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영향 '재테크' 중심서
정치·경제·사회 등 어려움 반영
인간 삶·문화 탐구… 해법 찾기
도서관도 관련 책 대출 증가세

직장인 휴가철과 청소년 방학을 앞두고 광주지역 서점과 도서관에 철학과 인문학 서적을 찾는 발길이 크게 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점 관계자들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정치권 등이 갈등을 겪으며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함에 따라 독자들이 인문학 서적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것으로 보고, 한동안 이 같은 독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8일 서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휴가철이 시작되고 청소년들의 방학을 앞두고 서점을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주말과 휴일에는 평일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날 서구 광천동의 한 서점은 시민들의 꾸준한 발길로 북적였다. 베스트셀러 서적 앞에서 고민하던 고객 중 일부는 책을 집어 들고 선 채로 책장을 넘기는가 하면 또다른 일부는 서점 한편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독서를 시작했다. 이 중 상당수는 인문학·철학 분야의 도서에 관심을 보였다. 어린 자녀와 함께 온 부모는 동화와 그림책을 보기도 했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재테크와 처세술 분야의 서적이 강세였다는 게 서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제 침체로 인해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개개인들의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결과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독자들은 인문학과 철학 분야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여·야가 협치보다 대립으로 일관하고 있는데다 경제적으로는 물가 상승과 실업 등이 지속되면서 인간의 바람직한 삶과 문화를 탐구하는 인문학과 철학분야에 관심이 높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철학과 인문학 분야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은 유시민 작가의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강용수 작가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등이다.

이날 서점에서 만난 시민 김현수씨는 "TV를 켤 때마다 정치인들끼리 대립하거나 사람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니 유일한 취미인 독서를 할 때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책을 찾게 된다"며 "최근 철학 서적에 빠져있는데, 현대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길을 제시해 주는 것 같아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박민정씨는 "숏폼 등의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자주 접하다 보니 휴가기간 동안이라도 책을 읽어야 될 것 같은 느낌에 서점을 방문했다"며 "코로나19 시기에 주식의 인기가 높아져서 그때 한창 주식 투자 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야외 활동이 다시 많아지면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인문학 서적에 흥미가 생겼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서점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려워진 경제여건에 따라 재테크·투자 분야의 서적이 인기를 끌었으나, 책으로만 전문적인 지식을 접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최근 관심이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며 "요즘 들어 많은 방문객들이 인문학과 철학 서적에 손을 뻗고 있다.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문학과 철학 서적에 대한 관심은 도서관에도 나타나고 있다.
광주지역 도서관은 청소년과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재테크 관련 서적의 인기 속에 인문학과 철학 서적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무등도서관의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5일까지의 다대출도서 순위 자료에 따르면 김욱 작가의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니체의 말', 김지수 작가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장재형 작가의 '마흔에 읽는 니체' 등이 상위권에 있었다.
휴가철을 앞두고 도서관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었다고 답한 시립도서관 관계자는 "재테크 서적의 인기가 여전하지만, 인문학·철학 분야의 서적의 인기도 크게 늘었다"며 "학생들의 방학을 앞두고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던 아동 도서와 청소년 도서도 더욱 많이 빌려 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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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탐욕이 망가뜨린 바다의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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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으로 바다는 몸살을 앓고 있다.그러나 인간은 바다의 고통과 아우성을 알면서도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최근 나온 전숙 시인의 해양생태시집 '바다가 우는 방식'(시와사람刊)은 인간의 탐욕으로 훼손된 바다의 고통을 신체적·윤리적 감각으로 전이시키며, 생태윤리와 생명 공동체의 회복을 강렬하게 욕망하는 시집이다.이번 시집은 해양 오염, 특히 플라스틱 문제를 중심축으로 삼아 인류 문명 전체의 이기적이고 병리적인 본성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며, 생태파괴를 미학적으로 형상화한 "생태 리얼리즘 시학"의 한 정점을 보여준다.플라스틱은 문명화된 인간의 탐식, 욕망, 무감각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하이드'나 '속도전'이라는 현대적 기호와 결합해 과학기술 문명의 잔혹한 자화상을 비판한다.시집은 총 3부로 바다가 우는 방식, 바다의 혀, 바다 경전 등 각 편마다 자연과 인간, 상처와 치유, 고통과 희망이 교차하며 시인은 고통 속에서도 생명과 존재의 아름다움과 우리 모두가 서로의 위로가 되기를 노래한다. 특히 삶의 고통과 상처, 자연의 파괴와 회복 과정,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깊이 성찰한다.언어의 섬세한 감각과 시적 상상력, 사회적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면서 독자에게 환경과 삶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생명의 존엄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본다.시인은 바다를 어머니, 여성의 몸, 인간의 내장으로 치환하면서 생태계의 파괴를 신체적 고통으로 감각화한다. "얼굴 자리에 엉덩이가 붙어" 있는 '기형의 자화상'은 환경파괴가 인간 자신의 파괴임을 알리는 역설적 형상이다. '우아한 샥스핀', '플라스틱 아기', '십자가는 검다' 등의 제목만 보아도 윤리와 미학, 종교적 상징이 교차한다. 시인은 잔혹하고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감각적으로 밀착시켜 독자에게 불쾌감과 각성을 동시에 유발한다."세수하다 거울을 보니 얼굴 자리에 엉덩이가 붙어있어요/ 엉덩이에서 하루 치의 반성이 쏟아져요/ 몇 년 전부터 해결하지 못한 플라스틱 숙변도 섞여 있어요/ 비명도 못 지르고 플라스틱에 질식한 바다/ 몸부림치던 비명이 엉덩이로 다시 태어났어요// 얼굴이 뭉그러진 바다/ 머리를 산발하고 몸을 기울인 채 앓고 있어요/ 올 풀린 스웨터처럼 잔영만 남은 포말/ 한때 철썩이며 사랑하고 번성했던 저 육체는/ 이제 거꾸로 뒤집힌 반어법/ 바람이 일없이 발길질을 해대도 비명도 못 지르는 검은 침묵/ 언로가 막힌 통증은 역주행을 택했어요/ 엉덩이로 비명을 지르기로 한 거죠"(시 '바다가 우는 방식' 중 일부)시인은 고통받는 바다를 십자가에 매달린 어머니로, 인류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라는 폭탄 장치로 묘사하며 구원 불가능한 시대의 아이러니를 폭로한다. 제어장치가 없는 문명의 죄, 자연의 파괴와 재생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탐구한다.김종 시인은 "전숙의 '바다가 우는 방식'은 단순한 환경생태시집이 아니라 인류의 자기학대를 고발하는 '문명서사시'다"라며 "감정의 과잉을 누르고 도덕적 통점의 날카로운 각성으로 자연을 연민하고 지구촌 공동의 고통에 침잠한다"고 평했다.전숙 시인은 장성에서 태어나 전남대 간호학과와 동신대 한국어교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시집 '나이든 호미' '눈물에게' '이버지의 손' 등을 펴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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