한 재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시의 우편 서비스는 이용하기가 까다롭고 무척 비쌌다. 권력층이 이러한 비용과 노력을 감수하면서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소식을 주고받으려고 한 이유는 정치·외교와 상업 분야에서 정보가 승기를 잡는 핵심적인 열쇠였기 때문이다. 뉴스 시장의 변천은 무엇보다 통신 역사와 뗄 수 없으며, 통신 체계 발달은 인쇄술과 제지술, 운송 수단의 발전 등 당대 첨단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였다. 중세 시대 일부 지배층이 전령과 서신을 통해 소식을 교환했던 데서 시작해 신문으로 먼 곳 소식도 대중에게 널리 읽히기까지 뉴스 역사는 당대인의 수요와 취향에 따라 다각적이고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했다. 태학사/ 664쪽.
▲번역가의 길(김욱동 지음)= "번역가에게 필요한 덕목은 시인이나 소설가에게 요구되는 창의성이 아니라 성실성이다." 김욱동 서강대 영문학부 명예교수는 책 '번역가의 길'(연암서가)에서 "번역가는 이미 나온 번역과 다르게 번역하고 싶어하지만,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원문을 충실히 번역해 원작자 의도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인과 바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앵무새 죽이기' 등 세계 명작 30여권을 번역해온 그는 "번역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며 언어의 특성과 독자의 감수성 변화를 고려해 10년 정도에 한 번씩은 새롭게 번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암서가/ 280쪽.
▲과부하시대(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 지음)="불행히도 지금 사회는 끝내 피로감과 무기력이라는 상처를 준다. 당신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임상심리학자 로라 판 더누트 립스키는 책 '과부하시대'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피로감에 대한 치유책을 제시했다. 세대 간에 전해지는 유전적 대물림,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미덕인 사회, 전 지구적 위기의 노출 등 보이지 않는 은근한 압력이 개인의 컨디션에 스며드는 과정을 설명한다. 지난 30년간 전쟁·병원·교도소·학교·기업 등 곳곳의 현장에서 심리자문을 해온 그는 개인의 행복이 사회 정의에 얼마나 중요한지 연구했다. 개인이 과부하를 덜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논한다. 더퀘스트/ 272쪽.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김유석 지음)=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사 소더비에서 거래된 책과 고문서를 다룬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이 나왔다. 그간 수억원에 거래된 '베이 시편집',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룬다. 각 서적의 사례를 통해서는 그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경매를 통해 매겨진 가격에는 희소성과 함께 서사가 있다는 것이다. 고문서 경매를 통해 우리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곧 물건에 담긴 시간과 역사를 소유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세계 최고의 경매 회사로 손꼽히는 소더비(Sotheby's)에서 거래된 책과 고문서에 얽힌 이야기를 추적한 책이다. 소더비는 크리스티와 함께 세계 경매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소더비는 미술품, 크리스티는 보석류가 유명하다. 틈새책방/ 352쪽.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적막과 상처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 · 음모론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모습
- · 소설처럼 쉽게 이해하는 우리 역사
- · '문정희 시인의 문학과 인생' 대담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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