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야 포르틴 글|밀라 웨스틴 그림|정보람 옮김| 다산어린이| 328쪽
'산타클로스, 무민, 오로라…' 핀란드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행복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행복의 뒷면에도 그늘은 있는 걸까?
'라디오 포포프'는 행복하기로 손꼽히는 북유럽 핀란드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아동 학대라는 소재로 화제가 된 문제작이다. 이 작품은 2020년 핀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핀란드아동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그해 최고의 어린이책으로 뽑혔다. 이후 전 세계 25개 나라에서 출간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아동 학대는 단순히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먹고 놀고 교육받는 등 돌봄을 받아야 할 아이에게 무관심하거나 때로는 방치하는 것, 혹은 지나치게 옥죄는 것 모두 아동 학대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 책에서는 주인공 알프레드를 비롯해 그런 아이들이 여러명이 등장하고, 이 아이들을 '잊힌 아이들'이라고 일컫는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마땅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부모와 사회로부터 잊혀진 아이들….
'라디오 포포프'는 잊힌 아이들이 책임감 없는 어른을 떠나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기적 같은 모험 이야기로, 독자에게 은밀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우리 시대와 아이들이 당면한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동화적이고 몽환적이며 희망적인 분위기와 유머를 잃지 않는다.
어린이의 현실 세계를 세밀하게 조명하면서 특유의 환상성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이 책을, 핀란드아동문학상 심사에서는 이렇게 평가했다.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이란 평생 보고 또 보면서, 늘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문제의 핵심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아이가 자라고 세상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고유의 가치를 오롯이 품고 있는 이 작품,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가 함께 읽는 아름다운 이야기 '라디오 포포프'를 만나 볼 시간이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서용좌 전남대 명예교수, 소설 산문집 동시 출간 화제 서용좌 (전남대 독일언어문학과 명예교수) 작가가 소설집 '날마다 시작'과 산문집 '스물셋,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상 푸른사상刊)을 동시에 펴냈다.소설집 '날마다 시작'은 요양보호사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는 환자와 보호자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인간의 존재를 성찰하는 모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요양보호사를 직업으로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장편소설은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는 환자와 보호자 사이의 이야기이다. 자신과 주변인의 삶에서 드러나는 사소한 사건들과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 감추어진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인간의 존재를 끊임없이 성찰한다.'지은이'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복지센터 소속으로 방문요양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새롭게 돌봄 서비스를 맡게 된 80대 할아버지를 찾아가면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된다.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간 집은 보호자가 맞아주는데, 치매는 아니지만 웬만한 일들에 반응하지 않는 할아버지가 함께 살고 있다. 주인공은 매일 환자의 집에 방문하여 식사와 약을 챙기고, 말동무가 되어주고 산책과 병원 방문을 돕는다.사물을 포함한 존재의 의미, 먼지도 하나의 존재라는 생각, 참담한 현실, 왜곡되는 언어과 사색, 신앙에 관한 고찰이 이 책에서 진중하게 서술된다. 날마다 시작하고 날마다 미완성인 인생, 영원히 미완성인 인생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가 충만하게 다가온다.산문집 '스물셋,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준 사람'은 수필 창작나이 스물셋에 이르기까지 매년 써온 글을 묶은 이 책은 저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살아 숨 쉰다. 일상 속에서 끊임 없이 크고 작은 무늬를 그려내는 저자의 상념과 단상들이 펼쳐진다.저자는 입시 시험 감독을 맡았던 때, 울상으로 나타난 지각생을 보며 자신의 대학 입시 시절을 회상한다. 추운 겨울 입학시험을 보러 간 그녀는 시험장에 늦게 도착하게 되는데, 내치지 않고 받아준 교수님 덕분에 그녀는 무사히 시험을 치르게 된다. 교수님의 배려는 그녀가 교단에 서며 지각생과 결석생을 홀대하지 않게 된 계기가 된다. 전화보다는 이메일을, 이메일보다는 편지를 선호하는 그녀는 저물어가는 오프라인 시대의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자유의지에 대한 단상, 예술과 문학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단 한 톨의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아무렇더라도 나를 사랑해주었던 어머니가 타들어 가는 불꽃처럼 떠난 이후 그 공백을 실감하기도 한다.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무늬를 그려내는 서용좌가 가진 삶의 철학과 인간 존재에 대한 사색이 이 산문집에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서용좌 작가는 '소설시대'에 '태양은' 으로 천료, '열하나 조각그림'(2001), 장편 '표현형', '흐릿한 하늘의 해' 등을 발표했고 전남대 독문과 명예교수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술서 '도이칠란트-도이치문학' 등을 썼고, 카프카 전집 발간에 참여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카프카의 편지 1900-1924' 등을 번역했다.이화문학상과 광주문학상, PEN문학상, 박용철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어린이] 산타는 첫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
- · [화제의 책] 아편과 우리 세계
- · 일본은 왜 태평양서 미국군을 공습했나
- · 5·18기록관, 한강 작가 노벨상 기념 특별강연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