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기 지음|북피움|328쪽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루브르 박물관에 있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여 가까이 가서 제대로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다른 곳에도 모나리자가 있다. '원조 모나리자'보다 젊고 가냘픈 모습의 '아일워스의 모나리자',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릴 때 옆에서 제자가 그린 '프라도의 모나리자', 다빈치가 그리다 만 그림을 제자가 완성했다는 '베르농의 모나리자' 등 3점이 그것이다. 심지어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도 '모나리자' 한 점을 소유했었는데, 그 그림은 프랑스 대혁명 와중 미 대륙으로 건너왔다.
이 책은 다빈치부터 고흐까지, '그림 읽어주는 남자'로 불리는 미술 해설가가 들려주는 '낯설고 매혹적인 명화의 뒷이야기' 25편을 담았다. 유명한 화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 또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매혹적인 그림들이 담고 있는 색다른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바라보는 시선을 풍성하게 해준다.
책에는 개인보다 사회적인 주제에 눈길을 주는 이야기도 담겼다. 19세기 파리는 유럽의 중심으로 '벨 에포크'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었지만, 그런 화려한 도시에도 뒷골목에서 맨발에 굶주린 이들이 있었다. 저자는 파리 뒷골목 사람들의 모습을 연민과 사랑을 담아 그린 '빈자들의 화가' 페르낭 플레의 그림을 따뜻한 시선으로 해설함으로써 '지금, 여기의 우리는 과연 19세기 화가 플레보다 따뜻한 눈으로 약자들을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외에도 26년이라는 짧은 삶을 하루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치열하게 살았던 여성 화가 마리 바시키르체프, 화폭에 태극기를 담은 러시아 화가 보리스 쿠스토디에프 등 동서 유럽의 낯선 화가들을 비롯해 사후 300여년 만에 독일의 미술사가 헤르만 보스에 의해 소개됨으로써 다시 유명해진 17세기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 등 흥미진진하고 신선한 에피소드로 가득 채워졌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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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조로 펼쳐낸 삶의 사유와 서정 글은 삶의 시간과 풍경을 펼쳐내는 캔버스이다.경제학자에 이어 시인으로 인생 제2막을 채우고 있는 정언(柾彦) 손형섭씨가 제2시조집 '새벽'(도서출판 서석刊)을 펴냈다.그는 지난 2023년 '월간문학' 신인상 등당으로 시조시인의 이름을 얻고 지난해 5월 첫 시조집 '눈 내리는 저녁'을 펴낸 뒤 1년 만에 두 번째 시조집을 발표했다.이번 시조집에는는 단시조(短時調)만 100편이 실렸다.1부 '첫차', 2부 '고향의 강', 3부 '가을 산책', 4부 '첫눈' 등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에 관해 각각 17편씩 68편을 수록했다. 5부 '인연'과 6부 '전라도여'에는 삶과 시대에 대한 32편을 담았다."아련히 들려오는/ 조선 닭 울음소리// 눈곱 낀 찬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새벽은/ 새날을 믿는/ 희망이요 출발이다"('새벽'전문)동트기 전 눈을 뜨며 이를 하루를 시작하는 시인은 창으로 몸을 움직이며 새로운 문을 연다.어느새 황혼에 이른 나이에도 아침은 늘 새롭고 인생은 설렌다.그가 말하는 아침은 희망이자 출발이며 행복이며 기쁨이다.손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시조는 정형률에 더한 민족 고유의 시이고, 품격을 얹어 감동을 우려낼 수 있어서 단시조를 쓰고 싶었다. 45자 내외의 짧은 언어로 사물에 대한 사유와 서정을 정형 틀로 담아내고 싶었다"면서 "그것은 고려 말부터 우리 선조들이 조상 대대로 즐겨 노래했던 멋과 풍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 민족의 문학적 양식이므로 우리의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이어 "그러나 막상 단시조를 쓰면서 느낀 것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단, 한 편의 단시조를 쓰기 위해 얼마나 깊은 사색과 성찰이 필요한 것인가를 배우게 되었다"며 "따라서 '빈 항아리'란 나의 단시조 한 편을 소개하면서 시인의 말로 대하고자 한다"고 적었다.'몇천 번/ 다그쳐야/ 둥글게 되는 걸까// 몇천 도/ 견뎌 내야/ 소리가 나게 될까// 몇천 년/ 기다려야만/ 체워질 수 있을까.' (빈 항아리)손형섭 시인은 1942년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상고와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를 나와 전남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국립목포대학교에서 대학원장·사회대학장·경영행정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지난 2007년 정년퇴임 후 고(故) 문병란 시인의 서은문학연구소에서 시 창작을 수강하며 늦깎이로 창작의 길에 들어섰다.75세인 2017년 '문학예술' 봄호에 시 부문 신인상을, 가을호에 수필 부문 신인상을 각각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왕성한 창작욕으로 시집 '별빛', '파도', '만추', '겨울 나그네' 등 4권과 수필집 '삶의 흔적', '추억', '아무려면 어떠랴' 등 3권을 발간했다.또 2023년 '월간문학' 9월호에 시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뒤 2024년 첫 시조집 '눈 내리는 저녁'을 펴냈다. 한국문학예술가협회 광주전남지회장과 광주시문인협회 이사를 지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광주시시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광주시시인협회 문학작품상, 도서출판 서석 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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