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과 신설·신인 작품상 등 마련
담양, 문학제·랩페스티벌 다채
"우리 고유 문학 세계화에 주력"

'…/누구나/모두나 당할 일/그러니 정작 우리 모두 잘못 아닌가/정말 잘못 했다/내가 내가 죄인이다/눈물이 앞을 가린다/캄캄하게 무섭게/아무 것/도 못한 손과 발이/죽도록 미안하다'(이지엽 시인의 '이태원 연가' 중)
한국문학의 한 갈래인 '가사(歌辭)'는 4음 4보격을 기준 율격으로 하면서도 행(行)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속체 율문(律文) 형식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고려 말 승려 계층의 불교 포교 목적에 의해 형성되고, 조선조 사대부들이 유학의 이념 전달과 교화를 목적으로 향유하며 완성시켰다. 가사는 우리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장르로 평가받기도 한다. 정극인의 '상춘곡'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관동별곡', 허난설헌의 '규원가' 등이 대표작이다.
이렇듯 고려 시대 말부터 현대까지 우리 선조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가사문학이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어 주목을 끈다.

광주문인협회(이하 '광주문협')와 전남문인협회(이하 '전남문협')는 가사문학 분과를 개설하거나 계간지를 통해 특집호를 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학 부문에서 '예향'을 대표하는 가사문학을 활성화시켜 우리 고유의 문학을 세계화하자는 데 뜻을 둔 것이다.
가장 활발하게 가사문학 전승에 앞서고 있는 광주문협은 지난해 1월 전국 문협 최초로 가사문학 분과를 신설했다. 우리 고유의 문학인 가사문학을 세계화 시키기 위해 가사문학 분과를 만듦으로써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담양군이 주최하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과 주관하는 '한국가사문학대상' 입상을 통해 등단하거나 기존 활동하던 작가 등 30여 명이 지난해 '광주문학' 가을 특집(통권 108호)에 가사 시, 가사 동화, 가사 수필, 가사 소설 등 다양한 갈래의 가사문학을 실었다.
최한선 가사 분과위원장은 특집에 게재된 '가사의 역사성과 창작계승 방향'에서 '가사는 우리 민족 문학의 자존적 형식이라는 점에서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아왔고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문학이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문학사, 특히 시가 문학사는 매 시대마다 중국 시가에 대응한 형식을 창안해 냈다'며 '국제무대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K-문학의 자랑스러운 모습과 가사의 해맑은 미소를 그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7년부터 김옥애 작가의 가사 동화집 '눈썹' 등 '한국 가사 동화 100인선'과 최 위원장의 현대 가사시집 '죽녹원 연가' 등이 잇따라 발표됐으며, 지난해 광주문협이 '오늘의 가사문학'에 가사 작가 신인 작품상을 만들어 겨울호에 시상하기도 했다.
전남문협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갖고 가사문학 분과를 신설, 올해 여름호(통권 129호)부터 가사문학을 특집으로 조명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담양군에 설립된 한국가사문학관은 가사문학 활성화의 계기가 됐다. 이어 지난해 담양에서 진행된 한국문인협회와의 '가사문학 세미나'를 통해 전국 문인들이 가사문학에 대해 새로 접해 보존과 계승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분과를 만들었다. 광주문협과 마찬가지로 한국가사문학대상 입상을 통해 등단하거나 기존 시·소설 등의 장르에서 활동했던 문인들이 가사 문학을 전달하고 있다.
향후 광주문협은 가을호에 가사문학 작품들을 다룰 계획이며, 전남문협은 올 가을호의 별책부록으로 가사문학을 발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가사문학을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담양군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4년째 매년 개최 중인 '전국가사문학제'를 기반으로 한국가사문학대상 시상식과 전국 가사시 낭송 경연대회 등이 진행 중이며, 전국 청소년들이 현대적으로 가사문학을 재해석해 힙합이라는 장르로 풀어내는 '전국 청소년 가사 시 랩 페스티벌'도 올해로써 6회째 개최돼 지난 6일 성료했다. 만 13세부터 만 18세까지 전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페스티벌은 총 79팀이 참가해 대상팀에게 3백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이근모 광주문협 회장은 "우리 고유의 문학인 가사문학을 세계화시킴으로써 나아가 노벨 문학상 후보에도 한국인이 선정되는 기록을 이룩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사문학을 기반으로 K-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걸음을 계속하겠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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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한국전쟁·70년대를 관통한 현대사의 肖像 384 중편소설은 단편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서사를 넓게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 장르로 꼽힌다.주로 굵직한 대하 장편소설을 써온 이계홍 작가가 최근 중편소설집 '해인사를 폭격하라'(도서출판 도화刊)를 펴냈다. 이 중편소설집은 '순결한 여인-1970년대 풍경화', '해인사를 폭격하라', '귀국선 우키시마호' '인지 수사-아직도 여전히 답답하게' 등 4편으로 구성돼있다. 이들 작품은 작가가 장편소설을 쓰다가 만난 우리 역사에서 특이한 소재와 중요한 사건을 묵혀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으로 등장인물들의 행적을 하나하나 추적여 집필했다.특히 이번 소설집은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역사적 맥락과 해당 사료를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재현해낸 리얼리즘 문학의 정수로 평가된다. 선 굵은 서사구조와 단단한 스토리 텔링이 독자를 견인한다. 동시에 역사와 시대를 넘어서는 존재로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고투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의 언론사 경력이 말해주듯 기자적 현장성과 작가적 상상력이 십분 발휘된 작품들로 독서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문제작으로 평가된다.수록작품 중 '순결한 여인-1970년대 풍경화'는 송안나(본명:송숙자)의 기구한 운명을 1970년대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바탕으로 진한 남도 사투리와 거친 욕찌거리로 사람 냄새 짙게 풍기는 이야기다. 속칭 양갈보로 살아온 송안나라는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한 생애에서 암초를 만나는 주요한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상처받고 외로운 사람을 만나 따뜻하게 살아갈 날을 기다린다. 작가의 열망이 작품 제목 '순결한 여인'으로 승화되고 있다.'해인사를 폭격하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으로 군인에 관한 인물전기를 많아 쓴 작가의 장점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6·25전쟁의 참화 속에서 미5공군의 폭격 명령을 거부하고 천년 고찰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킨 한국 공군 전투조종사의 모습을 실제 전투를 하는 듯한 실감나는 표현과 긴장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귀국선 우키시마호'는 해방 직후 한국으로 돌아오는 1호 귀국선인 우키시마호가 폭발해 침몰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8천 명이 넘은 사람이 승선했는데 생존자는 불과 이천여 명 밖에 안된다고 전해지는 이 사건을 다루면서 작가는 미군이 설치한 수중 기뢰 때문이든 패전한 일본의 방치와 외면으로 침몰했든, 수천 명이 수장된 사실과 진상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을 매서운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인지 수사'는 남의 문중 땅에 몰래 묘를 쓴 사람과의 소송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은 우리로 하여 비판과 냉소의 형태가 현실의 어떤 순응과 체념의 경로를 거치는가를 심도 있는 내면과 심리묘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남의 문중 땅을 무단으로 점령한 자의 묘를 해결하지 못하는 재판 앞에서 패배의식을 느껴야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이계홍 작가는 무안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 석사 졸업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74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그는 30여년 동안 동아일보와 문화일보, 서울신문 등에서 기자로 일했고 장편 '초록빛 파도' '장만' 등을 펴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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